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로운 Sep 13. 2024

대중 매체 시대의 사랑 '노팅힐'

라라 랜드의 여주인공 미아는 영화배우 즉 할리우드의 스타가 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대중이 환호하는 스타가 되기는 어렵다. 대신 스타를 환호하는 일반인이 된다. 그런데 만약 내가 일상생활 속에서 스타를 만나고 그 혹은 그녀와 사랑에 빠진다면...     



그런 판타지를 충족시키는 영화가 노팅힐이다. 1999년 영국에서 개봉된 이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남자 주인공은 엄청난 일반인이다. 남자 주인공 윌리엄은 수줍음이 많지만 상식적이고 성실하며 남을 배려하는 너무나 일반인이다. 런던의 노팅 힐에서 여행 전문의 아주 작은 서점 (쫄쫄 굶어 죽을 것 같은)을 운영하는 사장이다.      

그런 그에게 판타지가 굴러 들어온다. 할리우드의 예쁘고 유명한 여배우 애나가 커다란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린 채 서점에 들른 것이다. 런던 관광의 거리인 노팅힐에 놀러 나왔다가 잠깐 들렀겠지. 이런 영화에서 남자 주인공이 사랑에 빠질 여주인공을 단번에 알아본다면 재미없다. 역시나 수줍음이 많은 윌리엄은 알아보지 못하고 책을 권한다.     


그러나 인연은 반드시 이어져야 하는 법. 윌리엄은 근처의 카페에서 오렌지 주스를 사고 나오다가 길을 지나가던 애니와 부딪혀 그녀의 옷에 주스를 잔뜩 쏟는다. 그때까지도 애니가 누군지 못 알아보는 윌리엄은 자신의 집이 근처에 있으니 그곳에서 옷을 갈아입자고 제안한다. 애니는 스타답게 그를 미심쩍어 대하며 날카롭게 반응하지만 그의 집이 진짜 길 맞은편파란 대문 집이라 따라가게 된다.   

   

집은 런던 유명한 거리에 있는 집답게 비좁은데 옷을 갈아입고 나오는 애니를 보며 윌리엄은 비로소 그가 유명 스타임을 알아본다. 수줍음이 많은 남자답게 허둥지둥 아무 말이나 하며 영국인답게 차를 권하는데 애니는 그런 그가 귀여운지 쳐다보기만 한다. 급기야 그에게 갑작스럽게 키스까지 한 후 오늘 일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스타답게 부탁한다.   

   

윌리엄은 엄청난 스타와의 키스가 믿어지지 않지만 밤에  그녀가 나오는 영화를 보며 그녀가 자신과 키스를 했다는 걸 속으로만 말한다. 그렇게 엄청난 일반인과 엄청난 스타와의 로맨스는 시작된다.     



이어진 줄거리는 대중 매체 스타의 로맨스답게 스타의 문제들로 계속 연애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녀의 남자 친구가 나타나고, 기자들이 달려들고, 스타와 일반인 사이의 인식의 차이가 사랑을 방해한다.     


애니는 여배우답게 약간 헤픈 구석이 있다. 윌리엄과의 첫 만남에서부터 키스를 하고 두 번째 만나는 데이트에서도 먼저 키스한다. 그리고 급기야는 데이트를 마치고 호텔 앞에서 헤어질 때 방에 들어갔다 가라고 말한다. 남자 친구가 있는데도 말이다.      


그녀의 방에 갔다고 남자 친구가 와 있는 걸 알게 된 윌리암은 호텔 서비스 직원으로 행세하며 해프닝을 벌인다. 그가 돌아서 나오는 데 너무나 씁쓸하다. 그 모습에 너무 감정 이입이 된다고 말했던 아는 남자가 있었다. 평소 여배우들을 흠모했던 남자였다.     


애니가 어릴 때 찍은 포르노 사진으로 다시 타블로이드 이슈에 휘말리고 괴로운 마음에 윌리암을 찾아오자 윌리암은 그녀를 경계한다. 단지 친구로서 그녀를 위로하지만 어쨌든 하룻밤을 그녀와 잔다. 다음날 아침 문을 열자 문 앞엔 온갖 기자들이 몰려들어 아우성을 치며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린다. 애니는 윌리암이 정보를 흘렸다고 무섭게 화를 낸 후 헤어진다.     


1년 후 둘은 다시 만나지만 그들이 다시 헤어진 건 스타와 일반인의 인식 차이 때문이다. 애니는 항상 스타답게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윌리암이 아무것도 아닌 사람인 것처럼 말한다. 그걸 윌리암이 듣고 크게 마음의 상처를 입어 그녀에게 이별을 고한다. 그러나 애니는 윌리엄의 서점을 찾아와 ‘자신은 소년 앞에 사랑을 구하는 소녀’ 일뿐이라고 머뭇거리며 말한다. 너무 순수한 모습이다. 대중 스타가 영화 속이 아닌 현실 속에서 이렇게 애원한다면 넘어가지 않을 일반인이 어디 있겠는가?     



사랑도 대중 스타의 로맨스답게 이루어진다. 많은 기자들이 모인 앞에서 둘은 공개적으로 사랑을 고백한다. 기자들은 윌리엄에게 카메라를 들이대며 플래시를 터뜨린다. 그리고 윌리암은 순식간에 신분 상승을 해 애니의 영화제 시상식에 따라다닌다.      



하지만 평범한 삶도 놓칠 수 없다. 결혼을 한 후 한낮의 밝고 평화로운 공원에서 애니는 임신한 배를 안고 윌리암의 허벅지에 누워 책을 읽는다. 상대방이 아무리 유명인일지라도 평범한 삶은 계속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확률은 얼마나 될까? 일반인과 유명 스타와의 진실하고 평범한 로맨스 말이다. 유명 스타와 사랑에 빠지는 건 많은 일반인들이 가지는 환상이다. 그러니까 수많은 스타의 팬덤이 있는 것이다. ‘노팅힐’은 그런 환상을 이루어 주는 영화이다.                

이전 11화 미국 영주권 얻다가 만난 사랑 ‘그린카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