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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이미치 Mar 20. 2024

매화꽃 향기는 꿈결처럼 흐르고

지난 주 광양 매화 마을에 다녀왔어요.

매화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꿈결처럼 흐르더라고요.

봄바람이 불자 김용택의 시가 떠올라

마음이 흔들,

매화 마을에 갔습니다.    

       

섬진강 매화꽃을 보셨는지요 / 김용택     


매화꽃 꽃 이파리들이

하얀 눈송이처럼 푸른 강물에 날리는

섬진강을 보셨는지요

푸른 강물 하얀 모래밭

날 선 푸른 댓잎이 사운대는

섬진강가에 서럽게 서보셨는지요

해 저문 섬진강가에 서서

지는 꽃 피는 꽃을 다 보셨는지요

사랑도 그렇게 와서

그렇게 지는지

출렁이는 섬진강가에 서서 당신도

매화꽃 꽃잎처럼 물 깊이

울어는 보았는지요

푸른 댓잎에 베인

당신의 사랑을 가져가는

흐르는 섬진강 물에

서럽게 울어는 보았는지요.    


섬진강도 푸르게 흘렀습니다.



혼자 여행을 감행했습니다. 홀로 여행에는 역시 여행사 버스죠. 겨울 산 여행을 여행사 버스로 혼자 간 것처럼요.


역시 버스 안을 가득 채운 여행자들은 대부분 여성이었어요. 저처럼 혼자인 중년 여성분들도 많았고요. (세상의 중년 여성들이여! 홀로 여행을 두려워 말라!)


혼자 온 중년 여성 분과 괜히 말 걸고 같이 다녔습니다. 서로 개인 사정 얘기 따위는 말하지 않습니다.


가는 길에 안도현의 시가 바위에 쓰여 있었습니다.     


이른 봄날/ 안도현     


이른 봄날, 앞마당에 쌓인 눈이

싸묵싸묵 녹을 때 가리

나는 꼭 그러쥐었던 손을 풀고

마루 끝에서 내려선 다음,

질척 질척한 마당을 건너서 가리

내 발자국 소리 맨 먼저 알아차리고

서둘러 있는 힘을 다해 가지 끝부터 흔들어보는

한 그루 매화나무한테로 가리     


질척 질척한 땅을 넘어가지 끝부터 흔들리는 매화나무 (너)에게 가려는 의지가 마음을 두드립니다   

  



홍매화 / 도종환     


눈 내리어 쌓여 소백산 자락 덮어도

매화 한송이 그 속에서 핀다     

나뭇가지 얼고 또 얼어

외로움으로 반질반질해져도

꽃봉오리 솟는다     

어이하랴 덮어버릴 수 없는

꽃 같은 그대 그리움     

그대 만날 수 있는 날 아득히 멀고

폭설은 퍼붓는데     

숨길 수 없는 숨길 수 없는

가슴속 홍매화 한 송이


광양은 제가 좋아하는 시인 윤동주와도 인연이 깊은 곳인데요 윤동주의 연희 전문 시절 후배 정병욱의 고향이자 기념관이 있습니다.


정병욱은 윤동주가 연희 전문 시절 썼던 시절 원고지로 묶은 시집 3부 중 하나를 여기 고향 집에 숨겨 목숨 걸고 지켰던 분입니다. 덕분에 윤동주의 시가 세상에 나와 우리가 지금 보고 있습니다.    

  

봄/윤동주     


봄이 혈관 속에 시내처럼 흘러

돌, 돌, 시내 가차운 언덕에

개나리, 진달래, 노오란 배추꽃     

삼동 (三冬)을 참아온 나는

풀포기처럼 피어난다.     

즐거운 종달새야

어느 이랑에서 즐거웁게 솟쳐라     

푸르른 하늘은

아른, 아른, 높기도 한데...     

(1942년 추정)


마을에 관광객이 너무 많아 힘들었다고 합니다. 저는 다행히 평일에 가서 조금 여유롭게 돌아볼 수 있었어요.


봄 꽃구경 못 가신 분들 마음속에 꽃바람이 슬며시 스며들었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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