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칼럼 11 : 추석 포장 대란

by 김로운

오늘자 국민 일보에 제 칼럼 ‘중년 여성의 품위 있는 알바 생활’ 11화 ‘추석 포장 대란’이 실렸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보여주기’ 기술을 많이 썼습니다. 칼럼 중간에 ‘카트에서 대형 박스를 뜯어내 20킬로 박스를 들어 작업대로 옮겼다. 물건 바코드를 스캔하고 다시 회사 포장 박스에 넣어 테이프로 봉했다. 주소가 적힌 운송장을 스캔해 붙인 후 그걸 다시 들어 컨베이어 벨트로 올렸다. 오전 내내 4시간 동안 했다’라는 문장이 있습니다.


이 문장은 독자들에게 물건을 포장하는 과정을 알려줍니다. 그러나 굳이 알 필요는 없겠죠. 하지만 제 의도는 ‘일이 힘들다’라는 감정을 전달하는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었습니다. ‘일이 힘들었다’라는 한 문장으로 끝날 수 있지만 저렇게 길게 늘어놓음으로써 독자들은 머릿속에 영상으로 그리며 힘들다는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뒷 문장에서도 비슷한 의미가 반복됨으로써 독자는 점점 더 강하게 감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결국 제가 의도한 주제인 물건을 받으신 분들이 집품하고 포장하고 배달한 분들의 노동을 한번 생각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온전히 전달하기 위해 길게 늘어놓은 것입니다.


많은 신문 칼럼들은 독자들을 이성적으로 설득하는 글이지만 제 칼럼은 독자들에게 감정적으로 다가가는 글입니다. 저의 마음이 독자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었기를 바랍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칼럼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대형 물류 센터에서 문자가 왔다. 출근하면 알바 일당에 수당을 붙여 준다는 내용이었다. 8월 중순부터 시작해서 일주일에 한 번씩 왔는데 처음에는 3만원, 다음에는 5만원, 9월 첫 주에는 7만원을 붙여 준단다. 하루 9시간 일당이 9만원이 조금 넘는데 수당 7만원이라니 눈이 번쩍 뜨였다. 한여름에 너무 힘들어 가지 않았는데 7만원 수당을 보자 마음이 혹했다. 내 실력을 인정하는 건가?


출근 신청을 하고 승인을 받았다. 그게 추석 연휴 한 달 전이었다. 물건을 집어 카트에 싣는 집품장에서 얼마간 일한 후 포장장으로 배치되었다. 그곳은 끝이 보이지 않는 넓은 공간 안에 컨베이어 벨트가 뱀처럼 꾸불거리며 가득 차 있었다. 벨트 옆으로는 작업대가 지네 다리처럼 나와 있었고 알바들은 거기에 들어가 포장을 했다. 집품 박스가 도착하면 물건을 꺼내 바코드를 스캔하고 포장을 한 후 운송장을 붙이고 컨베이어 벨트 위에 실었다.


9월 한 달간 신청하는 대로 출근 승인이 되었고 비록 하루이지만 고액의 수당도 받아서 회사가 고마워졌다. 그래서 10월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전날 물건이 많을 줄 알았지만 일부러 출근 신청을 했다. 오랜 다닌 알바들은 1년 중 물건이 제일 많은 날이라고 말했다.

아침 8시에 조회를 하고 작업대로 들어서면서 입이 벌어졌다. 160개들이 유명 브랜드 커피믹스 박스가 대형 카트에 20개씩 실려 3단으로 서 있었다. 개별 박스는 대형 포장 박스로 6개씩 묶여 있는데 그걸 뜯는 것도 쉽지 않았다. 박스는 개당 약 20킬로라 여러 개를 들어 작업대로 옮기는 데도 힘이 들었다.


*아래 내용은 링크를 따라가시기 바랍니다.

https://www.kmib.co.kr/article/view.asp?arcid=1759292440&code=11171476&cp=nv

* '가을 책 읽기' 연재는 원래 일요일 내일 발행할 예정이었으나 추석 준비하느라 한번 쉽니다. 이틀 후면 추석이네요. 좋은 추석 보내시고 둥근 보름달도 꼭 챙겨 보시기 기원합니다!


keyword
이전 15화북토크 ‘중년 여성의 품위 있는 알바 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