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내 이름은 도비, 아기천사죠
꾸꾸를 데려온 지 두 달쯤 되었을까, 나는 새로이 취직을 하게 되었다. 제나는 아침 6시에 나가 오후 3시면 집에 왔고 나는 아침 9시에 나가 오후 6시는 되어야 퇴근을 하게 되었으니, 어린 강아지가 혼자 있는 시간은 6시간 남짓. 처음 몇 주는 꾸꾸를 데이케어 (강아지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데리고 오기를 반복했으나 하루에 거진 $50불이란 금액이 쌓이니 만만치 않았다.
제나와 나는 둘째 강아지를 데리고 올 준비를 시작했다. 그 당시에는 순전히 꾸꾸를 위해서였다. 꾸꾸가 외로우니까, 꾸꾸에게 친구가 있으면 좋을 테니까 로 시작했던 만남이기에 아직까지도 난 우리 막둥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둘째 애기를 데려오는 조건 역시 꾸꾸와 같았다. 파양 혹은 유기된 아이일 것, 책임비는 $400불 이하일 것. 이번에는 내가 직접 사이트를 뒤져보았다. 그러다 조금 안타까운 사연의 아이를 보게 되었다. 그 아이가 바로 바로 우리 애기 도비다.
도비로 말할 것 같으면, 세상 둘 도 없는 순둥이에 애교덩어리, 제나고 꾸꾸고 나발이고 오로지 김지윤만 바라보는 나의 보물. 이런 도비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큰 강아지다. 자기보다 덩치가 큰 강아지는 종, 성별, 나이를 막론하고 아주아주 극도로 혐오한다. 이유는 따로 있다. 도비는 8주가 갓 지났을 때 전주인의 집으로 가게 되었는데, 전주인의 아들 생일이라고 누군가 선물로 도비를 주었다고 했다.
그러나 그 집에는 대형견인 그레이 하운드가 살았는데, 그 그레이 하운드는 상당히 독립적인 친구로서 우리 도비가 그의 공간 안으로 침범하는 것을 못 견뎌했다고. 둘이 함께 있으면 그레이 하운드에게 늘상 공격을 받고, 밥을 빼앗기기 일쑤. 도비는 결국 케이지 안으로 들어가 아주 작은 공간에서 생활을 하기 시작한다. 함께 자고 싶고, 함께 놀고 싶고, 더 많이 사랑받고 싶은 고작 8주 차의 강아지에게 무척 힘든 나날들이었을 테다.
결국 방도가 없던 전주인은 gumtree에 새로운 주인을 찾는다는 글을 올렸다. 사진 한 장 없이 올라왔던 글에 나는 가슴이 아팠다. 그래도 작디작은 꾸꾸와 체급은 맞아야 할 것 같았기에 아이의 크기를 물어봤더니 다행히 비슷한 나이, 꾸꾸와 비슷한 크기. 당시 우리에게는 거진 3주간의 긴 휴가가 다가오고 있어서 그 기간을 이용해 꾸꾸와 새 친구를 적응시켜볼 생각이었고, 주말 저녁에 데려가겠다 일렀다.
첫날부터 어찌나 꾸꾸와 잘 놀던지, 몇 주간은 분리시켜 생활을 하라고 들었는데 그럴 필요조차 없었다. 둘 다 워낙 성격이 좋고 아직 어린 나이어서인지 그저 행복해 보였다. 만나자마자 한 시간을 뛰어놀고 같은 소파 위 쌍둥이 쿠션 안에 들어가 잠이 들었다. 때때로 아니 매일 두세 번씩은 놀다가 싸우기도 한다. 그렇지만 아무리 크게 싸워도 절대 서로 물지 않는다. 그게 저 둘의 룰인가 보다. (지금도 그들은 끄아아앙, 와아앙 하는 식의 말싸움만 한다.)
사람을 무척 좋아하는 도비는 안타깝게도 애기들에게는 인기가 없다. 이유는 오드아이기 때문. 눈동자 색이 다른 그녀의 모습이 아이들의 눈엔 조금 낯선 것 같다. 둥그런 몸에 복슬복슬 부드러운 갈색 털, 까만 얼굴과 까만 귀. 앞발엔 하얀 양말이 신겨져 있고 뒷 발은 발목 양말. 매력이 터지는 그녀의 대외용 이름은 버스터, 집에서 부르는 이름 도비.
꾸꾸로 인해 시작된 관계였으나 이제 나의 삶의 반은 꾸꾸, 그리고 나머지 반은 도비를 위해 산다. 물 마신 후의 축축한 코와 입, 아침마다 닦아줘야 하는 눈곱, 눈뜨자자마 내 앞에서 하품을 하는 모습, 우주에서 산책을 가장 좋아하는 친구들, 옆에 누우면 단 하나의 틈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 내 곁을 파고드는, 세상 가장 예쁘고 귀엽고 멋지고 사랑스러운 털북숭이들. 이 작은 생명이 내 삶의 전부를 꽉 채울 줄이야.
도비가 없었던 지난날의 삶은 상상조차 안된다.
우주가 담긴 파란 눈동자와, 오직 나만이 들어찬 까만 눈동자를 나는 절대로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다.
오롯이 사랑 안에서만 살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