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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도권 Jul 12. 2024

34화. 방황은 어쩌면 필요했던 과정이었다

수환은 집에 가는 골목길 코너에 위치한 편의점 의자에 앉았다. 한 손는 캔맥주가 들려 있었다. 챠밀라와 나눈 대화로 자신의 속마음을 다시 꺼내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네팔에서 돌아왔지만 주변인들의 시선에 결국은 쩔쩔매며 현실과 타협했던 자신이 생각났다. 맥주 한모금에 씁쓸한 마음을 진정시키는 가 하더니, 20대의 그 시절을 떠오르게 했다.


네팔은 너무나 아름다운 곳이었다.

착한 사람들, 풍경, 그리고 혼자만의 시간들...

20대 중반을 향해가는 그에게 그때의 시간은 특별했다. 특별했던 그 시간이 그를 괴롭힌 건 사실이었다. 특별함이 클 수록 한국과의 괴리감은 커갔다. 스리랑카 생활에 이어 네팔까지 거치면서 자꾸만 한국의 친구들과 생각방식이 달라져 가는 자신이 불안해졌다. 단호하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그렇게 걸어가겠다고 말하고는 싶었다. 하지만 한국으로 돌아가고서 겪게될 압박이 만만치 않았다.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자신의 행동과 말은 결국 그를 방황하게 했다.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소중한 경험이었음에도 알아채지 못했고, 스스로 가치를 깎아내렸다.


'돌아가면, 내가 가진 생각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아니 버틸수 있을까?'


부모님이 바라보는 시선, 친구들은 벌써 저만큼 뛰고 있다는 압박감.

취업은 해야 하는데 이뤄놓은게 도대체 무엇인가.

마음 속 방황,아니 헛바람만 키웠던 건 아니었나.


20대라는 뜨거운 나이에 네팔 대자연 속에서 마음 속 대화를 해봤던 시간은 잠시나마 충만함을 느끼게 했다. 그러나 바쁘게 돌아가는 한국사회에선 이러한 경험이 무슨 도움이 될까라는 생각에 마음은 약해지고 또 흔들렸다.


질문을 던졌으나, 답을 못찾고 만 그에게 귀국 시간은 다가왔다. 자신의 마음 속을 탐험해 봤음에도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채 귀국하려니 머릿속이 복잡했다. 돌아와보니 역시나 그를 아는 주변인들은 서둘러 사회화가 되기를 촉구했다. 스리랑카와 네팔 경험은 그대로 좋은 것이고, 지금은 세상에 쓸모있는 인간으로 자신의 존재부터 증명해야 한다고 했다. 부족한 스펙을 서둘러 채우라고 짐짓 걱정해주는 그들을 보고 있자니, 수환의 번뇌는 더욱 커져갔다.



자연속에서 한 없이 마음과 대화를 했던 게 사치였을까. 세상 물정 모르는 바보였단 말인가

그 때의 인생은 정말 쓸모가 없었는가.


그렇게 방황끝에 포기하다 시피 잡은 건 7급 공무원.

자신의 선택보다는 주변의 성화에 제대로 사는 척 하기 위해 선택했던 공무원 준비 기간은  

그의 정신을 피폐하게 만들었다. 어떻게 관두었는지도 모르게 어느 새 시간은 흘렀고 현재 모가 스터디 해외사업팀의 책임 매니저로 돌아왔다.


다시 들이킨 맥주 한모금,

문득 방황했던 옛 시절이 더이상 불편하지 않는 자신을 보았다.


'어...이 감정은 뭐지?'


사내에서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던 해외사업팀 공모에 적극적이었던 자신이 있었기에 오늘 챠밀라를 만났다. 챠밀라를 만나보니, 수환의 20대가 떠올랐다. 챠밀라 역시 수환처럼 스스로에게 수없이 질문을 던졌고, 그 답을 찾는데 집요했다. 그리고 비로서 자신의 인생을 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수환이 그토록 동경하던 삶이었다. 술 기운에 자신 역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으나 여태 답을 못찾고 헤매는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제가 보기엔 김 매니저님은 조금 길을 돌아왔지만, 제대로 찾아가시는 것 같은데요. 매니저님은 정말 탈렌트 있으시고, 이런 말 너무 경솔하게 받아들이지 말았음 하는데,. 회의 내내 김 매니저님하고 동업하고 싶다는 감정을 꾹 참고 있었습니다. 굉장히 뛰어난 비즈니스 감각을 가지고 있으십니다."


챠밀라처럼 자신의 장점을 발견하고 인정해준 말이 처음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털어놓은 고백에 '과거는 과거일 뿐'이 아닌 현재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한 선택이었다고 말해주는 고마운 이야기였다. 스리랑카와 네팔의 시간동안 자신과의 무수히 많았던 대화가 쓸모가 없는 게 아니라는 그의 말에 수환은 이상하지만 뜨거워지는 감정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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