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채워지지 않는 것
어느새 2021년의 절반이 지나갔다. '그동안 뭘 한 게 있다고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나?'라는 한탄을 이번에는 하지 않으려 한다. 상반기 동안 참 많은 활동을 했었기 때문이다.
학년을 나타내는 숫자는 3으로 바뀌어 있었고, 여느 학기와 다르지 않게 20학점으로 시간표를 꽉꽉 채웠다. 비대면 강의라 한결 여유로웠던 것 같지만, 과제 지옥이라고 분노를 표출했던 지난 인스타 스토리들을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그래도 통학에 낭비하는 시간은 줄었으니 이를 기회 삼아 대외활동을 학업과 병행했다. 호기롭게 언론사 서포터즈와 교내 신문사에 지원했는데, 운 좋게도 두 곳 모두 합격했다.
과제를 하고, 홍보 이벤트를 진행하고, 카드 뉴스 만들고, 담당한 기사를 작성하고, 시험을 보고 나니 어느새 6월이 끝나 있었다. 참 바쁜 일상이었긴 하지만 후회는 없었다. 오히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냈다는 성취감으로 보람을 느낄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라 자부하고 있다.
이제 잠시 여유를 찾은 만큼, 이번 상반기를 스스로 돌아봤다. 분명 내가 좋아하는 일을 했고 새로운 경험을 해서 보람차긴 한데, 뭔가 완벽하게 내 삶을 채우진 못 한 것 같았다.
과연 내적 공허함을 유발하는 이 공백은 무엇일까 수없이 생각했다. 혹시 운동을 하지 않아서일까? 학기 막바지에는 못 하긴 했지만 그래도 그전까지는 나름 매일 꾸준하게 운동하고 있었으므로 이건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지인들과의 만남이 적어서일까? 이것도 아닌 것 같다. 오히려 이번 상반기에는 많은 활동을 통해 좋은 인연들을 많이 만날 수 있어서 행복했었다.
결국 수많은 고뇌 끝에, 스스로 추측성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사랑의 부재에서 오는 마음의 빈자리가 한겨울 좁은 창문 틈 사이로 들어오는 찬바람처럼 나를 괴롭히고 있었던 것이다.
앞서 말했듯, 이번 상반기에는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그 덕분에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삶의 이야기라 한다면 자신의 상황과 처지를 한탄하는 것이 대부분이겠으나, 이와 상반되게 연인과 함께하는 이야기들이 오히려 내 마음 한구석을 자극했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한탄 같은 부정적인 이야기는 학교 생활이나 회사 생활이 힘들다는 이야기, 혹은 인간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다는 등 늘 틀에 박힌 이야기뿐이다. 하지만 달달한 사랑 이야기는 신기하게도 모든 스토리가 어느 하나 일관된 것이 없었다. 특히 만나게 된 배경은 각기 달라 틀에 박힌 이야기가 없었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멜로드라마의 소재가 고갈될 일은 없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또 인스타 스토리로 그들의 일상을 잠깐 들여다볼 때면 어찌나 예쁘게 사귀던지, 내가 사귀는 것도 아닌데 괜히 화면을 보고 바보 같이 웃고 있었다.
바쁘게 사는 삶, 참 동경해왔고 결국 상반기에 이룰 수 있었다. 하지만 수없이 다양한 세상의 색들처럼 알록달록한 저들의 일상도 동경한다.
보랏빛 저녁 하늘을 보며 바쁜 서로의 일상을 연인과 함께 위로하고 응원해주는 삶. 내가 지금 무척 갈망하는 삶이지만 어쩌면 욕심일지도 모르겠다.
스스로를 챙기기에도 바쁜데 과연 서로의 일상을 다독여주는 것이 가능할까라는 어린 생각은 내 욕심을 스스로 줄이게 만든다. 사랑에도 준비가 필요하다는 게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24살 먹은 사람이 하는 이 고민이 어른들에게는 한없이 귀엽게만 보일까 걱정이다.
과연 나는 언제쯤 어른이 될 수 있을까.
Photo by Guillaume Galtier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