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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로운 Mar 10. 2024

18화. 알바 오빠

공장에 오는 남자 알바들도 여자 알바들처럼 보통 50, 60대와 20대로 양분된다. 30. 40대는 거의 없다. 20대 남자 알바들은 진짜 알바들이다.   

   

특징이 6시 땡 하면 바로 박스를 들고 가는 길일지라고 그대로 바닥에 버려두고 퇴근한다. 그런데 중년 남자 알바들은 6시가 넘어도 그 버려진 박스들을 들어 팔렛 위에 올려놓고 퇴근하신다.   

   

중간 규모 정도의 의류 포장 공장에 갔던 때였다.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회사였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정직원 남자 부장이 있었다. 빡빡머리인 부장은 목에 칼자국이 나 있고 특전사 마크가 붙은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출근한 날은 홈쇼핑 방송이 나간 다음이라 택배 나가야 하는 출고 물량이 많았다.      


그런데 회사가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알바들의 기술에 기대고 있었다. 나를 포함해 7 명이 출근했는데 출고 프로세스에 익숙한 우리가 접착 기계에 붙어 출고 작업을 진행했다.      


손이 안 보이게 빠르게 박스를 접고 옷을 던져 넣고 접착 기계 안에 밀어 넣은 후 운송장을 붙이고 팔렛에 쌓는 일을 매끄럽게 진행했다. 알바 언니들의 기술을 부장은 눈이 커져서 침을 삼키며 지켜봤다.     


‘여사님들! 어떻게 일을 그렇게 빨리 해요! 대단하다!’     


점심 식사 자리에서 부장은 탄복했다. 알바 언니가 물었다.   

  

‘특전사 기술보다 죠?’     

‘비행기에서 낙하산 지고 떨어지는 것보다 대단하네!’     



칼자국이 나 있는 목울대를 울리며 특전사 부장이 대답했다. 눈을 반짝이며 우리가 하는 일을 배웠다.  

   

부장의 나이는 50대였다. 비행기에서 낙하산 지고 떨어지는 게 세상에 나와 먹고사는 데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날카로운 눈빛은 접어 두고 순둥 한 눈으로 알바들을 아다녔다.     


이후에도 몇 번 더 그 공장으로 나갔는데 부장의 기술은 매번 늘어 있었다. 비행기에서 낙하신 지고 떨어지는 담력과 힘이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보다 대단한 일은 특권사 부심 따위는 접어 두고 알바 언니들을 쫓아다니는 마음이다. 특전사 마크가 귀여워 보였다.      


의류 포장 공장에 일이 없어 일반 잡화 포장 공장으로 간 날, 나는 흰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년 남자 알바와 함께 일하게 되었다. 어린이용 종이 장난감들을 조립 포장하는 일이었다.     


무거운 마분지를 옮겨 디자인 대로 접고 조립하는데 마분지가 크고 무거워 남자 혼자서도 들 수 없었다. 물론 나는 함께 날랐다.      


‘이거 혼자 해도 되는데... 다른 무거운 건 절대 들지 마세요!’     


깔끔한 옷차림의 남자 알바는 중후한 목소리로 미안해하셨다. 다른 부속품들을 들을 때도 여자 알바들이 절대 못 들게 하고 혼자 날랐다.      


그러나 종이 장난감을 조립할 때는 역시 섬세함이 부족했다. 여자 알바들처럼 빠르고 세밀하게 하질 못했다. 가끔 실수할 때 내가 도와 드렸다.     


‘고맙습니다!’     


그분은 정중하게 말씀하셨다. 점심 식사 후 우연히 말을 하게 되었다.     


‘저 대기업 이사였어요’     


누구나 다 아는 이름의 대기업이었다. 그럼 퇴직금도 많이 받았을 텐데 편안하게 쉬시지 왜 이런 일을 하느냐고 묻자 역시 예상대로 대답하셨다. 골프도 치고 등산도 가고 해외여행도 가지만 이렇게 노동하는 즐거움이 있다고.      


다른 사람들이 무시하지 않느냐고 묻자 무시 좀 당하면 어떠냐며 대답하셨다. 세상에는 무시당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고 말하시며...      


60대인 그분은 오후에 작업에 복귀해서도 나이 어린 반장 지시도 잘 따르고 여자 알바들 무거운 거 들지 못하게 혼자 척척 들었다.      



비록 막노동을 할지라도 말도 정중하시고 배려가 넘치시는 품위 있는 인간의 모습이다. 힘도 세신 그분에게 알바 언니들이 불러 드렸다.      


‘오빠!’          


* 글 속 이미지는 ShutterStock AI로 생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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