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취미는 책 만들기입니다
관심분야를 파악하는 건 따지자면 건축에서는 기반을 다지는 일이다. 모래 위에 짓는 집과 반석 위에 짓는 집이 다르듯이 자신을 파악하지 않고 글을 쓰려고 하면 어렵기만 하다. 처음에는 어떻게 써질지 모르겠으나 무너지고 만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나의 관심분야를 잘 파악하는 일이 필요하다.
대학에 와서 제일 많이 들었던 말 중 하나는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말이었다. 친구와 산책을 하다 했던 이야기 중 하나가 있다. 그중 나의 말을 빌리자면 "대학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파악하기 좋은 곳"이라는 것이다. 초, 중, 고 때부터 자신이 좋아하는 걸 찾으면 정말로 감사하겠지만 그러기 쉽지 않다. 어쩌겠는가. 사회에서 대학을 중시하고 서열화시키니 학생 입장에서는 마치 대학이 전부처럼 비칠 테니 말이다. 그러나 대학은 다르다. '열정이 이끄는 곳'에 투자할 시간이 훨씬 있기에 자신을 파악하고 깨닫는 시간에 쏟아붓기 좋다.
나 또한 개인 시간에는 글쓰기, 독서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었다. 대학교 1학년때부터 매주 도서관에 가서 책을 끊임없이 보았던 시간이 하나도 아깝지 않다. 다시 돌아가도 읽을 걸 알기 때문에 그렇기도 하다. 그러나 책만 읽는 범생이가 되고 싶지 않았기에 사진 촬영과 편집, 수화 배우기, 캘리그라피, 영상 편집과 촬영, 다양한 사람들과 만남, 북토크와 강의 등 여러 경험에 나 자신을 투자했었다.
졸업을 1년 앞두고 있어 불안과 걱정이 몰려올 때가 있지만, 그럼에도 나의 대학에서 아쉬운 게 없는 이유는 나 자신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좋아하고 열정이 있는 게 무엇인지 알기 때문이다. 책을 처음 만든다면 성급하게 아무 이야기나 쓰기보다는 나 자신을 이해하고 파악하는데 시간을 쓰는 걸 추천하고 싶다. 책이 아니더라도 당신의 인생에서 가치 있는 시간일 거라 확신한다.
책을 읽다 보면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서 하는 걸 볼 수 있다. 그건 사람들이 바보라서 한 가지를 계속해서 반복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그 이야기를 하기 위해 책을 쓴 게 맞다. 계속해서 핵심을 이야기하면서 자신의 이어나가는 책이 독자입장에서도 좋은 책이 된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야?'라는 물음이 드는 책을 독자는 끝까지 읽어주지 않는다. 철저하게 독자입장에서 글을 쓰라던 글쓰기 관련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아서 '나의 글쓰기'인데 '타인을 위한 글쓰기'가 되는 것처럼 생각했었다. 하지만 일기가 아닌 이상은 대상이 있는 글쓰기를 한다는 걸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지금도 글을 쓰고 나서는 계속해서 독자가 읽었을 때 어색함이 없는지 파악하는 시간을 가진다.
이처럼 꼭 하고 싶은 메시지를 한 가지 정하고, 이를 글에 녹이는 연습이 꾸준히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무엇이지?라는 질문을 끝없이 해보는 게 좋다. 나 또한 지금 글을 쓰면서도 계속해서 물어본다. 수필 형식의 글을 쓰면서 내가 전하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확인하고 또 확인한다.
대상이 없다면, 이는 소리 없는 아우성일 뿐이다. 이 말로 시작하고픈 세 번째는 'who'의 이야기다. 누구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인지에 따라 글이 가지는 분위기와 내용이 달라질 것이다. 주부를 상대로 하는 글에서 자녀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면 적절한 예시가 될 테지만, 청소년을 상대로 한 글에서 노년을 준비하는 이야기를 하는 건 적절하지 못하다.
대상을 정하지 않으면 갈피를 잡지 못할 수도 있다. 이번 수필을 쓰면서 '방황하는 20대 초반의 학생'을 주제로 잡았다. 조금 더 솔직하게 나의 방황했던 이야기를 담았고, 휴학을 하면서 하면 좋을 경험을 소개해주기도 했다. 이처럼 대상을 정하면 날카롭게 글을 쓸 수 있고 그들이 원하는 글을 생각할 수 있다.
실제로 출판사에 투고하는 글도 아닌데 이렇게 고민해야 하나?라는 궁금증도 있을 것 같다. 나의 인생철학일지 모르겠지만 어느 곳에서도 대충 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다면 기회는 굴러온다는 것이다. 짧은 삶이었지만, 대체로 그러했고 그렇게 찾아온 기회는 더 나를 멋진 사람으로 만들어주었다. 그러니 혹시 모르지 않는가. 당신도 그런 기회가 올지도!
책을 만드는 건 나에게 여전히 기쁘고 즐거운 일이다. 이 기쁨을 처음부터 끝까지 누리고 싶어서 시작한 나의 개인 프로젝트는 이야기가 되었다. 이 이야기의 끝이 단순히 책 한 권의 탄생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아무도 읽지 않더라고 해도 나의 삶의 한 순간, 한 순간의 가치를 스스로 인정했던 값진 시간이라 믿는다. 그러니, 잘하고 있다고 나에게 토닥거리며 응원해 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