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래된 재료들을 이용해 가방을 만든다.
'오래된 것'을 선호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어쩌다 보니 '햄프'와 사랑에 빠져 덩달아 오래된 물건들에게 자연스레 관심이 가고 애착을 느끼기도 한다.
쉽게 사고 또 쉽게 버리는 게 아무렇지 않은 시대를 살고 있지만 어쩌다 버려지지 않고 오랜 세월 동안 남겨져 있는 옛날의 것들도 있다. 그 세월의 흔적은 따라 할 수 없는 특별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을 테다.
일반인들에게는 하늘길이 열리기도 전 태어난 햄프들이 ’ 엔틱‘이라는 ‘호‘를 달고 비행기를 탔다. 원래 쓰임의 목적이 군대에서 도시락을 묶는 용도로 사용되었다는 '빈티지' 가죽 스트랩도 무사히 군대를 떠나 여행길에 오른다.
향기가 가득한 정원이 딸린 저택에서 살았을 법한 '엔틱' 트왈드 주이 원단들도 특별히 운 좋아야만 구할 수 있는 아이들이라 나는 타이머신을 타고 온 특별한 물건들과 새로운 여행을 떠난다.
엔틱(antique)과 빈티지(vintage)는 모두 ‘오래된 것’을 가리키지만 1920년대 즉, 세계 1차 대전이 끝난 후 격동의 시기를 기점으로 나뉜다.
엔틱(Antique)은 말하자면 100년을 넘긴 시간의 증인이다. 그 자체로 하나의 이야기이고, 하나의 역사인셈이다. 손때 묻은 나무의 광택, 조각된 선 하나, 빛바랜 색감까지도 어떤 시대에 어떤 손에 쥐어졌는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설렌다.
그래서 엔틱은 단순히 오래된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을 견뎌왔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 된다.
오랜 시간을 견딘 고요한 품격이고, 그 품격은 지금 만들어진 어떤 것보다도 깊이 있다.
반면 빈티지(Vintage)는 지나간 시간을 기억하는 추억이다.
인사동이나 종로 골목을 천천히 걷다 보면 추억에 잠긴다. 어떤 추억이라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금세 빈티지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카세트테이프에 녹음된 라디오 음악, 광택이 흐릿한 낡은 가죽 재킷, 보풀이 남아있는 폭신한 스웨터, 조금은 유치해 보이는 엄마의 원피스 ,,,
빈티지는 완전한 과거는 아니다.
그렇기에 아직도 우리 기억 속에 있고, 문득 그리워지기도 하는 시간의 조각이다.
그리 오래지 않은 과거의 감성을 담고 있어 오히려 더 친근하고 감각적이다.
그러고 보니 바로 어제까지 쓰던 것 같은데, 알고 보면 20~30년이 훌쩍 넘은 물건들이 주변에 꽤 많다.
엔틱은 시간이 만들어낸 예술이고,
빈티지는 시간이 남겨놓은 감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