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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우유 Feb 16. 2023

아침에 4개, 저녁에는 N개

조삼모사의 현대판 해석

아침에는 3개, 저녁에는 4개.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 도토리를 준다 하니 아우성치던 원숭이들에게 아침에 4개, 저녁에 3개 준다 하니 환호하는 모습에서 유래한 사자성어이다. 이 사자성어는 눈앞에 보이는 차이만 알고 결과가 같은 것을 모르는 어리석은 상황을 말한다. 그러니 눈앞의 이익만을 생각하지 말고 크고 넓게 보라는 것이다.


이 속담을 삶에 적용한다면 확실치 않은 미래를 위해 조금 더 참고, 인내하고, 저축하라는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 말에는 100번 공감해도 모자라다. 삶의 지혜이자 현명함의 발상임을 부정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그것이 요새 현대사회에도 적응이 될까라는 질문에는 쉽게 대답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어느샌가 인터넷 쇼핑망은 엄청나게 발전해 인터넷으로 구매할 수 없는 것이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사람들은 오프라인쇼핑보다 온라인쇼핑을 선호했고 그러다 보니 온라인 위주의 쇼핑이 중심이 되어버렸다. 그런 변화에 따라 쇼핑몰들은 점점 세분화되고 다양화되어 갔다. 한 상품이 여러 쇼핑몰에 다른 가격으로 분포되어있기도 하고 비슷한 상품들을 판매하는 여러 브랜드가 생겨났다. 새로운 제품이 있는 쇼핑몰에 가입하고 조금 더 싼 쇼핑몰을 찾아 구매하다 보면 정말 다양한 쇼핑몰에 가입되어 있고 본인도 어디에 가입되어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특히 요새는 가입하면 주는 쿠폰이라던가 앱을 깔면 포인트도 받을 수 있어서 더 여러 군데에 가입하게 되는 것 같다. 가입하고 물건을 좀 더 싸게 구매한 후에는 그 쇼핑몰은 기억 속에서 잊힌다.


나는 원래 쿠폰을 받으면 모아두는 스타일이었다. 모으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무언가를 버리지 않고 저장해 두는 습관이 있는 탓이다. 하지만 그러다 보니 한번 샀던 쇼핑몰에서 다시 사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고 워낙에 새롭고 더 좋은 쇼핑몰이 많이 생기기 때문에 받은 쿠폰은 잊히기 일쑤였다. 결국에 큰 이익을 보려다 다 잃어버리는 경우가 더 많았다. 인터넷쇼핑몰에만 한한 얘기는 아니다. 한 번에 쓰려고 모아두었던 커피쿠폰을 카페가 사라짐으로 인해 못쓴다던지, 누군가에게 양도했으면 사용이라도 을 물건을 쓸 것이라고 생각하여 보관하다 낡아져서 결국 새것을 사게 되어 버리게 된다던지. 나의 과한 저축습관이 독인 것도 있지만 사실 현대사회에서 그런 일들은 정말 많이 찾아볼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너무나도 빨리 변하고 다양화돼서 점점 많아지는 모든 것들을 사람들은 일일이 신경 쓸 수도 없고 그렇다고 그중 몇 개만 선택적으로 이용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제는 모으는 것이 독이 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과한 정보와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 미니멀라이프를 선호한다. 모으고 보관하지 않고 버리는 것이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른 것이다. 하지만 사실 미니멀라이프는 버리는 것이 아니다. 더 좋은 가치를 취하기 위한 투자일 뿐이다. 이러한 미니멀라이프의 관점은 현대사회의 많은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너무도 빠르게 급변하고 어느샌가 생기고 또 어느샌가 사라지는 것이 일상이 되는 사회에서 현상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과연 현명한 선택일까? 뭔가를 유지해서 그것이 처음 가치 그대로 남아있는 시대는 지났다. 새로운 사건이 너무 많이 터지고, 눈에 보이고 계산 가능한 정도로만 바뀌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예상하지 못하고 상상하지 못하는 것들이 내가 가진 것들의 가치를 바꾸기도 하고 사라지게 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오히려 가만히 변화하지 않는 것이 더 불안하고 위험성이 있는 사회가 되었다.

'가치'의 변화에 적응해야 하는 세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쓸 수 있을 때, 가치가 충분히 있을 때 어딘가에 사용하고자 하기도 한다. 그 상태 그대로 남아있지 않게 하기 위해서이다. 일종의 투자 같은 개념이다. 그게 혹시 물질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욜로족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행복은 행복으로 얻어진다라는 말이 있듯이 불안한 미래에 투자하기보다 현재의 행복의 가치를 높게 보고 그것에 투자하는 것이다. 미친 짓이라 생각되기도 하겠지만 내가 봤을 땐 현재의 행복에 투자함으로써 미래에 더 나은 선택과 더 좋은 에너지를 내어 결과적으로는 더 큰 보상을 위한 현명한 선택으로 보이기도 한다. 단순히 물질적인 투자만이 만족하는 결과로 갈 수 있는 있는 사회가 아니기 때문이다.




조삼모사는 결국 아침에 먹던, 저녁에 먹던 같은 양을 먹게 된다는 뜻이지만 만약 원숭이들이 아침에 도토리 4개를 먹고 저녁에도 도토리를 더 먹고 싶은 동기부여가 되어 도토리를 구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하나라도 더 생각해 낸다면 저녁에도 도토리를 더 먹을 수도 있다.

원숭이들이 아침에 먹은 도토리로 인해 저녁에 어떤 더 좋은 긍정적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혹시나 저녁에 3개를 먹게 된다 하더라도 어차피 하루에 먹는 양은 똑같은데 뭐 어떤가? 결론은 원숭이들이 아침에 4개를 먹는다고 얻을게 더 많아지면 많아졌지 잃을 것은 없다는 것이다. 아침에 먹는다고 저녁에 먹을 도토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이다. 현대사회에 적용한다면 아침에 도토리 4개 먹는 원숭이는 미래의 더 큰 가치를 위한 투자를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혁명과 신선한 발상이 떠오르고 정해진 규칙보다 예상치 못한 변화가 더 많아지는 세상에서 무언가를 더 늘릴 수 있는 방법은 저축, 유지가 아닌 좀 더 동력적인 에너지를 낼 수 있는 곳에 '투자'하는 것일 것이다. '가치'의 변화의 흐름을 타고 더 높은 가치를 찾아 이동하는 것. 그래서 아침에 4개 먹고 저녁에는 N 개먹을 수 있게 하는 것. 그것이 조삼모사의 현대판 해석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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