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고생을 하고 있어도 뱃속에 있을 때가 제일 편한 걸까?
엄마는 요새 새벽 5시 정도가 되면 잠에서 깨곤 하는데 배가 불러오다 보니 몸도 불편하고 평안이의 태동이 신경 쓰여서인지 다시 잠들기가 어려운가 봐. 태동이 있으면 그 불편한 움직임 때문에, 태동이 없으면 불안해서 움직임이 있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잠들고는 한단다. 오늘은 특히 새벽에 깼는데, 태동이 한참 동안 없다고 걱정하면서 엄마는 새벽에 잠을 설쳤단다. 이래도 걱정 저래도 걱정. 아마 평안이가 세상에 나와서 나중에 성인이 돼도 똑같을 거란다.
평안아 이제 세상은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여름이 가고 아침저녁은 선선한 정도를 넘어서 싸늘한 공기가 느껴진단다. 이제 정말 평안이를 볼 날이 얼마 안 남았구나.
이제는 완연한 가을이 느껴지는 9월 말에
- 아빠가
오늘은 엄마 아빠가 요새 어떻게 외식을 하는지 얘기해주려고 해.
평안이의 건강을 위해서는 태아를 위한 영양분을 건강하게 골고루 섭취해야 하는 건 당연히 신경 써야 하지만, 엄마아빠는 요새 조금 다른 관점에서 외식메뉴를 선정하고 있어. 평안이가 세상에 나오면, 당장은 같이 갈 수 없는 식당들이 있을 거야. 뜨거운 음식을 끓이거나 굽는 곳, 아기의자가 없는 곳 등 누가 봐도 아기와 갈 수 없는 식당들이 있어.
그래서 엄마아빠는 조금 이기적일 수도 있겠지만 평안이가 나오기 전에 평안이와 같이 먹을 수는 없는 음식들을 리스트를 정리해 놓고 먹으러 다니는 중이란다. 물론 엄마아빠는 원래 너무 간이 세거나 자극적인 음식은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적어도 평안이의 건강에 해가 음식을 먹으러 가지는 않는단다.
아빠는 요새 맛있는 식당에 갈 때마다 평안이가 어서 어른과 같은 식단을 먹어서 엄마아빠가 다양한 음식을 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얘기하곤 해. 엄마랑 둘이서는 먹을 수 있는 음식의 종류가 한정적이니까 이것저것 많이 맛볼 수 없어서 평안이가 어서 커서 메뉴를 하나씩 더 시킬 수 있으면 좋겠다는 얘기지. 이런 얘기를 하면 엄마는 아기 어렸을 때가 엄청 귀엽다고 하면서 그런 얘기는 하지도 말라고 하지.
평안아, 아빠는 아기 때의 평안이와 성장해 나가면서의 평안이와 추억을 만들 생각에 벌써부터 행복하단다.
세상에는 맛있는 것도 멋있는 것도 예쁜 것도 너무 많으니까.
평안이를 기다리며
- 아빠가
이제는 평안이를 만날 날이 점점 더 다가오면서 엄마의 배는 점점 더 불러오면서, 대략 두 달 전부터 여러 가지 불편함과 고통을 호소하고 있단다.
뱃속에 있는 평안이가 커지면서, 예전에는 평안이가 움직이면 엄마 배가 뿌꾸뿌꾸 튀어나오는 정도로 귀여웠는데 이제는 거대한 지각변동이 있는 것처럼 엄마의 배가 요동을 치고 엄마는 장기가 눌리는지 아파할 때가 있단다.
또, 이건 임신초기부터 누적된 어려움인데 당연히 엎드려 누울 수 없고, 천장을 보거나 옆을 보고 누워야 하는데 이마저도 매우 불편해서 임신중기부터 자기 전에 이리저리 뒤척거렸는데 임신 후기로 오면서 배가 무거워지니 뒤척거릴 수도 없어서 한번 돌아누우려면 낑낑거리면서 한바탕 소동이 일어난단다.
마찬가지로 잘 때도 자세를 자유롭게 할 수 없어 여간 불편한 게 아니고 자고 일어나면 어깨가 잔뜩 뭉쳐서 아빠가 매일 마사지로 풀어준단다. 엄마는 아빠가 엎드려있는 게 제일 부럽다고 할 정도야. 당연히 서서 걸어 다니는 거나 일상생활을 하는 게 어려운 건 말할 것도 없소 허리를 숙일 수가 없으니 양말도 혼자 신기 어렵고 임신 중기부터 머리도 일어서서 감기 시작했어. 심지어 앉아있으면 배가 다리를 눌러서 뒤로 젖혀서 앉아있어야 한단다. 엄마는 이 몸으로 평안이를 품고 일주일 전까지는 출근도 했단다. 하지만 이 모든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엄마가 불편한 것보다 평안이가 불편할까 봐 걱정한단다.
평안아 이제 이곳은 영원히 계속될 것 같던 더위가 가고 파란 하늘을 즐길 수 있는 완연한 가을이란다. 이제 정말 평안이를 볼 날이 얼마 안 남았는데 실감이 안 나는 건 왜일까
곧 만나자 평안아
한가위 연휴에
- 아빠가
요새 엄마는 배가 절정으로 불러오고 식사 전에 빈속이 되면 임신초기의 입덧처럼 속이 안 좋아지고 있고, 평안이가 많이 자라서 뱃속에서 움직이면 많이 아파하고 있어. 이제 평안이가 뱃속에 있어서 고생은 일주일 남았는데, 남은 기간 동안 평안이가 엄마를 조금만 덜 고생시켰으면 좋겠단다
이제 수술 전에 평안이가 나오면 당분간 다니지 못할 식당들을 다니면서 마지막 만찬들을 많이 즐기러 다니면서 아빠의 체중이 불어나고 있단다. 아빠는 워낙 가리지 않고 잘 먹는 데다가 운동을 조금만 쉬어도 살이 쉽게 찌는 체질이라 운동을 좀 해야 될 것 같아. 평안이 큰아빠는 육아로 아기가 체중이 늘어난 만큼 살이 빠졌다고 하는데 아빠는 어떻게 될까 궁금하단다
- 평안이가 세상에 나오면 같이 맛있는 거 먹으러 다닐 생각에 신나 하는 철없는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