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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에세이 ‘나는 행복을 촬영하는 방사선사입니다'

by 김로운

나는 비교적 사회생활에 대한 야심이 많은 여자였다. 20 대에 회사 생활을 시작하면서 사회적 성공을 인생 성공의 중요한 기준으로 생각했다. 회사에서도 프로젝트 성공과 승진을 행복의 중요한 발판으로 생각했고 같은 나이에 잘 나가는 또래 여자들을 보면 내 삶이 보잘것 없이 느껴졌다.


30대가 넘어가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도 비슷한 연령, 비슷한 처지의 다른 여성이 이사로 승진했다거나 회사 대표를 맡았다는 기사를 보며 나는 참 초라하고 실패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가족의 행복을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게 여겼었다. 그리고 나도 저렇게 성공하고 싶었다.


생각해 보면 나는 크게 몸이 아팠던 적은 없다. 출산이 힘든 과정이기는 했지만 몸에서 아픈 부분이 없었기 때문에 비교적 그런 야심들을 지니고 키워 나갈 수 있지 않았나 싶다. 만약 내가 신체적으로 아픈 부분이 있었더라면 그렇게 야심 차게 살아갈 수 있었을까? 생각하게 된다.


에세이 ‘나는 행복을 촬영하는 방사선사입니다’를 쓴 류귀복 작가는 ‘강직성 척추염’이라는 완치되지 않는 희귀 질환을 10년 가까이 앓고 있다. 발병 당시에는 30도 정도 굽어진 왼쪽 팔은 펴지지 않았고 눈 망막에 염증이 생겨도 치료가 되지 않았고 다리가 심하게 저려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양 어깨에는 커다란 곰 두 마리가 올라타 짓누르는 듯 몸이 무거웠다고 한다.


심지어 온몸에 뼈가 없는 것 같은 근육통이 찾아와 눈물을 흘려야 했다. 원래는 희귀 질환이라 완전한 치료가 어려운데 다행히 좋은 주사제가 있어 한 달에 한 번씩 주사를 맞으며 진통을 다스리고 있다. 초기 주사제에 내성이 생겨 몇 년 후 주사제를 바꿔 2주에 한번 맞으면서 일주일은 괜찮은 상태, 그리고 일주일은 아픈 상태로 살아가고 있다.


작가는 투병을 하면서 유명 병원 치과 방사선과에서 방사선사 일을 계속하는데 이는 가족과 주변의 도움 때문에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작가 자신, 병을 다스리는 의지와 노력이 행복한 일상생활을 지속하는 힘일 것이다.


작가는 우리 삶의 작은 행복에 대해 많이 말하고 있다. 퇴근 시간이 되었는데 그 시각에 맞춰 다음날 아침 부서 전체 아침 샌드위치와 커피 단체 주문을 상사에게 지시받았을 때이다. 칼퇴근을 해 집에 있는 딸과 아내를 위해 요리를 하기로 마음먹은 날인데 최악의 상황이다. 부서원들은 수십 명이고 일부는 이미 퇴근까지 해 메신저에서 나가 있는 상태이다.


작가는 거부하지 못하고 결국 모든 부서원들에게 연락해 주문을 받고 결재까지 마쳤다. 이때는 퇴근 30분이 지나있는 상태였다. 작가는 스트레스가 머리끝까지 차게 되었으나 결국 사랑스러운 아내와 예쁜 딸과 외식을 하며 스트레스를 녹이고 행복감을 다시 되찾을 수 있었다고 한다.


보통 같으면 상사의 부당한 지시에 맞서 ‘못한다’고 나 몰라라 퇴근해 버리거나 다음날 아침 상사와 맞부딪혔을 것이다. 그러나 작가는 현명하게 일을 처리하면서 다시 일상의 행복으로 되돌아왔다.

그 외에도 작가는 일상의 작은 즐거움으로 인생을 행복으로 채우는 많은 방법들을 이 책에서 제시하고 있다.

‘내게는 건강하고 아픈 시간이 각각 일주일씩 공평하게 주어진다. 아픈 시간을 원망하는 비중이 높은 삶에서 건강한 순간을 감사하는 비중을 높여갈수록 행복의 평균값이 높아진다. 어떻게 보면 반쪽짜리 삶이 허락된 것처럼 보이는 힘겨운 시간이지만 행복의 클라이맥스를 향해 서서히 오르는 길로 해석하면 의미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다.’


책을 덮으며 나의 야심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성공하려는 야심 때문에 놓치고 산 것이 많은 것을 아닐까? 그러나 결국 이 나이가 되도록 ‘성공’이라는 걸 해 본 적이 없다.


누군가 한국 최고의 회사에서 대표 이사가 되는 걸 본다. 그 1명이 되기 위해 20대에 함께 출발한 99 명은 탈락했을 것이다. 나도 그 99 명중 하나이다. 그렇다고 불행해서는 안 된다. 그건 이미 오래전에 깨달았다.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 행복은 일상의 작은 것들을 누리고 감사하고 나눌 때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걸 이 책에서 읽고 되새기게 되었다.


* 이 책은 제가 도서관에 '희망 도서' 신청을 해서 빌린 책입니다.

* 여기까지 연재북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읽어 주신 독자님들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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