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여성의 품위 있는 알바 생활’ 북토크
연속적으로 일하진 않았지만 거의 3년간 매주 공장 알바를 하면서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가장 큰 건 육체노동이 우울감과 고립감을 벗어나게 한다는 겁니다.
그게 꼭 육체 노동일 필요는 없고 사무직 같은 회사 생활도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제가 아는 작가 지망생 분은 보험사 콜센터에 나가 일하면서 고립감을 벗어날 수 있었다고 했어요. 흔히 우리가 생각하듯이 전화 응대가 그렇게 어렵지도 않았지만 회사 생활이 재밌었던 건 함께 일하는 언니들과 도시락을 나눠 먹으며 수다를 떠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단 매일 뱃살이 늘어나고 살이 쪄서 고민이라고 했습니다.
육체노동을 하면서 제가 깨달은 건 신체적으로 움직이는 게 우울감까지 해소한다는 것입니다. 저도 큰 아이가 5살일 때 회사를 그만두고 10년 동안 집에서 육아만 하고 동시에 작가 지망생을 하며 오랫동안 실패해서 너무 우울하고 친구 관계도 차단하며 스스로를 고립시켰습니다. 그런데 돈을 벌기 위해 공장 알바를 하면서 육체적으로 움직여 우울감을 해소했고 함께 일하는 언니들과 수다를 떨면서 고립감을 벗어났습니다.
공장으로 일하러 나온 여성들 중에는 외제차를 몰고 나오는 이도 있고 건물주도 있고 저처럼 경력 단절 여성들도 있었어요. (책을 낸 후 이 부분이 가장 호응을 많이 받았습니다. 많은 분들이 ‘나도 외제차 끌고 공장 알바 나오는 언니 봤다’고 증언을 하셨어요.) 그들이 공장에 나오는 이유는 물론 돈을 버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나오는 것 자체가 좋은 거였습니다.
‘여기 나오면 시간이 잘 가서 좋다’
‘몸을 움직이니 다른 생각이 나지 않아서 좋다’
‘내가 뭔가를 해 내고 성과를 내는 것이 재밌다’
‘집에서는 인정을 받지 못하지만 공장에서는 내가 인정을 받는다’
고 말씀하시는 여성들이 많았습니다. 육체노동이 많은 중년 여성들을 우울감과 고립감을 벗어나게 하는 것은 성취감과 재미를 주었습니다. 경력 단절 여성들에게 구세주의 역할입니다.
그에 못지않게 제 책에서는 ‘경쟁 사회에서 탈락하는 이들이 자신을 세우는 법’ ‘1등 말고 탈락한 99명이 행복한 사회’ ‘혼자 말고 함께 일하는 즐거움’ ‘길을 잃은 20대를 위한 알바 사용법’ ‘알바로 스스로 자기 삶의 주인공이 되는 법’과 같은 자기 성찰적 이야기들이 많이 들어 있습니다.
그동안 북토크는 주로 공장에서 일어난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얘기했습니다. 9월 동두천 독립서점 ‘잘될 거야 책방’에서는 40대 여성 참석자분이 공장에서 일을 하면서 무시할까 봐 주변 사람들에게 밝히지 못했는데 제 북토크를 듣고 다시 공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사람들에게도 자신 있게 밝히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작가로서 가슴 뿌듯한 순간이었습니다.
이와 달리 10월 22일에 하는 고양시 독립 서점 ‘세리 서점’에서 하는 북토크에서는 육체노동의 사회적 의미와 인문적 성찰에 대해 많이 얘기해 보려고 합니다. (경기도 독서 동아리 활동 지원 사업의 하나입니다) 신청을 받아보니 고양 파주 지역 브런치 작가님들이 많이 옵니다. 시간이 되시면 다른 지역 분들도 많이 오세요.
시간 : 10월 22일 수요일 오후 7시 30분.
장소 : 세리서점 (고양시 일산동구 강송로 87번 길 8-23 1층. 백석역 10분 거리)
참가비 : 무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