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원 감소 후에 인당 생산성이 높아진 비결
입사할 때 10명이 넘는 조직이었던 회사를 보며, 30명까지 키우는 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어느새 이 회사에 입사한 지도 1년이 되어가는데, 우리는 오밀조밀한 6명의 구성원으로 간신히 버티고 있다.
그런데 그 어느 때보다 인당 생산성이 높고, 다양한 시도가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으며 새로운 아이디어가 환영받고 있으니 아이러니한 일이다. 원인을 생각해 보면 이렇다.
1. 기존에 하던 일을 똑같이 할 사람이 없다.
2. 새로운 시도에 모두가 협력적이다.
3. 각자의 강점 분야가 다르다.
원인을 하나씩 디테일하게 소개해보겠다.
어떤 직원 한 명이 퇴사를 하면 인수인계 문서를 얼마나 꼼꼼하게 써놓든 간에 후임자가 이를 그대로 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이게 오히려 기회가 된다.
가인지 캠퍼스에선 피터 드러커의 '체계적 폐기' 개념을 소개한다. 이미 50년여 전에 쓰인 피터 드러커의 경영서에는 2~3년에 한 번 기존에 하고 있던 일들의 루틴, 프로세스를 완전히 제거하고 새롭게 세팅해 보라고 제안한다. 해왔던 일이라서 하고 있지만 사실은 필요 없었던 일이나 더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방식은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다. 다만 바꾸는 게 두려워서 바꾸지 못했을 뿐이다.
(출처 : 가인지 캠퍼스 회사 생산성도 올리고 개인의 인당 부가가치도 올리는 소통방법!)
같은 직무일지라도 한 사람이 퇴사하고 새 사람이 들어오면 업무의 스타일이나 결이 묘하게 변화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새로운 시도가 이뤄질 수 있다. 그러고 나서야 다른 사람도 알게 된다. 그게 꼭 그렇게 해야 하는 일이 아니었다는 걸 말이다.
지금의 6명은 - 모두가 그렇다고 하기엔 좀 과찬이지만 - 모두가 협력적이다. 아이디어를 내면 내 일이 되니 쉬쉬하는 평범한 조직과는 다르게 여기선 아이디어를 내면 모두가 업무의 한 조각씩을 자발적으로 가져간다. 그러니 새로운 일이 생기는 게 억울하다거나 부담스럽지가 않고 오히려 기대가 된다. '어떤 결과가 나올까?' 실험 프로젝트는 시작부터 끝까지 함께 관심을 갖고 진행한다.
그전에 10명 남짓한 규모만 됐을 때도 특정 분야의 일은 특정 직무의 담당자가 하는 게 당연시되었다. 더 적은 인원이라서 좋다기보단, 지금은 적극적인 사람들만 남아 더 큰 시너지를 내고 있다. 오히려 추가 채용이 답일지 고민할 정도로 말이다. 좋은 아이디어라면 빠르게 실행해 볼 수 있고, 무슨 일이 생겨도 힘을 모아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우리 팀에게는 있다.
한 손가락을 겨우 넘는 이 조직원들은 각자만의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 가장 큰 그림을 보며 조율하는 대표가 있고, 디테일과 센스가 넘치는 PM, 긱하고 책임감 있는 풀스택 개발자 둘, 배우려는 의지 넘치는 마케터, 그리고 실행력에선 둘째가라면 서러운 나까지.
잘하는 분야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과업을 나눠가는 것도 쉽다. 각자 잘하는 것을 하거나 자기 분야에서의 의견을 내면 되기 때문이다. "이걸요? 제가요? 왜요?"가 나올 새가 없다. 이젠 너무 작은 조직이라 "왜"에 대해서만큼은 서로 비전 공유가 잘 되어있고, "제가요?"라고 하기에는 다른 사람이 없으며, "이걸요?"를 따지기엔 본인이 그 일을 가장 잘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에 다니다 보면 낯선 상황, 문제 상황, 새로운 기회 등의 변화가 끊임없이 발생한다. 특히 우리처럼 소규모 조직일 때는 R&R이라는 게 완전히 열린 형태로 작성될 수밖에 없다. 여기서 변화에 저항하는 일이란 어리석은 짓이다. 70년대에도 피터 드러커는 2~3년이면 업무를 갈아엎으랬는데 지금은 2024년이고, 여긴 스타트업이니 말이다.
위에 첨부한 가인지 캠퍼스 강의 내용에선 흥미로운 내용이 나온다. 직무 중심으로 소통하면 "이걸요? 제가요?" 이런 소리가 나오지만, 과업 중심으로 소통하면 새로운 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거부감이 적다는 것이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내가 하는 일이 바뀌어도 고객가치가 바뀌지는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일이 바뀌어도 인당 생산성이 높아져 조직의 성장성과 개인의 연봉 상승 가능성이 함께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현실에선 특정 직무로 뽑은 직원들을 설득해 새로운 업무, 새로운 프로젝트에 투입시키기가 여간 쉽지 않은 것도 맞다. 하지만 스타트업일수록 그게 가능한 사람을 뽑아야 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스타트업 채용공고에서 각자 정의한 고객 가치, 각자가 속한 도메인에 열정을 가진 사람을 선호하지만 그런 사람은 흔치 않다. 업계에서 Problem Solver라는 직무 채용을 유행(?)시킨 레브잇이야말로 젊지만 이런 통찰력이 있는 조직이 아닌가 싶다.
새로운 일을 시도하기 위해 새로운 사람을 뽑아야 하는 스타트업 조직만큼 위험한 게 없다. 새로운 일이 하루에도 몇 개씩은 생겨야 마땅할 스타트업에 새로움에 저항하는 구성원만큼 생명을 갉아먹는 고정비는 없을 테니 말이다.
갑자기 떠오른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글로 마무리해 본다.
옷을 입고 있는 새로운 인간은 필요 없고
대신 새로운 옷이 없으면 꾸려 나갈 수 없는,
그런 모든 사업에는 주의를 기울이는 편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