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몬 Oct 08. 2022

가을의 어느 날

길 잃은 페이를 만나다


베트남에서 친했던 언니가 한국으로 잠깐 출장을 왔다. 공교롭게도 머무는 호텔이 우리 회사 근처였다. 출근 시간, 삼성역에서 잠깐 언니를 만나고 카페에 가서 수다를 떨었다. 언니랑 헤어지고 회사로 돌아오는데, 코엑스에서 길을 잃은 페이를 만났다. 



페이: Excuse me..

나: ?

페이: 혹시 여기 길 아니? 



그녀가 나에게 구글맵을 보여줬는데.. 아주 유명한 광고회사 위치였는데 우리 회사 건물에 있었다. ^ㅇ^; (우리 회사 건물엔 유명한 광고 회사 몇 개가 같이 있다.) 


나: 사실 여기 우리 회사인데..

페이: Are you working here? 

나: 아니, 우리 회사는 바로 위층에 있어. 어쨌든.. 나 회사 가는 길이었거든? 같이 가자. 

페이: 고마워!



우리는 회사로 가는 길에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했다. 알고 보니 그녀는 싱가포르에서 일하는 대만 사람으로, 싱가포르 유명 패션 브랜드인 C에서 마케팅 매니저로 일하고 있었다. C 브랜드의 싱가포르 마케팅팀은 한국에 2박 3일로 와서 에이전시들을 컨택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에서 같이 일할 마케팅 에이전시를 뽑고 있다고.. 그녀는 걷다가 너무 힘들어서 화장실에 잠깐 갔는데 그녀의 팀원들이 먼저 가버렸다고.. (미팅 시간에 늦었다고 한다) 


어쨌든 우리는 자연스럽게 마케팅 이야기를 하며 길을 걸었다. 


페이: 너희 회사는? 너네 회사는 어떤 회사야?

나: 음.. 우리 회사는 !@#$$%% (우리 회사 자랑) 

페이: 그렇구나. 가까우니까 우리가 그 마케팅 회사랑 미팅 끝난 다음에 너네 회사랑도 미팅을 하고 가면 어떨까?

나: Great, 좋아! 



페이를 미팅하기로 한 마케팅 회사에 데려다주고 나는 위층으로 올라와서 오피스로 들어갔다. 여러 사람들에게 묻다가 결국 싱가포르에서 온 디렉터인 필에게 미팅 도움을 청했다. 그는 흔쾌히 자기가 하겠다고 했고 우리는 미팅 준비를 했다. 



1시간쯤 후, 그녀의 팀(6명 정도?) 가 우리 회사로 왔고 간단하게 미팅을 했다. 필이 글로벌 패션 어카운트 담당자를 소개시켜줘서 다음번엔 싱가포르에서나 virtual로 미팅을 진행하기로-




사무실 자리에서 딴짓하고 있는데 디렉터인 필이 나를 발견하더니 주변 사람들에게,


필: 그 소식 들었니? 레몬이 오늘 출근하는 길에 어떤 길 잃은 레이디를 도와줬는데, 알고 보니까 그 레이디가 C 브랜드 마케팅 매니저였어. 그래서 오늘 같이 미팅했어. Well done!


나는 그냥 멋쩍은 듯 웃고 말았다. 사실 나는 출근 시간에 친한 언니 만나서 커피 마시면서 수다 떠느라 늦게 왔는데...^o^;; 


요즘 또 일은 안 하는데 바쁘게 살고 있다. 할 게 너무 많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10월이다. 오랜만의 가을이어서 조금 춥지만 그래도 좋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직 첫 출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