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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12월, 전라도 장성.
문상훈 님의 글을 보게 됐다. 그의 첫 산문집, ‘내가 한 말을 내가 오해하지 않기로 함’
직접 찍은 사진이 책 표지 앞뒤로 들어가 있다. 마음에 든다. 내가 추구하는 사진 스타일. 아주 좋아.
놀랐다. 홈비디오에서 보여줬던 유쾌함과 오당기에서 나왔던 즐거운 취향들과는 거리가 다소 먼 글들.
글자글자마다 매끈하게 다듬어져 읽는 이로 하여금 여러번 뒤로 돌아가게 만드는 힘.
나는 비로소 문학에 입문했다고 말할 수 있겠다.
글이 조금씩 나온다.
그간 내가 해 온 생각거리들을 이 메모장에 쏟아내듯 써 내려가고 있다.
하나도 다듬어지지 않은 날 것의 글들. 누구에게 보여주었다가는 귓볼이 빨개지고 그것마저도 남들이 주시하고 있는 기분이 들 것만 같다.
그래도 써 봐야지. 다 재산이 되지 않을까?
나는 본디 기록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동료들과 있을 때 가장 먼저 카메라를 켜서 ‘채증’을 하는 자랑스러움으로 하루하루를 먹고 살았으니 말이다.
문상훈님도 기록을 하는 사람이었을까?
기록보다 고민을 잘 하고 기억에 특출난 사람이었을까? 그랬다면 다소 부럽다.
생각거리와 글재료들에 비해 나타낼 수 있는 어휘량이 현저히 적었다면 탓할 수 있을 듯 싶다.
얼마나 많은 탐색과 공부와 연습이 필요했을지, 그것을 즐겁게 소화한 사람이라서 상훈님이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