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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캔두 Sep 26. 2021

잔고와 나의 연결고리, 선순환

흙수저 탈출기 7화

 돈에 대한 공부를 처음 시작할 때, 공통적으로 많이들 추천하는 영상이 있다. 바로 EBS의 <자본주의> 시리즈이다. 같은 제목의 책으로도 출판되었다. 이 다큐 시리즈를 보고서 명색이 경제학과를 졸업했음에도 알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금융 조기교육을 주장하는 이유)


 다큐는 아래와 같이 5개의 영상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에서 나는 2부에 가장 공감이 많이 갔고, 3부를 보면서는 조금 슬퍼졌다.

  1. 제1부 “돈은 빚이다”

  2. 제2부 “소비는 감정이다”

  3. 제3부 “금융지능은 있는가”

  4. 제4부 “세상을 바꾼 위대한 철학들”

  5. 제5부 “국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거식증이나 폭식증 환자들을 보면 보통 몸의 어느 부위가 고장 났다기보다는 마음이 고장 나서 병이 생긴 경우가 많다. 심리적인 문제가 몸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것. 이 심리적인 문제들은 우리의 육체 외에도 소비와 지출 행태에도 영향을 준다.


#소비는 감정이다

 나만 해도 다른 친구들은 다들 크게 힘든 일 없이 사는 것 같은데 왜 우리 집만 이 모양인가 싶어서 우울할 때, 회사에서 사람들 때문에 스트레스받을 때 각종 쇼핑으로 기분을 풀었다. 워낙 남한테(친한 친구들 포함) 속 이야기를 잘 안 하는 편인 데다 매일 밤늦게 퇴근하면서 그 시간에 누구한테 연락할 수도 없고, 주말에는 그냥 지쳐 누워있기 일쑤였다. 

 그리고 "내가 이렇게 힘들게 번 돈 내 맘대로 쓰지도 못하냐!!" 이런 마음으로 쇼핑도 엄청 하고 쓸데없는데 돈을 많이 썼다. 야근 후 집에 가는 택시 안에서, 주말에 침대에 누워서 항상 습관처럼 쇼핑몰을 구경했던 것 같다.


 다큐 2부에도 나오지만 나는  물건 자체보다도 그냥 결제 행위를 할 때 나오는 도파민이 필요했던 거다. 도파민은 게임할 때나 술 마실 때 우리 몸에서 분비되는 물질로, 필로폰을 흡입하는 경우에도 엄청난 도파민이 분비된다고 한다. 3만 원짜리 100개가 아니라 300만 원짜리 명품백 하나를 샀으면 차라리 남는 거라도 있었을 텐데, 결제 행위에 집중하다 보니 나는 그 100번의 결제행위가 필요했다.



#자존감

 심리적인 것(보다 정확히는 자존감 부족)에서 오는 나의 망할 소비습관을 고치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단순히 참고 안으면서 버티는 게 아니라 계속해서 소비를 부르는 그 마음을 어루만져 자존감을 높이는 것이었다. 그래서 한 동안은 돈 공부 책 보다 자존감 관련된 책들을 집중적으로 많이 읽었다. 그렇게 나는 거의 30년간 아무도 들여다봐주지 않았던 나의 마음속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내가 왜 자존감이 낮은지, 자격지심이 있는지에 대한 고민도 많이 했다. 결국은 그것도 돈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TV 드라마에서는 가난한 집 애는 성격이 좋고, 부잣집 애는 성격이 삐뚤어진 것처럼 많이 묘사가 되는데 실제로 현실에서는 집에 돈이 많거나 얼굴도 예쁜 애들이 사랑도 받고 여유로워서 더 성격이 좋기도 하다. 인심은 곳간에서 나온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닐 것이다. 그리고 집이 계속 어려워지면서 집안의 불화가 계속된 것도 한 몫한 것 같다. 집이 돈이 많든가 화목하든가 그래도 둘 중에 하나는 해야 하는데 둘 다 안 되는 이 집구석이 좋을 리가 있나.


