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취미는 책만들기입니다
상담심리, 사회복지를 복수 전공하고 있는 나에게는 '책 만들기'는 먼 우주와도 같은 일이다. 이런 일을 시작하겠다고 마음을 먹었으니 어쩔 수 없다. 칼을 뽑았으니 무라도 썰어야 하는 기분이랄까. 아무튼 비슷한 심리다.
내지를 만드는 일은 표지를 만드는 일 다음으로 가장 어려운 일이라 생각한다. 내지 따위에 왜 이리 생각을 길게 하냐고 할 수도 있는 말이지만, 다르다. 너무나 다르다!! 내지가 좋으면 책을 읽을 맛이 생긴다. 내용이 가장 중요한 건 기본이지만, 요즘처럼 책을 읽지 않는 시대에게 내지와 표지는 어디에 포장을 하는지 판가름하기 좋은 지표이다.
책 내지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딱 들면 하는 일은 단 하나이다. 책을 다시 펼치는 것이다. 이것만큼 정직하게 나오는 건 드물다. 유튜브의 영상 편집을 잘하기 위해서는 유튜브를 많이 보면서 파악해야 한다. 책도 똑같다. 책을 펼치지 않으면 요즘 유행하는 책 내지 스타일을 알지 못하고, 자신만의 취향을 파악하기 어렵다. 일단, 책부터 펼치는 것. 이게 내가 했던 일이다.
책을 펼치면 내지 스타일이 한눈에 보인다. 눈에 바로 들어오는 내지도 있고, 자간이 좁아서 잘 안 읽어지는 내지도 있다. 어떤 내지는 컬러감을 극대화시켜서 잡지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다른 내지는 컬러감이 없지만 자신만의 내지 스타일을 확고하게 구축하는 걸 볼 수도 있다.
이런 내지 스타일을 볼 때마다 '내가 만든다면 어떻게 만들고 싶어?'라는 물음을 던진다. 보았던 내지를 모방하지 않고, 나의 스타일로 만들어보는 좋은 단계는 이 물음 속에 있다. 계속해서 '나만의 것'을 추구하고자 한다면 이 질문은 필수적이다.
책을 펼치라고 적어두었으니 오해를 할 부분이 하나 생길 것만 같다. 많은 레퍼런스의 책을 보라고 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는 건 아닌지 스스로 의심이 든다. 말하고 싶은 바는 '많은 레퍼런스'가 아닌 '마음에 드는 한정적인 몇 권의 책'이었다.
초반에는 많은 레퍼런스가 도움이 된다. 그래야 눈을 키울 수도 있고 자신만의 취향을 잡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선택권을 스스로에게 쥐어줄 때에는 많은 레퍼런스보다는 한정적인 몇 권이 더 도움이 된다. 그 이유는 많은 레퍼런스는 선택을 계속해서 미루게 만들기 때문이다.
많은 선택지에 있을 때 우리는 선택하기 힘들어한다. (실험)에 대해서 예시로 넣기! 딸기잼 1개 (열두 발자국) 참고해서
내지를 만들면서 여러 생각이 들 수 있다. 물론, 안 들 수도 있지만 내가 엄청 들었다.
'이거 별로인 거 같은데'
'조금 더 투자하면 좋은 결과물 나올 수 있을 거 같아'
'내가 이렇게 이상하게 만들었는데 누구를 보여줘'
나쁜 생각, 부정적인 생각은 자석처럼 빠르게 삶에 달라붙는다. 이상한 생각이라는 사실도 알면서도 잘 끊어내기가 어렵다. 그래서 더욱 이 같은 생각이 들 때는 딱 끊어주는 게 좋다. 이때, 하면 좋은 생각은 '괜찮아!'이다. 성과를 대충 내도 좋고, 결과물이 이상해도 좋다는 개념보다는 나에게 '처음'이라는 계단을 걷고 있다는 말을 해주는 게 좋다.
이 글은 꼼꼼하게 어떻게 만들면 좋을지에 대한 모든 답을 알려주지 못한다. 여러 물음에 있어 답을 할 만큼 잘하지도 못하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먼저 앞서간 사람의 이야기가 필요한 순간이 존재한다.
당신에게 있어 나의 이야기는 그러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