콰이어트 플레이스 2 (2020)
2018년 4월, 극장가에서는 일명 ‘팝콘을 먹지 못하는 영화’가 흥행했다. 바로 <콰이어트 플레이스>다. 해당 영화에서는 소리에 반응하는 괴생명체의 침공으로, 일가족이 소리를 내지 않고 숨죽이며 생존해 나가는 과정을 다뤘다. 시청각 매체인 영화에서 ‘소리’라는 장치를 영리하게 사용하여 긴장감을 유발하는 데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작품이다. 따라서 <콰이어트 플레이스>를 보는 동안에는 약간의 부스럭 소리에도 반응하게 되어, 팝콘을 사 들고 영화관에 들어갔다가 제대로 먹지 못했다는 후기가 쏟아져 나왔던 재미있는 일화가 있을 정도이다. 약 3년 만에 찾아온 <콰이어트 플레이스>의 속편은, 코로나19의 여파로 1년 남짓이 연기된 개봉이었다.
제목 뒤에 숫자 2가 붙는 영화들은 늘 같은 궁금증이 들게 한다. 이 영화를 보기 전, 전편을 꼭 봐야만 하는가. <콰이어트 플레이스 2>의 경우에 답은 ‘상관없다’라고 말하겠다. 영화의 도입부에서 괴생명체가 침공했던 날의 상황을 새로운 시각으로 다시금 보여주며 전편의 내용을 깔끔하게 요약해내기 때문. 일가족이 어떤 과정으로 여기까지 도망쳐 왔는지를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배치하며 바로 다음에 이어질 사건으로 순식간에 관객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2018년 <콰이어트 플레이스>에서는 가족 구성원 넷의 캐릭터성이 각각 드러났고, 일종의 무기와 필승법을 발견하기도 했다.
새롭게 제시한 세계관을 성공적으로 완성해냈기에 1편은 흥행에 성공했다. 그렇다면 속편에서 다룰 만한 이야기에는 무엇이 있을까? 필승법을 알아냈다고 해서 괴생명체가 들끓는 바깥세상이 위협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식량이나 거처 등, 이제는 일시적으로 몸을 피할 은신처가 아니라 머물러 살 수 있는 환경을 찾는 것이 문제였기 때문이다. 또한, 속편으로의 전개 과정에서 가족 구성원에 변화가 생겼으며 여정에서 만난 조력자, 새로운 인물들이 가담하여 새로운 사건들이 펼쳐지게 된다.
특히, 딸인 리건(밀리센트 시몬스)은 귀가 들리지 않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소리’를 내지 않고 살아가야 하는 환경에서 큰 활약을 펼친다. 해당 배역을 맡은 배우인 밀리센트 시몬스는 실제 청각 장애인으로, 수화와 얼굴 표정만으로도 뛰어난 감정 전달을 해낸다. 소리가 차단된 상태에서는 관객들 역시 배우의 말보다는 몸짓이나 표정에 집중할 수밖에 없기에 그의 역할이 더욱 강조된다.
스릴러 영화의 가장 큰 미덕 중 하나는 편집이다. 한 군데에 모여 있던 ‘가족’의 구성원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위기를 맞닥뜨릴 때, <콰이어트 플레이스 2>에서는 긴박한 이 상황들을 병치시켜 번갈아 보여주면서 관객의 심리를 쥐락펴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