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도서관 방문자
책은 늘 내 삶에서 멀리 있었다. 어릴 적은 환경이 아니었고 커 가면서는 책 읽는 정서가 아니었고 나이 들어가면서 책보다는 다른 것에 관심이 더 많았다. 예를 들면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이다. 어느 인스타그램의 '릴스'를 보는 순간 아찔했다. 내용인즉, 아름다운 여인이 "프렌치프라이, 햄버거 그리고 밀크셰이크 주세요" 큰소리로 주문했다. 프런트의 여자는 동공이 지진난 듯 흔들리면서 "여기는 도서관입니다"라고 하자 그 여인은 실내를 휙 둘려 보면서 다시 아주 작은 목소리로 "프렌치프라이, 햄버거 그리고 밀크셰이크 주세요"라고 말했다. 웃자고 올린 '릴스'이지만 만약 치매가 온다면 그럴 수 있겠다 싶어 살짝 두렵기도 했다.
공공도서관은 공공재이기 때문에 누구도 오는 사람을 거절할 수 없다. 설령 우주에서 온 외계인이라도...
00 도서관에는 혼잣말하는 중년이 자주 온다. 그는 잠시도 침묵하지 않는다. 마치 영화 <포레스트검프>에서 자폐증이 있는 '톰 행크스' 같이 아주 빠른 템포로 중얼중얼한다. 다행히 큰소리가 아니다. 그 소리가 크던지 작던지 그 누구도 눈길 주지 않는다.
또한 간혹 도서관에 오는 노숙자도 있다. 그는 늘 정문이 아닌 뒷문을 통해 3층 휴게실에 자리 잡는다. 노숙자는 큰 캐리어 1개, 작은 가방 2개 그리고 검은 비닐봉지 1개를 최대한 구석자리에 숨긴다. 화장실에서 꽃단장도 하고 정수기 물을 빈 페트병에 가득 담는다. 도서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눈치를 보면서 조용히 움직이고, 오랫동안 잠을 잔다. 그 움직임이 크든지 작든지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도서관이 노숙자에게는 휴식장소이고 중년에게는 놀이터라면 나에게 도서관은 사람을 만나는 장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