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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 별 Nov 27. 2020

아프면 아프다고 말해

아니라고 하는 게 더 티가 나니까

퇴사 후 2주 차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은 나였다.

가고 싶고, 배우고 싶고, 이뤄내고 싶은 것들이 셀 수 없이 생겨났고 내 안에는 작은 여러 불씨들이 예쁘게 활활 타고 있었다.


어쩌다 지금 그 자리에는 차디찬 공기만 가득하다. 메마르고 어둡고 냉랭한 분위기에 온기라고는 느낄 수 없다. 활활 타오르던 불씨들은 온데간데없고 그  곳엔 재만 쌓여있다.


요즘 내 기분을 표한하라고하면, 출발선에서 힘차게 뛰었지만 두세 걸음도 채 못가고 다리를 접질려 버린 것만 같다. 나 말고 다른 선수들은 그동안 연습했던 기량을 힘껏 뽐내고 있는데 난 멀리서 바라보고만 있다. 하염없이 슬펐다가 화가 났다가 또 어쩔 수 없는 상황에 굴복하고 만다.

나를 더 아프게 하는 건, 다친 내 다리도 아니고 저 자리에 뛰고 있지 못한 상황도 아니다. 무엇보다 나를 정말 힘들게 하는 건 믿었던 나 자신이다. 그리고 스스로 괜찮다고 말하고 있는 즉 본인을 속이고 있는 나를 발견하는 것이다.


늘 괜찮다고 말했다. 부족해도 힘들어도 이겨낼 수 있다고 다독였다. 그렇지만 지금은, 사실은, 어쩌면 그렇지 못하다. 아닌 척 무언가를 하려고 애쓰고, 부모님과 주변 사람들에게 떳떳하기 위해 내가 뭘 하고 싶은지도 모른 채 밤낮없이 고민만 한다. 이것저것 무료하지 않기 위해 뜨는 시간을 없애기 위해 무턱대고 정보들만 찾아본다. '어떤 것'이라도 하는 나를 봐야 안심이 되기 때문일까.


이런 적은 처음이라 사실 잘 모르겠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이고 어떤 결정이 옳은 선택인지. 한순간의 결정으로 시작된 오늘의 비극이 트라우마가 되었을까. 다음 선택이 두렵기만 하다. 잠시나마 쉴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본다는 것은 사치같이 느껴진다. 내가 처한 환경과 앞으로의 걱정거리들이 잠시도 나를 편하게 두지 않는다.


답답한 마음에 오늘 한강에서 강물이 흘러가는 모습을 한참 바라보았다. 이 시간 또한 이렇게 지나가겠지, 흐르다 보면 어딘가에 닿아있겠지. 작은 위로를 또 해본다. 지금 내 시리고 아픈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해보기 위해 브런치를 켰다. 나는 너무 아프다. 자면서도 그 아픔이 전해질 정도이지만 앞으로는 정면승부를 해야 할 것 같다. 아프다고 말하며 잠시 나에게 작고 소중한 마음의 여유를 줄 수 있었으면 한다. 차갑던 내 공간에 따뜻한 바람이 불어올 수 있도록 작은 땔깜을 하나씩 넣어보기로 한다.


오늘도 많이 아팠고 내일도 아플 수 있다. 그럴 때마다 그냥 말하자. 더 이상 삼키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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