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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쓴 연애편지는 들키기 쉽다

금지된 연애의 달달함

by 무주


중3 아이를 혼자 캐나다로 유학 보내고, 집을 이사할 일이 생겼다.
이삿짐을 정리하다가 우연히 아이 방에서 쏟아져 나온 편지 묶음을 발견했다.

아이가 받은 연애편지였다.
손글씨로 빼곡히 쓴 편지 속에는 풋풋한 설렘과 달달한 감정이 가득했다.

주인도 없는 편지를 보는데 내 가슴이 어찌나 콩닥거리던지...
보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싶으면서도, 이미 눈길은 멈추지 않고 있었다.
이 비밀은 나만 간직하리라.
남편에게도 말하지 않기로 다짐하고, 나는 끝까지 읽어 나갔다.


아이는 중학교 시절, 시골 기숙학교를 다녔다.
학교의 교칙 중 하나가 바로 "연애 금지".

그 와중에 용케도 연애를 했구나.
몰래 하는 연애가 얼마나 짜릿하고 달콤했을까.
편지를 읽는 내내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그런데 문득, 이때가 언제였나 떠올려 보니,

내가 한창 아이의 캐나다 유학을 준비하고 있던 시기였다.
입학 서류를 작성하고, 비행기 표를 끊고, 아이의 짐을 챙기느라 바빴던 때.

그런데 정작 아이는 그 시기에 한창 연애 중이었나 보다.

그 사실도 모른 채 아이를 떠나보냈고,
캐나다에 간 아이는 엄마도 안 찾고 혼자서도 씩씩하게 잘 지낸다 생각했는데
혹시 엄마보다 짝꿍을 그리워하고 있던 건 아니었는지?

아이를 멀리 떠나보낸 것보다,

둘 사이를 갈라놓은 게 더 미안해지는 하루였다.

기숙학교라 평일엔 핸드폰 사용이 금지였으니,
손 편지를 주고받았던 모양인데 그나저나 연애편지를 이렇게 허술하게 두다니.

역시나 손 편지는 보안에 취약하다.

그리고… 나는 이 비밀을 혼자 간직하겠다고 다짐했는데,

이렇게 글로 남기고 말았다.

엄마라고 해서 다 믿을 수 있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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