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가 좋아 6
<대화가 좋아> 시리즈를 생각하면서 어떤 이야기를 쓸까 고민했었다. <문득 든 생각>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기획을 하고 글을 작성했었다. 그래서일까. 이번 시리즈를 고민하면서 생각했던 건 '대화의 다양성을 보여줄까?'라는 거였다. 대화를 자주 하는 사람과 의미 있는 대화를 생각해 보니 하나씩 아이디어가 나왔다.
다른 사람과 함께 이야기할 때와 달리 나와 이야기를 할 때면 '책'을 가지고 온다. 나에게 자랑하듯 최근 읽고 있는 책을 말하거나 아니면 나에게 책을 추천받곤 한다. 다른 이야기 주제와 달리 책으로 말을 하다 보면 지적인 대화가 편하게 된다. 지적 허영심이라고 할 수도 있으나 오랜만에 할 수 있는 지적대화에 기쁨을 느낀다.
20살부터 다닌 교회에서는 지적 대화를 함께 나눈 대학원생인 오빠가 있다. 여전히 만날 때마다 책을 꺼내면서 "이 책은 정말 잘 쓰고 좋아요" 전하거나 "책의 한 문장마다 깊이가 달라"라는 말을 듣는다. 이런 순간순간은 나를 더 깊고 지적인 곳으로 인도한다.
책을 시작으로 이야기를 하다 보니 다양한 주제를 덤으로 한다. 사회문제가 나오기도 하고, 평소에 하는 집중력에 대한 고민, 어휘력과 문해력에 대한 통찰 등 이런 주제를 말하고 나면 내면 속에 꽉 차오르는 걸 느낀다. 문득 대화에서 기쁨은 동시에 느낄 수도 있으나 집으로 가는 길에 느끼기 쉽다.
12시 이후라면 나에게는 밤보다 새벽이 되어가는 중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마다 새벽의 기준이 다를 것이다. 대체로 12-1시, 아무리 늦어도 1시 즈음에는 잠을 자는 나에게 새벽은 잘 깨지 않는 영역이다. 새벽에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전화로 대화를 하는 이들이다. 고등학교 친구부터, 대학의 동기들이 새벽을 함께 나누곤 한다.
새벽의 대화는 나도 모르게 속에 숨겨둔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그래서일까. 새벽에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과는 지적인 대화가 자연스럽게 된다. 물론, 나와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말하기로는 "너라서 지적인 대화해~"라는 거다.
새벽의 대화가 깊으면서도 아쉬운 건 기억이 온전하지 않다는 점이다. 기억이 가물 가물 하는 건 어쩔 수 없는 도리다. 그래도 그 대화의 파편들이 좋아서 잘 잊지 않으려 한다. 사람들과의 분위기, 대화, 습도(?)까지도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리는 것과 브런치의 글을 올리는 건 참 다르다. 인스타그램은 긴 글을 쓰기에 적합하지 않을 플랫폼이면서도 사진이 주다. 그러나 브런치의 경우에는 글을 위한 플랫폼이며 긴 글부터 짧은 글도 자유롭다. 지적인 대화처럼 글도 인스타그램보다 브런치에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브런치에서 깊은 대화를 나눈다는 말이 아니다. 하지만 브런치에 글을 쓰기 전과 중간에 하는 일이 지적인 대화를 가지고 온다고 할 수 있다. 오래 고민하고 생각하는 과정 가운데 지적인 활동이 얼마나 기쁘고 채워지는지를 볼 수 있다.
브런치를 시작하고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나의 생각과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비결은 여기에 있다. 여전히 질적인 요소를 채워주는 이 플랫폼이 좋고, 글을 사랑하는 사람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