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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이야 Nov 08. 2019

놀 친구가 없다

제3장 초등학교 교육에 대한 단상

아이는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초등학교에 다녔다. 동네에 놀이터도 널려 있다. 그러나 아직 초등학교 1학년 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놀이터에서 친구 찾기가 어려웠다. 특히 정규수업 이후에는 아이마다 방과후 스케줄이 달랐고 방과후를 아예 하지 않고 학원으로 직행하는 아이들도 많았다. 그러다보니 놀이터에서 친구랑 노는 시간을 갖기가 힘들었다. 어쩌다 놀이터에 가서 친구를 만났어도 친구는 얼마 안 있다가 학원차를 타야 하는 경우가 흔했다. 오히려 친구랑 놀 수 있다고 기대했던 아이의 실망감만 커졌다. 이래서 `친구를 만나기 위해선 학원에 다녀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구나 싶었다. 그러나 아이가 아예 학원에 다니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미술학원, 발레학원 등 예체능 관련 학원에는 다녔다. 학원에 다닌다고 해도 친구들을 만나기 쉽지 않았다. 아이 초등학교 주변에는 학원가가 형성돼있는데 학원이 워낙 많기 때문인지 도대체 어느 학원에 다녀야 친구들을 만날 수 있을까 싶기도 했다. 


내가 어렸을 때는 시골에서 자라서인지 집 앞만 나가도 동네 아이들이 흙 파면서 놀았으나 아이가 사는 세상은 친구들을 찾아 놀이터를 순회해야 했다. 좀 더 많은 친구들이 있을 법한 놀이터를 찾아다니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아이가 안쓰럽기도 하고 엄마가 능력이 없어서 친구랑 노는 기회를 마련해주지 못한 것인가라는 죄책감마저 들었다. `친구가 고픈 아이`는 우리 아이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학원에 가서도 각각의 학원 수업을 듣는 것이지, 친구들과 노는 것은 아니다. 


초등학교에선 각 반마다 자율적으로 반 대표 엄마를 중심으로 단체 메신저 방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여자 아이, 남자 아이를 분류해 또 다른 단체 메신저 방이 만들어진다. 체육 활동 그룹을 만들어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아이들끼리 만나는 기회를 마련해주기 위한 것이었다. 처음에는 `이런 모임이 왜 필요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얼마 안 있어 `이런 모임이 꼭 필요하겠구나!` 라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무엇보다 아이가 너무나 즐거워했다. 가벼운 체육 활동이기 때문에 협동심도 기르고 체력 단련도 가능했다. 체육 활동의 본질은 친구들과 놀기다. 한창 뛰어놀 나이인데 이렇게 모임을 조성해야만 놀 수 있다는 사실이 씁쓸하기도 했지만 이렇게라도 안 하면 친구들을 만날 수 없으니 거의 필수다. 


체육 활동의 황금 시간대는 저녁 6시, 7시로 비교적 늦었다. 제각각의 아이들이 저마다 학원에 다니기 때문에 열 명 이상의 아이가 공통된 스케줄을 맞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늦은 시간에는 학원에 가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저녁 6시, 7시는 돼야 시간이 맞는 것이다. 요즘 아이들의 삶이란 빡빡하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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