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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도 Nov 25. 2024

비주얼의 세계로

강산아, 오늘 우리 가족사진 이뻤어?

벌써 울 엄마 칠순 생신을 기념하게 되는구나.

모처럼 스튜디오를 예약하고 열두 명 가족이 총출동했어.

토요일, 오늘 하루 주어진 미션이 무려 세 개였거든.

1번은 김장.

누나 소문난 김치쟁이잖아.

나야 비록 옆에서 실없는 말이나 하며 식구들 웃기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지만, 그래도 함께라서 즐거운 시간.

둘째 동생 부부가 언제나처럼 팔 걷어 부치고 그 월동 거사를 클리어했단다.

유주는 그 전날부터 태권도까지 결석하며 할머니 양념 준비하시는 데 조수 역할을 톡톡히 했고.

“할머니, 이래 봬도 저 김장 3년 차라고요.”

아무튼 허세는.

오후에는 이벤트의 여왕 막내 누나 작품으로 가족사진과 저녁 식사가 예약되어 있었어.

주인공이신 울 엄마는 메이컵 받으러 먼저 출발.

누나 얼굴은 막내 누나가 1차 화장을 해줬어요.

눈썹 그리고 아이라인 그리고 비비 바르고 또 이름 모를 것들을 덕지덕지 발랐어.

내 얼굴이 어찌 변하는지 난 알 길이 없었지.

코디까지 마친 차림이 되어 연중행사로 도서관에 다녀온 유주에게 물은 거야.

“엄마 어때?”

“화장했어?”

“음 이모가 해줬어.”

“엄마 내가 코 좀 세워줄까?

턱도 좀 깎아야겠고.”

“헉,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이것도 유 선생에게 배운 거냐?”

“엄마 여기 앉아봐 봐.”

유주의 현란한 붓질이 시작됐어.

쉐이딩이 어쩌고, 하일라이터가 어쩌고.

아주 신이 나셨네.

나야 뭐 코 세워 준다니 얌전히 앉아 있을 밖에.

 약속 시간, 스튜디오에 모인 우리 가족.

유주가 대대적으로 식구들 코를 세우고 턱을 깎아주기 시작했으니.

“누나 턱을 어떻게 깎아?

엄마 나 무서워.”

우리 집 막내 찌준이 워딩.

구여워 구여워!

“누나 나도 턱 깎아줘.”

“찌준이는 안 깎아도 돼요.

우리 집에서 니 얼굴이 제일 이뻐. 투턱도 아니고.”

난데없이 유주가 온 가족 메이컵 아티스트 모양으로 분주했으니, 이거 다 유 선생에게 배워하는 야매 지식인데, 이렇게 막 해도 괜찮은 거임?

유튜브 동영상에 잘못된 정보도 많다던데.

“너희 나이는 화장 안 해도 예쁘니라.

화장품은 좋은 것 써야 하느니라.

신경 써서 지우고 두텁게 바를 필요 없느니라.

제품 사용 설명서 꼭 확인하고 그대로 써야 하느니라.

동영상도 잘못된 정보 있을 수 있으니 항상 확인하고 해야 하느니라.”

누누이 강조하지만, 이미 이 어미 보다 화장품 지식이 월등하신 것을.

덕분에 온 식구 코와 턱이 날렵해져서 카메라 앞에 설 수 있었어라.

 강산이도 알겠지만 누나 사진에는 별 감흥이 없는 사람이잖여.

사실 내가 감각할 수 없는 세계라서.

별 재미가 없다 할까?

나야 뭐 비주얼의 세계에서 강제 추방 당한 종족이지만, 보통 사람들은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소중한 추억을 갈무리하는 법.

온갖 소리로 식구들 표정을 웃게 하려는 사진사 앞에 서 있자니 그 옛날 우리 유주 돌 사진 찍던 때가 떠오르더라.

그 쪼꼬미들이 이렇게 자라서 질풍노도의 시기를 걷고 있구나.

조카 민찬이는 글쎄 키가 훌쩍 크고 제법 변성기도 왔더라고.

소년의 점점 낮아지는 목소리, 커지는 키, 소녀의 생리통, 강직해지는 자아 모두모두 감사 제목이로세.

 마지막 코스는 저녁 식사였어.

여기에 생신 케이크와 축하 장식, 역시 우리 막내표.

언제 다 주문을 했는지 아기자기한 소품에 근사한 생신상이 차려졌어.

노래를 부르고, 박수를 치고,  사진을 찍고 또 찍고.

김가네 식구 가슴 가슴에  길이길이 기억될 오늘이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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