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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민정 Jul 15. 2022

남들에게 하는 만큼만

[마음치유 프로젝트 힐링칼럼 20]


 “안 그래야지 하면서도 가족에게 더 짜증내고 더 화를 내. 내 마음과 다르게….”      


  친구에게서 고민 상담 요청이 왔다. 무더운 날씨에 불쾌지수가 높아서인지 퇴근하고 집에 들어가면 작은 일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고 성질을 내게 된다고. 돌아서면 후회하고 자책하면서도 이를 자꾸만 반복하는 자신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 마음을 누가 모를까. 모두가 겪어봤고, 흔하게 겪고 있는 일이다. 나 역시 그런 자책과 반성을 수없이 해 왔다. 그래서 어느 때 보다 답하기가 쉬웠다. 물론 답을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별개이지만.     


  “남들에게 하는 만큼만 하면 돼. 딱 그만큼만.”      


  이 말을 들은 친구는 ‘그게 무슨 말이야?!’라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내 대답은 단순했다. 말 그대로 남들에게 하듯이 하면 된다는 것.      


  우리는 업무적인 관계에서나 사회생활을 하며 만난 사람에게 공손한 언어를 사용하고 다정하고 자상하게 아주 잘한다. 때로는 다소 무례한 사람에게까지 정중한 태도를 취하고 품위를 잃지 않는다. 특히 나의 생존이나 밥벌이와 관계되어 있노라면 이 무리한 상황도 부드럽고 능숙하게 다루는 힘이 생긴다. 우리의 상냥함은 그럴 때만 빛을 발하는 것이 아니다. 심지어 처음 본 낯선 사람, 다시는 만나지 않을지도 모를 사람들에게까지 친절을 베풀지 않는가. 어려움이 생기면 선뜻 다가가 도와주고, 따뜻한 미소까지 건네는 온화함을 겸비하고 있다.      


  그런데 집에 오면 한없이 따뜻했던 그 사람은 온데간데없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몸에 장착되어 있는 ‘예의 친절 모드’의 센서가 밖에서는 자동으로 ON 상태가 되었다가 집에 들어서는 순간 OFF 가 되어버리는 것일까. 가족들에게는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 편하게 내 성질대로 해도 된다는 태도로 바뀐다. 가끔은 그 정도를 넘어서 갖은 진상을 부리기도….     


  우린 어리석게도 완전히 거꾸로 하고 있다. 내가 정말 잘해 줘야 할 대상은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이어야 하지 않는가. 내가 진정 아껴주고 지켜주고 싶은 ‘나의 가족’ 말이다. 

말로는 가족이 제일 소중하고 사랑한다고 하면서 정작 가족에게는 지켜야 할 예의를 갖추지 않는다. 밖에서는 아무리 거슬리는 말이나 행동에도 쉽게 잘 넘겨버리지만 가족에게는 켜켜이 참아온 감정들, 해소되지 못한 채 꾹꾹 눌러온 감정들까지 끌어 모아 한꺼번에 배출시킨다.      


  ‘가족이라면 이 정도는 받아주겠지. 일일이 말하지 않아도 이해해 주겠지.’ 하고 놀라운 인내력을 시험케 한다. 내가 사랑한다는 이유로, 내 가족이라는 이유로 보통 사람 이상의 과도한 이해심을 요구하고 깊은 아량을 기대한다. 하늘이 주신 인연이라 할 만큼 귀하게 맺어진 관계인데 서로를 감정의 배출구로 삼고, 지나친 무게를 심어주는 건 너무 가혹한 일 아닐까.     


  그래서 더도 덜도 말고 남들에게 하는 만큼만 하자는 것이다. 더 잘해주려 애쓰지도 말고 더 많이 해주려 노력할 필요 없이 딱 그만큼만. ‘가족’이기에 허물없이 편하게 대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 ‘가족’이라서 예의를 갖추고 친절을 다해야 하는 것이다.      


  ‘남한테도 그러한 친절을 베풀면서 우리 가족에게는 왜 못해? 나에게 제일 소중한 사람이니까 그만큼 잘해줘야지!’ 이러한 생각 이후로 가족들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전보다 잘해주고 싶은 마음이 훨씬 커졌고, 다른 생각이나 맞지 않는 생활패턴을 마주할 때 한결 가볍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바깥에서 맺은 인연은 안 만나면 그만이다. 끝이 나도 괜찮다. 하지만 가족은 다르다. 가족 간에 적당한 거리와 예의를 지키지 못해 사이가 소원해지고 관계가 해체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그러한 안타까운 실수를 범하지 않기 위해 힘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마음가짐이다.

그렇다고 해서 무겁고 진지할 정도의 격식을 차리라는 말이 아니다. 남들에게 하는 만큼 ‘날 존중해 주고 있구나’, ‘날 이렇게까지 배려하네’ 라는 마음이 느껴질 정도면 된다. 그러면 그대로 나에게 돌아온다. 그 고마운 마음이 가족의 사랑이란 향기를 품고서.      


  집에서도 밝게 웃음 짓고 화목한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서 가족끼리도 예의와 친절이 필수적임을 다시 한번 가슴에 새긴다. 같이 있으면 행복하고 오래도록 함께하고 싶은 내 소중한 사람들이니까. 편안한 안식처가 되어줄 유일한 사람들이니까.     


지금 이 순간 귓가에 노랫말이 울려 퍼진다. 있을 때 잘해. 후회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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