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녕 제주 Oct 22. 2023

[4]. 심장소리가 들린다

크기가 2cm인 아기의 심장은 어른의 2배 속도로 뛴다

9주 0일

 평안아 안녕? 오늘은 2주 만에 평안이를 만나러 병원에 가는 날이었단다. 엄마는 전날밤부터 입덧증상이나 다른 증상이 없는 것 같다고 걱정을 많이 했어. 


 아무래도 이 시기쯤이 되면 엄마는 임신에 따른 호르몬의 영향으로 아기에 대한 불안감이 생기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는 하지만, 부모의 마음이라는 게 어찌 호르몬의 영향뿐일까. 임신 중·후기가 돼서 평안이가 오감을 통해 느껴지는 게 아니고 초음파를 매일 보는 것도 아니니 잘 지내나 걱정이 되는 게 당연하겠지? 


 드디어 병원에 가는 당일. 엄마는 긴장감 때문에 화장실도 다녀오고 아빠도 긴장해서 화장실에 가고 싶었지만 산부인과는 남자화장실이 중요하지 않으니까 진료실은 1층인데 남자화장실은 저 높은 5층에 있어서 다녀오지 못한 채로 의사 선생님을 만나러 들어갔어. 


 엄마아빠의 긴장이 무색하게 초음파 속의 평안이는 우렁찬 심장소리와 함께 무럭무럭 잘 크고 있었어. 심장은 분당 183회로 우렁차게 뛰고 있었고 이제 제법 팔다리가 생겨서 꼬물꼬물 귀엽게 춤도 추고 있었어. 키도 무려 2cm! 의사 선생님이 아기집도 매우 크고 아주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고 말씀해 주셨고, 활발하게 뛰는 심장과 힘찬 팔다리를 보니 안심이 되었단다.


 의사 선생님께 임신증상이 없어서 오히려 불안하다는 엄마의 걱정을 얘기했더니 원래 엄마는 입덧 같은 증상이 있어도 불안하고, 너무 증상이 없어도 태아가 잘 크고 있는 건지 불안하다고 하시면서 뱃속에 있을 때는 물론이고 나중에 세상에 나와서 커갈 때도 아이를 믿으라고 하셨어. 이 의사 선생님은 본인 자녀들 얘기를 해가면서 눈높이에 맞게 설명해 주시려고 노력한단다. 의사 선생님이 대학생 때는 한 달씩 집에 안 들어가도 어머님이 걱정을 안 하셨다고 하는데 그건 아마 의대생이라 그러셨겠지? 


 그리고 엄마의 빈혈수치를 보시더니 고기를 많이 먹는 것 같다고(?), 잘하고 있다고 하시고 대신에 야채도 많이 먹으라고 하셨어(야채와 고기 6:4 비율). 생선은 환경호르몬과 미세플라스틱이 걱정되니 자연산보다는 양식, 되도록 작은 고기를 먹으라고 한참 걱정해 주셨어


어쨌든 엄마랑 아빠는 평안이가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어서 믿고 걱정하지 않으려고 해


 어제는 할머니랑 평안이 생기고 처음으로 식사를 같이 해서 평안이 초음파사진이랑 동영상을 보여드렸는데 매우 신기해하셨어. 할머니가 아빠를 가졌을 때는 초음파 보는 게 막 보급되기 시작하던 때라 지금처럼 기술이 좋지 않아서 볼 기회가 없었다고 하셨어. 올해 98세이신 평안이 증조할머니가 매일 하시는 말씀이 세상이 참 좋아져서 더 좋아지길 바라면 도둑놈이라고 하시는데 정말 편리한 세상이란다. 


 물론 평안이가 나와서 겪게 될 세상은 아직 젊은 나이인 아빠가 어릴 때랑만 비교해도 기술적 혁신으로 사람들은 매우 편리한 삶을 영위하고 있기도 하지만, 의사 선생님도 걱정을 많이 하셨듯이 인간의 편리한 생활의 부산물로 만들어지는 미세먼지와 환경호르몬 등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세상이란다. 그럼에도 세상은 아름답고 행복한 곳이니 어서 나와서 이곳을 같이 즐기자꾸나


이제 9주가 되니까 평안이가 자라면서, 엄마의 몸무게는 그대로인데 배가 미세하게 살짝 나와서 바지가 안 맞기 시작했어. 2cm에 불과한 평안이가 벌써 엄마와 아빠의 삶에 크게 다가오고 있단다. 건강하게 엄마 뱃속에서 잘 크고 있으렴



이전 03화 [3]. 입덧의 시작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