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도망친 워킹맘이 아니다

by 수이

“그래도 남편이 잘 버나 보다. 그렇게 퇴사할 정도면.”

친구가 말했다.
하지만 남편은 매달 월급을 가져온 적이 없다.


앞서도 말했듯, 남편은 우리나라의 ‘대표 철밥통’이라 불리는 은행을 다니다 퇴사했다. 그것도 결혼과 동시에 말이다. 폐쇄적인 조직 문화와 자신의 삶에 도움이 되지 않는 업무에 염증을 느껴, 5년간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남편의 목표는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었다. 노동으로만 돈을 버는 구조가 아니라, 돈이 돈을 벌게 만드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어 했다.
나는 그런 삶을 막연히 동경만 했고, 남편은 그 첫걸음을 실제로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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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과 동시에 우리는 집이 일하고, 자산이 일하게 만드는 구조를 만들기 시작했다. 돈이 많아서 가능했던 일은 결코 아니었다. 각자 모아둔 돈으로도 부족해 대출을 받았고, 지금도 매달 이자를 갚고 있다.


완벽한 시스템과는 거리가 멀다. 다만, 그 구조가 돌아가기 시작하면서 나 역시 퇴사를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 것이다. 아무튼 이런 경제적 배경은 퇴사의 두 번째 이유가 됐다. (이렇게 말할 수 있음에 감사할 뿐이다.)


내가 퇴사를 결심한 가장 큰 첫번째 이유는, ‘나로서 한 번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대학에 가고, 취업을 하고,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 남들이 말하는 인생 코스를 크게 벗어나지 않고 살아왔다. 감사한 일이다.


그런데 문득 돌아보니,
나는 한 번도 ‘왜 이렇게 사는지’를 깊이 고민해 본 적이 없었다.
남들이 다 그렇게 사니까, 나도 그렇게 살아온 것 뿐이었다.
마치 정해진 퀘스트를 차례로 완료하듯이.


후회는 없다.
다만, 이제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살아보고 싶어졌다.

회사 출퇴근에 버둥대는 내 모습이 아닌,
두 아이들과 나 스스로에게 안정감을 주는 모습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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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
앞으로 무엇을 하게 될지도, 얼마나 벌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더 이상 내 삶을 미루지는 않기로 했다.
서툴러도 좋고, 돌아가도 괜찮다.
이제는 내가 선택한 길 위에서 천천히 걸어가 보고 싶다.


서른 끝자락, 나는 도망친 워킹맘이 아니다.
다만 내 인생의 주인이 되고 싶은 사람일 뿐이다.



저의 첫 연재작 '워킹맘은 이제 퇴사합니다'를 8화 완결로 마칩니다. 읽고 공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재미있는 글로 곧 찾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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