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달력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토끼 Sep 12. 2021

허수아비

 넓은 들판에 벼가 익어가고 있었다. 벼는 태양빛을 받아 황금색으로 빛난다. 허수아비는  중간에서 훠이 훠이 열심히 참새를 쫓아냈다. 벼에 달린 곡식은 세상을 덮고도 남을 정도로 많았지만 허수아비의 것은 없다.

 허수아비는 뒷모습으로 말한다. 낡아빠진 옷이 찢어져 뼈대가 보였다. 허수아비 뼈는 나무로 이루어져 있다. 옛날이야기에는 심장이 없어서 용기가 없다던 허수아비도 있었지만, 들판에 서있는 허수아비는 용감한 편이었다. 벼들이 달빛에 그을려 검게 변했을 때도, 허수아비는 용감하게 짐승들을 쫓아낸다.

 곡식을 수확할 시기가 오자 농부는 허수아비 곁에 섰다. 네가 할 일은 끝났다. 허수아비는 조용히 그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일이 끝났다면 무엇을 해야 하지? 농부에게 물었지만 농부는 답을 모르는지 하늘만 쳐다보았다.

 “나도 모르지. 하지만 난 또 내년 봄이 오면 씨를 뿌릴 거야. 그땐 네가 다시 필요하겠지.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농부는 말을 마치고 허수아비의 다리를 꺾었다. 용감한 허수아비는 그렇게 땅에 쓰러져  휴식을 가졌다. 하늘은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넓었다. 허수아비는 가까워지는 트랙터 소리를 들으며 눈을 감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신발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