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TBS에서 방송하는 일본 드라마 ‘Eye Love You’가 신드롬적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나는 일본 여주인공과 한국 남주인인공의 로맨틱 코미디라 해서 보게 되었다.
일본 여주인공은 사람의 눈을 보면 마음을 읽은 수 있는 능력이 있는데 덕분에 연애를 못하다. 그런데 한국 남자를 만나 마음을 읽을 수 없어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이 굉장히 재미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잘 생긴) 한국 남자에 대한 인기가 높다. 유튜브에는 유럽으로 여행 간 말끔한 한국 남자를 여자들이 쫓아다니는 영상이 적지 않게 있다. (제 알고리즘이 좀 이상하지요?) 한국 남자 아이돌의 전 세계적인 인기 덕분인 것 같다.
그런 한국 남자에 대한 환상을 일본에서 드라마로 만든 것이다. 일본에서도 한국 남자 아이돌 인기가 어마무시하게 많고 그런 현상이 한국 남자는 잘 생기고 세련되고 옷도 매너가 좋다는 환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본 TBS는 이런 현상을 이용해서 일본 여자와 한국 남자가 연애를 하는 드라마를 만들어 냈다. 남자 주인공 배우 채종엽은 일본 여자들이 선호하는 한국 남자 이미지로 정밀하게 계산되어 선택되었다고 한다.
그런 것보다는 나는 이 로맨스에서 남녀 사이의 역학 관계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었다. 여자 주인공은 연상에 잘 나가는 능력 있는 중소기업 사장이고 남자 주인공은 연하에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인턴이다. 둘은 여성 상사, 남자 부하 관계이다. '
가장 최근 한국 20, 30대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던 ‘킹스 랜드’를 보면 여자 주인공이 씩씩하고 쾌활하고 성실한 부하이고 남자 주인공은 재벌 3세에 거만하고 성격이 못되고 돈이 많은 상사이다.
일본에서는 능력 있으나 허당에 귀여운 매력이 넘치는 여성이 능력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몸집이 크나 귀엽고 직진하는 연하 남자에게 연애 감정을 느끼는 트렌드가 대세라는 얘기이다.
둘째, ‘Eye love you’에서는 환경 보호 메시지가 굉장히 세게 곳곳에서 나온다. 여자 주인공은 폐기되는 카카오 껍질을 이용해 친환경 초콜릿과 커피를 만드는 회사의 사장이다. 또한 남자 주인공은 멸종 보호 동물인 해달을 보호하는 일에 적극적이다.
여자 주인공은 석유로 오염된 바다에 해달에 있는 것을 보고 구하려고 바다에 뛰어들었다가 아버지가 다치는 사고를 당하고 마음을 읽는 능력을 얻게 되었다.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이 대화를 하는 계기가 된 것도 친환경 비눗방울을 쓰게 되면서이다.
드라마가 보통 사회의 주요 트렌드를 반영하는 걸 생각한다면 일본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환경 보호 메시지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이 드라마가 가지는 사회적 메시지가 보인다.
반면 내가 독서 모임에서 만나는 30대 한국 여성들은 이 드라마가 재미없다고 말한다. 드라마 안에 사건이 없고 갈등이 약하다고. 특히 여자 주인공이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을 가졌는데 한국 드라마에서라면 전 남자친구와의 관계에서 바람 피우는 걸 알아채고 김치 싸대기를 날리는 장면이 나왔을 것이라고 웃었다. 최근 드라마 ‘웰컴투 삼달리’에서처럼 말이다.
또한 여자 주인공에게나 남자 주인공에게 적대적 빌런이 없고 인물들이 다들 착하고 순진하다. ‘킹스 랜드’의 남자 주인공에게 강력한 빌런이 있어 드라마 전개에 끓임 없이 사건을 일으켰던 걸 생각하면 한국 드라마와 일본 드라마가 얼마나 차이가 큰지 알 수가 있다. (일반적으로 일본 대중은 갈등을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일본에서 인기를 끌었던 로맨스나 휴먼 장르 드라마들을 보면 이렇게 사건이나 갈등이 약해서 잔잔하게 끌고 나간 게 대부분이다. 한국 드라마는 역동적이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일본 드라마를 젖히고 인기를 끌었다고 볼 수 있다.
드라마는 예술이라기보다는 상품에 가까운데 그렇다고 비하할 것은 아니다. ‘Eye love you’의 환경 보호 메시지처럼 사회적 메시지를 강력하게 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비록 판타지이기는 하지만 드라마가 젊은 여성들에게 연애하고 싶은 마음을 심어준다면 얼마나 다행인가? 결혼한 여성들에게도 현실에 치여 사느라 잊고 있던 달달하고 부드러운 마음을 불러일으킨다면 얼마나 좋은가? 힘들고 팍팍한 현실을 잠시 잊고 또 다른 한 발을 디딜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으니 말이다.
* 모든 사진은 일본 TBS 'Eye Love You' 홈페이지에서 따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