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신발을 신발장에 넣으며 시선은 신발장에 고정되어,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글을 쓰는 중에도 마치
나침반이 북쪽을 가리키듯 눈은 신발장을 향한다. 신발장은 나를 어디든 떠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마법의 양탄자며 동시에 나를 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게 만드는 자석이다. 나는 신발장에 묶여있는가.
나를 묶은 신발장의 줄은 다소 길어서 어디를 가던 나를 쫓아올 수 있다. 신발장은 줄의 떨림을 통해 나를 느끼고 곧 신호를 보낸다. 끼익 끼익 끼익. 현관문이 덜컹거리는 소리와 신발장 문이 열리는 소리를 느낄 때면 여지없이 나는 집으로 발걸음을 돌리고 있었다.
언젠가는 신발을 벗어두고 밖을 나선적이 있다. 며칠 동안은 신발장이 보내는 신호를 느끼지 못하여 나는 온 거리를 배회하였다. 아무것도 나를 집으로 잡아당기지 못했다.
그러나 양탄자가 없는 삶이란 고달픈 법이어서, 곧 발바닥에 피멍이 들고 여기저기 긁히고 찢어져버렸다. 나는 너덜너덜한 발을 이끌고, 아무도 나를 부르지 않은 집으로 향했다. 신발장은 그 아가리를 벌리고, 낡은 신발들이 마치 자신의 이빨인 양 자랑스럽게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의 이를 하나 뽑아 들고 밖으로 향했다. 발에는 얇디얇은 실이 하나 묶여있었다. 신발장은 나를 느끼고 끌어당기고 집으로 내팽개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