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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by 밀도 Dec 05. 2024

2024년 달력 마지막 장에 당도했습니다. 따뜻한 겨울 보내고 계신가요?

저는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학년 말 평가며 업무로 분주한 12월을 맞고 있습니다.

감독 들어갈 때마다 시험지 앞에 골몰하는 어른 학생들 아우라에 반하게 돼요.

어찌나 진지하고 성실들 하신 지.

반면 우리 집 중1 소녀는 2학기 자유학기를 맞이하여 시험에서 완전 해방이 되셨답니다.

주말마다 댄스 동아리 연습에 여념이 없으시더니 이제 그 열정이 한 풀 꺾인 듯해요.

내심으로는 개별 주말 시간을 반납해야 하는 데서 오는 소녀의 피로감이 살짝 반갑기도 합니다. 이제나 저제나 자기 주도적 학습 혹은 독서를 고대하는 어미는 안 그러려고 해도 번번이 실낱 같은 기대를 품게 되니까요.

‘자기 통제’

실로 중요한 미덕입니다. 나이 50이 되도록 제가 자신 있게 다지지지 못한 덕목이기도 하네요.

 딸아이를 키울 때 텔레비전 앞에서 얼음이 되는 녀석이 걱정스러웠습니다.

‘뽀로로’며 ‘호비’ 등 아이 눈을 잡아 끄는 캐릭터는 차고 넘쳤지요.

충분히 교육적인 내용이 있었고, 육아에 지친 현실 부모에게 영상 매체는 가장 간편하고 치명적인 진통제이기도 했습니다.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 손에 저는 매번 리모컨을 쥐어 줬어요. 일정 시간이 되면 스스로 텔레비전을 끄기로 약속하고 말이지요. 과거 그 꼬마는 고분고분 텔레비전을 껐습니다.

현재 사춘기를 통과하고 있는 소녀에게는 택도 없는 소리네요.

휴대폰 너무 보지 말라 하니 틈틈이 몰폰을 하십니다. 일명 ‘프로몰폰러’라고 들어 보셨을까요? 이왕 볼 거 휴대폰 말고 큰 영상 장치를 이용하라 당부할 밖에요.

용돈합의서를 작성하고 세 식구 나란히 사인을 한 다음 용돈 차감과 인상 항목을 조목조목 정했으나 촘촘한 그 항목을 집행함에 있어 딸은 둘째치고 헐렝이 엄마의 역량 부족으로 인해 ‘용돈이고 뭐고, 합의고 뭐고’ 수준으로 매일매일이 좌충우돌입니다.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딸에게 제가 생애 처음 붙여준 애칭은 ‘스박’이었어요.

스스로 박사. 성장해 가는 데 가장 큰 가치로 자기 통제의 중요성을 알려주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살면서 자기를 제어할 수 있는 힘만 있어도….

더 놀고 싶고, 더 보고 싶고, 더 먹고 싶고, 더 자고 싶고 더 더 더….

우리네 욕망이란 것, 끝이 없는지라.

 제가 하상매거진에 기획 연재를 시작했던 2022년 1월 원고에서 ‘3분 같은 30분’ 혹은 ‘3시간 같은 3분’을 말씀드렸었는데요. 그 때나 지금이나 저는 소설, 드라마, 영화 같은 문화적 유희에 빠져 있을 때 몰입의 마법을 경험하게 됩니다.

요즘은 30여 년 전에 제작되어 방송된 드라마 『토지』 듣는 재미에 푹 빠져 있어요.

이미 고인이 된 배우가 등장하기도 하는데, 오늘날 노배우들의 젊은 모습들이 신기하기도 반갑기도 하고요. 박경리 선생님은 어떻게 그 대작을 쓰셨는지 볼 때마다 읽을 때마다 감탄에 감탄을 금할 길 없습니다. 

‘문학과 영상은 당대의 삶과 풍속을 낱낱이 기록하는구나.

이래서 고전을 읽어야 하는구나.’

새삼 깨닫게 되는 거예요.

‘어쩜 이토록 다채로운 캐릭터요, 인물들을 창조하셨을까?

평사리에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저자가 이렇게나 감각적인 공간과 시간을 그려낸다는 것이 어떻게 가능할까!’

 오래전부터 소설 창작을 공부하고 싶었습니다.

이제 첫걸음을 떼려고 해요.

운 좋게도 애정하는 소설가님 강의를 등록할 수 있었습니다.

줌이며 카톡 그룹콜로 열리는 온라인 신세계가 이 ‘우물 안 개구리’를 크게 하네요.

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지면을 내어 주신 하상점자도서관 관계자님, 그리고 독자님들 덕분에 꾸준히 쓸 수 있었습니다. 연재를 하며 고교 시절 은사님께 연락을 받기도, 제 원고를 낭독해 주신 성우님과 통화를 하기도 했어요. 매달 조악한 원고를 마감하며 쓰기 근력을 단련했습니다. 앞으로는 필진 아닌 애독자 신분으로 매거진과 함께 할게요.

 고맙습니다. 독자님들의 안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우리 시각장애인의 독서 생활을 위해 한결같이 힘써 주시는 하상점자도서관 식구들 모두 건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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