손해보는 장사꾼들
아이를 키우면서 부모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의심을 해 본다고 한다.
"혹시 우리 아이가 천재 아니야!?"
그치만 나는 그런 꿈조차 꿔보지 못한 채 아이를 키웠다.
아이가 어느 정도 컸는데도 말이 잘 트이지 않았고,
학교 갈 나이가 되어도 한글을 몰랐다.
구구단도 5학년때 겨우 외워 학교에 갔고, 학교에서 배우는 영어는 그야말로 소 귀에 경 읽기였다.
그런 아이였기에 기대감은커녕 또래만큼만 커줘도 바랄 게 없던 아이였다.
그랬던 아이가 지금은 캐나다 명문대에 장학생으로 입학해 공부하고 있다.
나는 늦된 아이를 키우는 동안 다른 사람이 정해놓은 자녀교육 방식에 얽매이지 않았다.
남들이 만들어 놓은 틀 안에 아이를 가두어 똑같이 키워내려고 하지 않았다.
학교 보낼 때는 밥만 잘 먹고 오라고 했고, 시험 기간에도 평소처럼 일찍 불을 꺼서 재웠다.
남들 육아 방식과 반대로 키웠더니 공부는 늦게 시작했어도 자립은 빨리 했다.
중학교 입학할 때부터 기숙사 생활을 했고 중3 때는 혼자 캐나다로 유학을 갔다.
결국, 부모가 아이를 키울 때 정답은 없는 것 같다.
나처럼 한국의 정석적인 교육과는 거리가 먼 방식으로도 아이는 잘 커주었다.
부모들이 자녀와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양육을 해도 아이들은 충분히 자신만의 길을 찾아간다.
가끔 내 글에 찾아와 "고작 캐나다 명문대 가지고 자랑하는 거냐?"며,
자신 혹은 자신의 아이가 미국 명문대 출신이라며 이런저런 훈수를 두는 사람들이 있다.
심지어 "그래봤자 취업 안 되는 건 똑같다"며, 이제 갓 대학교 입학한 아이의 취업 걱정까지 해주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항상 우리 아이가 늦되었다고 말한다.
정규 교육도 제대로 안 받았다고 말한다.
그런 우리 아이와 굳이 비교하겠다면 말리지는 않겠다.
출발선부터 달랐던 우리 아이, 그리고 한국 엄마로서 턱없이 부족한 나 같은 부모와 굳이 비교를 하겠다는 사람도 있다는 게 참 신기하다.
손해 보는 장사를 하겠다는 건가?
부끄러움은 그쪽 몫일테니 멀리 나가지 않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