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 봉투 속 치킨 파워

by 트와일라잇

어제 아이들과 함께 인테리어 리모델링 상담을 받기 위해 롯데 마트에 들렸다. 기분좋게 견적 상담을 받다가 내가 생각한 것보다 100만원 정도 높아진 실제 가격에 조금 망설여졌다. 그리고 그 망설임으로 인해서 스스로 초라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100만원이 뭐라고 순간 사람이 가난해지는 느낌을 주다니…….’

나도 모를 일이었다. 남을 위해서는 연간 100만원도 호기롭게 기부하는 내가 10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화장실 인테리어 비용 앞에서 궁색함과 초라함을 느끼다니, 아이러니한 일이다. 갑자기 허기진 마음을 품고 마트 쇼핑에 나섰다. 내 마음과 달리, 아이들이 미처 사지 못했던 크리스마스 선물들을 고르며 기뻐했다. 생각과 달리, 내 마음을 알아챈 걸까?

“엄마, 내가 선물 2개나 사니깐 돈 너무 많이 쓴 거지?”

라고 묻는 큰 딸이 대견하면서도 미안하면서도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사고 싶었던 선물인데, 다 사니까 좋지!”

라고 대답하면서도 속으론 ‘내가 여기에 돈을 써도 되나?’ 하는 마음이 느껴졌나 싶기도 했다. 이렇게 돌아오는 길에, 배고프다는 아이들이 외침에 단골 치킨 집에서 후라이드 순살 반 마리를 주문했다.

치킨 집에 들려서 포장된 치킨을 받는데 냄새가 아주 고소하다. 만원의 행복인가? 후라이드 순살 반마리가 생각보다 알차게 느껴졌다. 노란 봉투 속에 바삭하게 튀겨진 치킨이 참 맛깔스러워 보였다. 맛나게 치킨을 먹는 우리 가족의 모습에서 잊고 있던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열 살의 어느 날, 엄마와 우리 삼남매는 부천 시민회관에서 열리는 ‘가곡의 밤’이란 시민들을 위한 음악회를 보기 위해 나섰다. 우리는 길을 부지런히 걷다가 우연히 만 원짜리 한 장을 주웠다. 사람이 워낙 많은 거리였다.

아주 잠시 고민하던 엄마는

“금방 얻은 돈이니깐 금방 써야 해!”

라고 하시며 음악회를 본 다음 날 우리에게 치킨을 사주셨다. 뜻밖의 치킨을 먹은 그 날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참 맛있기도 했고, 음악회의 여운이 남아 있어서인지 더욱 즐거웠던 기억이다.

아주 소박한 그 즐거움의 시간이, 봉투 속 후라이드 치킨을 먹는 가운데 살아났다. 삶이 고되고, 가끔은 알 수 없는 누군가와의 비교로 말할 수 없이 초라해지는 기분이 될 때마다 추억 하나를 꺼내어 먹으며 되새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 치킨에 담긴 추억의 색깔은 뜻밖의 행운을 얻은 기쁨, 작은 것도 기뻐하는 그 마음이다. 그 마음이 다시 내 마음에 조여 오던 부담감을 가볍게 해주었다.

어른이 되며 잊고 있던 것들의 기억을 계속 소환 중이다. 그 추억의 힘으로 현재의 삶을 더 힘있게 살아내려 한다. 어쩌면 이것이 내가 아이들에게 주고 싶은 유산이자 내가 받은 사랑의 유산이니 말이다. 아이들에게 이 치킨은 어떤 색으로 기억될까? 내가 힘을 얻은 노랑 봉투의 치킨 파워가 아름답게 전해지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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