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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로운 Apr 03. 2024

현대 중국 로맨스 영화 ‘먼 훗날 우리 (후래적아문)’


* 이 리뷰는 스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많은 로맨스 영화들이 있지만 중국 로맨스 영화는 흥미로웠다. 그것도 현대 중국을 배경으로. ‘먼 훗날 우리 (한국명. 영어명 Us and Them)’는 2017년 류뤄잉 (유약영) 감독이 만든 영화로 경제적으로 성장하는 중국을 배경으로 베이징에서 성공하고자 하는 청년들의 사랑을 그린다.      


남자 주인공 린첸칭 (배우 징보란)은 친한 친구들과 시골 고향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같은 고향으로 가는 여자 주인공 샤오샤오 (배우 저우둥위)를 만난다. 중국에서는 춘절, 베이징에 사는 사람들이 고향으로 대규모로 내려가는 건 유명한데 우리 식으로 말하면 민족 대이동이다. 영화는 이 현상을 배경으로 한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이혼하여 없는 외로운 샤오샤오는 린첸칭의 아버지 식당에서 따뜻한 춘절을 지낸다. 당돌하고 꿋꿋하게 베이징에서 돈을 버는 샤오샤오의 목표는 베이징 남자를 만나 결혼하여 베이징 시민이 되는 것이고 베이징에서 대학생인 린첸칭은 컴퓨터 게임을 개발하여 성공하는 것이다.     


베이징에 돌아와서 샤오샤오는 이런저런 베이징 남자를 만나 연애하지만 다 실패하는데 린첸칭이 보듬어줘 둘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샤오샤오의 매력이 다 나온다. 욕을 오지게 잘하고 술도 많이 마시며 거침없이 행동하는 여자. 린첸칭은 그런 매력이 빠진다.     


린첸칭은 게임 개발하면서 생계를 잇기 위해 온갖 일들을 다하는데 그중 하나가 불법 에로 비디오를 파는 거였다. 그러다가 단속에 걸려 감옥에 가는 바람에 다음 해 춘절 고향 아버지에게 가지 못한다. 샤오샤오이 대신 가서 아버지를 위로한다. 이때부터 샤오샤오는 사랑만 있다면 뭐든 괜찮고 헌신적인 여자로 변한다.   

   

감옥에서 나온 린첸칭 와 샤오샤오는 본격적으로 사랑에 빠져 영화 포스터 같은 아름다운 장면들을 연출하지만 가난은 점점 이들을 지치게 한다. 생계를 위해 하는 일들은 너무 비참하고 그 일마저 잃자 둘은 집을 빼고 물이 줄줄 새는 반지하 집으로 이사를 간다. 린첸칭은 사랑을 사치라고 생각하며 샤오샤오마저 무시한다.


샤오샤오는 린첸칭의 집을 떠나고 린첸칭은 뒤늦게 그녀를 따라 지하철 역으로 가 그녀가 탄 기차에 도착한다. 하지만 문이 열린 채 서 있는 기차에 린첸칭은 올라타지 못한다. 서로 막막한 표정으로 마주 보는 두 사람.


이렇게 과거는 컬러로 나온다. 두 사람은 10년 뒤 현재 베이징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다시 마주친다. 날씨 악화로 비행기는 뜨지 못하고 둘은 하룻밤 묵어야 하는 호텔 방 안에서 과거 얘기를 한다. 결혼해 아이까지 있는 린첸칭은 ‘그때 내가 기차를 탔더라면 우리가 지금 달라졌을까?’ 하고 묻고 샤오샤오는 ‘아마 너는 성공하지 못했을 거야’라고 답한다.     


 


과거 한번 헤어진 후 게임 개발로 성공한 린첸칭이 다시 샤오샤오를 연락해 만난다. 린첸칭이 집을 구했다며 같이 살자고 하자 샤오샤오는 집이 아니라 보금자리 (사랑)를 원한다고 답한다. 그러자 린첸칭은 맞다고 이제 사랑과 보금자리 (집)를 다 줄 수 있다고 대답하자 샤오샤오는 진절머리를 내며 떠난다. 아직도 린첸칭이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샤오샤오에게 보금자리는 사랑이지만 린첸칭에게는 그냥 집이다. 샤오샤오는 영원한 사랑을 바라지만 린첸쳉은 성공했을 때에만 사랑이 의미 있는 것이다.      


이런 식은 예전에 한국 드라마에서 많이 봐 왔던 공식이다. 아직 성장하고 있는 사회 속에서 남자는 성공을 위해 여자를 버리고 여자는 사랑을 안고 산다. 성장하는 사회에서는 계급 상승이 가능해 이런 신화가 먹혀들지만 그런 사다리에 올라타기 힘든 여자들은 흔히 성공의 희생자로 그려진다.      


그러나 이미 성숙한 사회에서는 다른 로맨스가 그려진다. 미국 영화 ‘라라 랜드’도 성공과 사랑의 공식에 대해 그린다. 남자 주인공이 음악으로 성공해 장기간 월드 투어를 떠나자 배우로 성공하기 위해 연극 무대를 계속해야 하는 여자 주인공은 따라가지 못해 둘은 헤어진다.      


중국은 아직 성공 신화가 작동하는 사회 (2018년)라 이런 로맨스 물이 나올 수 있었다. (2024년 지금은 잘 모르겠다) 샤오샤오는 성장의 기차에서 떨어진 탈락 계층이다. 아니 린첸칭과의 결합을 거부하는 걸 보면 스스로 탈락을 자초하며 새로운 가치를 찾아 나서는 인간인지도 모르겠다. 샤오샤오에게 성공보다는 ‘사랑’이라는 가치가 더 중요하니까.      


많은 문학 작품에서처럼 이 영화는 자본주의 성공 신화에서 탈락한 대중들을 위로하며 사랑의 가치에 대해 일깨워주는 로맨스물이다. 그래서 2018년 중국 극장에서 박스 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많은 베이징 청춘들의 슬픔을 달래 주었는지 모르겠다.     


지금 한국 사회에 대비한다면? 한국 사회에서 20대 청년들은 연애만 하지 집을 사지 못하고 아이들 키울 돈을 못 벌 것 같아 결혼을 못 하고, 안 하는 게 대세이다. 아마 한국 영화라면 두 남녀는 이별하면서 ‘우리 헤어져. 더 이상 우리에게 미래는 없어. 결혼할 것도 아닌데 시간 낭비하지 말자!’ 하고 대사를 칠 것 같다.  

   

이 영화에서는 린첸칭의 고향 아버지도 깊은 여운을 남긴다. 린첸칭이 성공한 후 베이징으로 오라고 하자 아버지는 거부한 후 샤오샤오에게 편지를 보낸다. ‘부모에게 자식이 누구와 함께 하든 말든, 성공하든 말든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자식이 제 바람대로 잘 살면 그걸로 족하다. 샤오샤오! 너는 내 가족이다. 힘들면 언제든지 돌아와라!’     


가족이니까 성공하든 못하든 어떤 모습으로 살든 그 모습 그대로 안아준다는 말이 크게 공명한다. 둘의 사랑은 어떻게 됐냐고? (이제부터 스포입니다) 결국 이루어지기는 한다. 컴퓨터 게임 안에서.    

  

린첸칭이 만든 게임이 성공하는데 내용이 남녀 사이의 사랑이라는 뻔하디 뻔한 클리셰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 현재에서는 내내 흑백이던 둘의 관계가 컴퓨터 화면 안에서 컬러로 변한다. 그때가 감동적이다.     


* 이미지는 네이버 영화 소개에서 가져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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