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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로운 Mar 03. 2024

17화. 모자 (母子) 알바

내게는 군대에 가 있는 아들이 있다. 대학을 휴학한 후 입대하기 전, 집에서 놀 때 알바 가자고 꼬셨다. 맨날 엄마 알바 가니까 밥은 알아서 해 먹으라고 했으니 엄마가 얼마나 고생하는지 보여 주고, 체험하게 해 주고 싶었다.     

 

김 상무에게 전화해 아들 알바를 부탁하니 웃으면서 좋은 곳이 있다고 배정해 주었다. 남자 알바와 여자 알바를 동시에 찾는 공장이었다.      


보통 의류 포장 공장에서도 여자 알바 7명쯤이면 남자 알바 한 명을 붙인다. 남자 알바들은 무거운 박스를 들어 팔렛에 쌓은 일을 한다.     


소개해 준 공장은 화장품류 포장 공장이었다. 가기 싫다는 애를 겨우 달래고 꼬셨다. 여자 알바보다 많은 일당은 무조건 니 돈이고 수당으로 만원을 붙여준다고 했다.      


늙은 엄마는 힘든 일 하는데 키도 엄마보다 크고 덩치는 산만한 아들이 편안한 의자에 앉아 게임이나 하고 있냐고 엄포까지 놓으면서. 아들은 마지못해 대답했다. ‘알았어!’     

다음날 아침, 침대에 누워 자고 있는 애를 깨워 차를 태우고 가면서도 나는 걱정스러웠다. 집에서 맨날 챙김만 받던 아들이 덩치만 산만큼 컸지 제대로 사람 노릇이나 할 수 있을지 말이다. 그래서 신신당부했다. 가서 반장님 말씀 잘 듣고 일할 때 핸드폰 보지 말고 열심히 일하라고. 세상은 냉혹하다고.      


아침 8시 50분, 사무실에 들어가니 사장과 반장이 모두 50대 여성들이었다. 벌써 김상무에게 들었는지 우리가 들어서자 ‘모자 (母子) 알바’ 왔다고 반겨주셨다. 중년 여성 사장님은 아들을 보더니 잘 생겼다느니 덩치가 곰 같아서 일을 잘하겠다느니 너무 칭찬해 주셨다. 아들은 그저 ‘흐흐흑!’ 웃기만 했다.     


작업장으로 가는 길에 나는 아들이 철없이 굴까 봐 손을 꼬집으며 정신 바짝 차리라고 당부했다. 그래도 아들은 귀에 이어폰을 꽂으며 말했다.     


‘내가 알아서 해!’     


남자 알바 셋, 여자 알바 셋이 함께 화장품을 포장하는 일은 쉬웠다. 박스도 그다지 무겁지 않았다. 아들은 귀에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으며 박스를 날랐는데 나는 신경이 쓰였다. 그러나 반장은 상관하지 않는 듯했다.      


오후 박스 쌓는 일이 끝나고 다른 작업으로 변경할 때 반장이 아들에게 엄마 옆에 가서 일하라고 말했다. 함께 화장품을 포장하던 다른 알바 언니들이 반가워하며 곰 같은 덩치의 아들에게 귀엽다고 난리였다. 아들은 헤헤거렸다.     


내가 포장을 하느라 손을 바쁘게 놀리며 눈을 부릅뜨고 귀여운 척하지 말고 일하라고 하자 아들이 말했다.  

   

‘엄마! 그거 냅 둬! 내가 할게!’     


다른 알바 언니들이 효자 아들 왔다고 난리 났다. 휴! 속사정은 모르고.     


다음날 아침 9시 10분, 집안일을 하고 있는데 김상무에게서 전화가 왔다. 다급한 목소리였다.      


“아드님, 어디 아프세요?”     


나는 아니라고 말하며 무슨 일이냐고 묻자 화장품 공장에 아들이 출근을 안 했다는 거다. 김상무는 화장품 공장 사장님의 부탁으로 전날 아들에게 그날도 출근해 달라고 문자를 보냈고 아들은 ‘네! 알겠습니다!’하고 답을 했단다.     


그렇지 않아도 나는 김상무에게 아들에게 직접 연락해 달라고 부탁했었다. 성인이니까. 연락을 받은 아들은 내게 얘기하지 않은 거다.     


김상무의 전화를 받고 나는 너무 당황스럽고 미안해 얼굴이 빨개졌다. 당장 아들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서 자고 있는 아들의 등짝을 손으로 스매싱했다. 철썩! (그러나 아들은 꿈쩍도 않고 내 손만 아팠다)     


“엄마! 왜?”     


밤새 게임하느라 늦게까지 자고 있는 아들에게 소리를 빽 질렀다.     


“세상이 그렇게 만만한 줄 아니? 니가 안 나가면 피해 보는 사람들이 몇 인대?”     


아들을 겨우 챙겨 차에 태우고 공장 앞으로 데려다줬다. 그래도 나름 본인 자존심이 있어 공장 문 500미터 앞에서 내려줬다. 엄마가 태워 준거 들키면 안 된다고 아들이 부탁했다. 그리고는 내려서 걸어온 척했다.   


  

김상무에게 전화를 걸어 출근했다고 미안하다고 말하니 김상무가 말했다.      


“20대 남자 알바들은 항상 불안 불안해요. 출근한다고 말해 놓고도 안 하는 경우가 많아서요.”     


철없은 20대 아들은 언제 철이 들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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