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또 뭔데...
스페셜리스트를 만나고 2주 정도 후에 PET-CT를 찍으러 갔다.
뉴질랜드는 한국과 달라서 예를 들면 마트도 이마트 지하부터 3층까지 훑으면 음식부터 가전까지 한번에 싹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고, 음식은 음식 파는 마트, 옷이나 잡화는 또 그걸 파는 마트, 다 따로 따로 다녀야 하는 시스템이다 - 이걸 과연 시스템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말이다.
사정은 병원도 똑같아서, 내가 다니는 병원은 말하자면 지역 국립병원 같은 큰 병원이었지만 이 후의 PET-CT, MRI, 초음파 등등 모든 검사를 다 각각의 기관에 따로 예약 잡고 다 다른 날 가서 해야 했다. 이 모든 게 한 곳에서 최적의 동선으로 해결되는 한국 병원은 정말이지 최고라고 할 수 밖에.
PET-CT는 주로 암 환자들이 찍는데, 암세포가 어디에 있고 얼마나 활동적인지를 보는 검사이다. 일반 CT로는 암 조직의 크기나 위치를 보여줄 수 있지만, 그 조직이 살아있는 암세포인지 죽은 조직인지는 구별하지 못한다. 그래서 그 '대사'의 활동성을 추가로 보는 것이 PET이다. 암세포는 빠른 세포 분열로 인해 당(에너지)을 많이 먹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당과 유사한 FDG (Fluorodeoxyglucose)라는 물질을 몸에 넣은 후 암세포가 얼마나 이것을 많이 흡수하는지를 보는 것이다. 이 FDG는 포도당과 거의 같은 구조라서 암세포는 이것을 포도당으로 착각해 세포 안으로 가져가는데, 이 FDG는 PET-CT 판독시 밝게 빛이 나며 존재감을 뽐낸다.
언제나 그렇듯 처음은 늘 떨린다. 처음 가보는 영상의학과 기관에서 처음 해보는 설문조사를 하고 처음 접해보는 설명을 듣는데 조금 떨렸다. 일단 금식은 잘 하고 갔고, 혈당이 정상인 것을 확인을 한 후, 정맥 주사로 몸에 FDG를 넣었다. 그리고 나서는 한 시간 정도 대기하며 이 약이 온 몸에 퍼지기를 기다린다. 대기 시간이 꽤 길다고 들어서 남편과 함께 갔는데, 이 FDG가 방사성 물질인 탓에 남편은 대기실에서 나가야 했다.
“너는 이 검사를 해서 암세포를 정확히 확인할 수 있지만, 네 남편은 여기 같이 있어서 얻을 수 있는 좋은 게 하나도 없거든”
이라는 말로 팩폭을 날린 검사관 헤미쉬는 남편을 쫒아 낸 후 리클라이너와 넷플릭스 작동법을 정성들여 설명해주고는 사라졌다. 이리저리 채널을 돌려보다 꺼버리고 임윤찬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들었다. 마음이 편안해진다.
드디어 PET-CT를 찍는 순간. 바닥이 너무 차서 이불을 두 개 덮어달라고 한 후 그냥 눈을 감았다. 숨을 어떻게 쉬라고, 이제 뭘 할 차례라고, 녹음 방송도 나오고 방사선사가 이야기도 하고 했지만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누워만 있었다. 조영제 탓인지 모르겠는데 졸려서 졸다 깨다 몇 번 하다 보니 끝이 났다. 주스랑 미니 비스킷을 받았는데, 이가 약한 탓에 평소 같으면 거들떠도 안 볼 딱딱한 비스킷이 오랜 금식 후 어찌나 꿀맛이던지. 두 봉지나 먹었다.
결핍은 이처럼 삶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앞으로 치료하는 동안 얼마나 많은 결핍이 또 내 삶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할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