 나는 겉으로는 항상 웃고 있었지만 속은 시들시들했었다. 회사에서 받는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아서 사람들한테 성격도 많이 변했다. 또 나는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에 대해서도 신경을 많이 썼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사실 남한테 크게 관심이 없다, 남들의 시선보다 중요한 건 나 스스로 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이다. 

 

 자존감 회복에 실질적으로 가장 크게 도움이 되었던 방법은 바로 감사일기. 하루에 감사한 일을 세 가지씩 적는 간단한 일기. 처음에는 세 가지씩이나 적을 게 있을까? 하는 생각에 반신반의했지만, 내 주위에는 생각보다 감사할 일들이 많았다. 특별한 게 아니어도, 하다못해 내 사지가 멀쩡한 것도 감사했고 오늘 하루 출근했다가 집에 무사히 들어온 것도 감사했다. 비록 사이가 끈끈하지는 않아도 가족들이 건강한 게 감사했고, 점심에 내가 좋아하는 메뉴를 먹은 것도 감사한 일이었다. 이렇게 일상생활에서 사소하긴 해도 감사할 일은 많았다. 


 그리고 어디서 봤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나한테 굉장히 강렬하게 다가와서 나의 태도를 크게 바꾼 글이 있다. 우리는 친구들이 힘들어하거나 어떤 실수를 했을 때는 공감하고 위로하면서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힘내'라는 말을 해준다. 그런데 스스로에게는 '이것밖에 안되니' 라면서 친구들에게 하는 것과 다르게 오히려 자신에게 더 엄격하다는 글귀를 봤다. 이게 굉장히 기억에 남아서 그 이후부터는 내가 아끼는 사람들한테 어떻게 하는지 보고 나한테도 그렇게 해야겠다 싶었다. 나를 아껴주자.


 한편, 완벽주의 성향이 짙은 사람들이 자존감이 낮을 수 있다고 한다. 결과물에 기대치가 높아서 90만 해도 잘한 건데 100을 못했다고 스스로를 한심하게 여기는 그런 성향이 있기 때문이다. 90도 잘한 건데 완벽하지 않다고 스스로를 질타한다. 잘한 건 잘했다고 칭찬해주고, 10만큼은 개선할 점을 찾는 게 바람직한데 나는 왜 90밖에 못한 거야 라는 것에 집착하며 스스로를 갉아먹는다. 그러고 나서 그다음부터는 새로운 일을 시도하지 않으려고 한다. 실패하느니 시작조차 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이런 글들을 보고 스스로에게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해내지 않아도 괜찮아"

"처음에는 누구나 실수할 수 있어"

"이런 실수를 한다고 사랑받을 자격이 없는 것은 아니야"

 등 스스로를 상처 주지 않기 위한 노력들을 많이 했다. 



#선순환

 쇼핑을 줄이는 동시에 각종 짠테크를 실천했다. 또, 푼돈이라 업신여기지 않으며 차곡차곡 모으기 시작하니까 잔고가 늘어나는 게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더디긴 했어도 잔고가 늘어나니까 다른 거 가진 거는 쥐뿔도 없지만 그래도 내 힘으로 잔고를 불릴 수 있다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 나 자신을 내가 믿어주니 다시 자존감이 높아졌다. 

예를 들면 자존감 높아짐 → 돈을 짠순이 같이 아끼는 것에 대한 회의감 업어지고 잔고 불어남 → 다시 자존감 높아짐 → 뭐든 시도하고 잔고도 지키는 어떤 선순환의 연결고리가 생겼다. 

 

 처음 돈 공부를 시작한 지 5년, 아직 베스트셀러 책을 내는 사람들처럼 수십억의 자산을 모으지는 못했지만 포기하지만 않고 이렇게 계속한다면 내 꿈을 이룰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은 있다. 자존감도 잔고도 갑자기 하루아침에 끌어올릴 수는 없는 거지만, 꾸준히 하다 보면 한 단계씩 올라온 다는 것을 이제는 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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