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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큰 Sep 04. 2023

반지 너마저



하루는 큰아이가 뭔가를 내 손에 쥐여주며 말한다.

"자, 선물! 혹시 모르니 끼고 다니세요."

으잉? 반지?

요 녀석이 갑자기 내게 사랑고백이라도 하는겨...?

하고 자세히 봤더니 반지 모양이 귀여운 듯 살벌하다.

아니, 모양만 살벌한 게 아니라 뾰족 튀어나온 두 귀가 깜짝 놀랄 만큼 단단하고 날카롭다.


알고 보니 이게 요즘 잘 나간다는 호신용 반지 너클이란다.

손가락에 끼고 다니다가 위급한 순간에 휘두르면,

적어도 옴짝달싹 못하게 붙잡힌 내 몸을 빼내거나 조금이라도 도망칠 수 있을 정도의 시간을 벌 만큼은

상대방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단다.

정말로 팔 같은 부위에 작정하고 세게 그으면 그 정도의 타격은 충분히 줄 듯 싶다.


참, 무서운 물건이고 무서운 세상이다.

끔찍한 뉴스들을 하루도 빠짐없이 듣게 되는 요즘 아닌가. 산책도 마음 놓고 못하고, 엘리베이터도 함부로 못 타고, 마주 보고 오는 낯선 사람을 아무 이유도 없이 피하게 되는... 그래서 어느 때보다도 호신용품이 불티나게 팔린다는 뉴스도 들은 것 같은데, 하, 반짝반짝 예뻐야 할 반지까지 이렇게 야무지게 호신용품 노릇을 하는 세상이 올 줄이야.


궁금해서 검색을 해봤다.

이런 용도의 제품들을 판매하는 사이트에 달린 구매자들의 상품평에는 약속이나 한 듯 이런 말들이 달려있었다.

'절대로 쓸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나도 그렇다. 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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