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Toile de jouy 원단에 빠지다.

by 왕드레킴


크리스찬 디올에서 왕드레킴을 따라 한거야?
그럴 리가.. 없지. 내가 앞서 가는 건 맞지만 명품회사에서 날 따라한 건 아니야.
트왈드주이 원단은 이미 오래전부터. 아마 햄프 원단보다 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유럽에서 사랑받았을 거야.


하지만 분명한 건 있다. 내가 사랑하는 원단 *Toile de Jouy(투왈 드 주이)*는, 햄프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유럽에서 사랑받아 온 고풍스럽고 낭만적인 직물이라는 사실이다. ‘뜨왈지’라고도 불리는 이 원단의 정확한 이름은 프랑스어 ‘Toile de Jouy’, ‘주이의 천’이라는 뜻이다.

18세기 후반 프랑스의 작은 마을 *주이 앙 조사(Jouy-en-Josas)*에서 처음 직조되었고, ‘Toile’은 캔버스를, ‘Jouy’는 마을 이름을 의미한다.

투왈 드 주이는 흰색 또는 미색의 바탕 위에 섬세하고 복잡한 장면을 반복적으로 담고 단색으로 프린트된 목가적인 풍경이 특징이다. 프랑스의 전원 풍경, 마차를 타는 사람들, 정원에서 대화를 나누는 귀족 여성들, 아이들이 노는 모습… 이 원단에는 마치 옛날 그림책 한 장면처럼 섬세하고 고요한 서사가 담겨 있다. 단순한 직물이 아니라, 하나의 우아한 시간과 풍경을 담은 회화 작품처럼 느껴진다. 그 고풍스럽고 낭만적인 매력 덕분에 프랑스와 영국은 물론, 미국에서도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는 패턴이다.


아이들과 함께 떠난 이탈리아 여행 중, 바티칸 박물관의 수많은 작품들 사이에서 내 눈에 들어온 건 커튼과 쿠션, 페브릭 소파였다. 대개는 스트라이프나 단색 원단이 많았지만, 그중엔 유럽의 일상을 담은 트왈 드 주이 패턴도 있었다.
서유럽의 오래된 식당이나 카페에서는 이 패턴을 벽지, 가구, 심지어 천장 몰딩 장식까지 사용한 인테리어를 자주 볼 수 있다. 그 낭만적인 풍경은 나의 감각 속에 조용히 스며들었고, 결국 내 작업에도 많은 영감을 주었다.


내가 처음 유럽의 트왈드주이 원단을 알게 된 것도 햄프가방이 걸려 있었던 편집숍 주라비였다. 처음 햄프 가방을 만들어 납품하러 간 날. 새로운 가방 한 점이 걸려있었다. 그전에 봤던 햄프가방과 같은 프랑스 브랜드의 제품으로 목가의 모습이 네이비 컬러 한 가지로 정교하게 그려진 리넨 가방이었다. 어찌나 섬세하고 얇게 표현되었는지 도화지가 아닌 원단에 이렇게 섬세하게 표현될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작은 손가방은 나의 눈을 사로잡았고 난 햄프가방을 납품한 돈을 다시 고스란히 사장님께 지불했다. 그리고 작고 아름다운 가방을 사용하는 대신 작업실에 걸어 놓고 미술 작품 감상하듯 한 동안 바라봤던 기억이 난다.


그 이후, 내 가방 속지에는 언제나 트왈 드 주이 원단을 사용하게 되었다. 햄프의 내추럴한 텍스처와 트왈 드 주이의 우아한 서사는 어쩌면 김밥 속 김과 단무지처럼, 의외로 완벽하게 어우러지는 조합이었다.

고급스럽고 화려한 원단을 밖으로 꺼내지 않고 아깝게 속에 감춰두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지만 우리가 옷을 입을 때 어찌 겉모습에만 신경을 쓸 수 있겠는가? 내면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듯 내가 만드는 가방은 겉과 속이 다 아름다운 그런 작품이 되고 싶다.


왕드레킴의 작업실은 작은 정원을 마주하고 있다. 동백나무가 조용히 서 있고, 옆으로는 하얀 분꽃이 은은한 향기를 뿜는다. 창문 너머로 바람에 살랑이는 나무 잎들과 그 사이를 오가는 새들의 움직임은 마치 한 폭의 그림 같다.

클래식 음악이 흐르는 아침, 나는 트왈 드 주이 원단을 조심스레 다림질한다. 마치 유럽의 작은 미술관 한가운데 앉아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이 원단들은 단순한 나염 패브릭이 아니다.
컷팅할 때마다 떠오르는 이야기들, 손끝에 얹힌 클래식 선율, 그리고 그 위에 차곡차곡 쌓여가는 나의 손길. 왕드레킴의 가방은 그렇게, 고요하고도 풍부한 이야기를 품은 하나의 작품이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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