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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자까야 Jan 13. 2023

솔직함이라는 미명아래 언어폭력을 일삼는 그대에게

혀 아래 도끼 들었다

나는 사람을 쉽게 사귀지 못한다.

 번 알게되면 쉽게 헤어지지도 못하는 타입이다.  그런 내가 며칠 전에  한 명의 연락처를 주저없이 차단하고 삭제해버렸다.


전화기 너머 그녀의 마지막 말은 이랬다.



"너 지난번 만났을 때 보니까 예전과 달리 너무 말랐더라. 그래서 꼭 술집 작부 같더라.. "  



내가 그녀를 만났던건 작년 겨울이었고 나는 그날 두터운 정장을 입고 있었다.


"술집 작부"라는 단어를 사람의 입에서 직접 들어보긴 처음이었다.


근현대 소설이나 옛날 영화에서  등장하는 암울한 분위기와 퇴폐적 분위기에서 나올법한 그 단어를 말이다.


술집 작부라...


그 말을 내게 내뱉은 그녀는 나와 동갑이다. 그러나 학교 동창도 아니었고, 어린시절 동네 친구도 아니었다. 그저 사회에서 부동산 이라는 카테고리로 얽혀서 알게된 사람이었다.  그런 그녀가 내게 무슨 의도로 그런  언어를 구사?했는지  궁금하여 네이버 사전으로  술집 작부라는 단어를 검색해보았다.


술집 작부를 검색어로 입력해보니 비쩍 마른 술집여자들이 나오는 옛날 영화 사진이 나왔다.  사창가 여인들이 좁은 방에 둘러 앉아 초라한 식사를 하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연상되는 단어로는 방석집, 또는 갈보 등이 있었다.



출처- 영화 '노는 계집 창' 네이버


가뜩이나 공황발작과 극심한 우울증으로인해 약으로 연명해가는 내게 새해 연초부터 덕담은 커녕 이런 폭력에 가까운 말은 도끼로  뒷 머리를 내리 찍히는 듯한 충격과 고통 그 자체였다.


"너...약먹고 겨우겨우 버티는 내게 너무 심하게 말 하는거 아니니?!!!"


바보같게도 내가 그녀에게 기껏 항변한다는 말이 그게 다였다. 분노가 솟구쳤지만 싸우기도 싫었고 싸울 힘도 없었다. 그저 전화기를 붙들고 있는 손만 떨렸다.


전화기 너머 그녀는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키 큰 사람한테 키가 작다는 말이 욕이 아니듯, 는 배울만큼 배운 교사이므로 술집 작부 같다는 말을 써도 그건 욕이 아니다"란다. 술집 여자에게 술집 작부라고 말하는건 당연히 욕이고."


이게...무슨 괴랄하기 짝이 없는 궤변이란 말인가?!


나는 그녀에 대해 한 번도 그녀의 외모에 대해 비판한적도, 그녀의 그 어떤 것에  대해서도 함부로 정의를 내리거나 폄훼한 적이 없었다. 내가 뭐라고 남에게 평가질을 하겠는가?  그것도 직접 면전에다 대고?


그러나 그녀는 전화기 너머로  너무도 당당히 내게 그랬다. 자기는 원래 솔직하다며...


내가 보기엔 그녀는 솔직한게 아니라 사람에 대한 예의가 없는 사람같다. 예의가 아니라 솔직함이라는 미명으로 언어 폭력을 일삼는 폭군에 가깝다.


같은 날 또 다른 지인에게서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이미지 연하장을 받았다.  솔직함이라는 말로 폭력을 당하는 것보다 차라리 형식적일지언정 여러 사람들에게 동시에 보내는 새해 연하장이 낫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타인에겐 솔직함이라 말하고 자신에겐 비겁한 합리화를 일삼는 그대에게 나도 하고 싶은 말이 많다.


나도 꽤나 다양한 표현의 욕설과 비어를 할 줄 안다.

그러나 욕을 못해서 안하는 것이 아니라, 욕을 하면 내 입이 더러워져서 안한다. (대신 나도 사람이기에 내 감정의 찌꺼기들은 일기장에 쏟아내곤한다.)


물리적 폭력도 무섭지만 언어라는 폭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리고 그 의도와 진상을 알아갈수록 더 깊은 상처를 만드는것 같다.


덕분에 새해 연초부터 몸을 못 가눌 정도로 앓아누웠다.  나이는 한 살 더 먹었는데 언제쯤 세상의 풍파에 초연해지는 순간이 오려나...


오늘도 정신과 약을 먹으며 마음을 다스려본다.


그리고 앞으론 그 어떤 형태로의 폭력도 참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혀 아래 도끼 들었다...참 무서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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