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떠나기 전날 주말 벼룩시장이 열린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한국에서 유럽의 셀러들을 통해 앤티크와 빈티지 패브릭과 소품들을 수입하고 있는 나는 실제로 유럽 벼룩시장을 방문한 적이 없었다. 영국과 프랑스 여행을 여러 차례 했지만, 동선이 맞지 않거나 요일을 비껴가는 등 운이 따라주질 않았기 때문이다. 현지 정보에 의하면 벼룩시장은 날씨에 따라 일정이 자주 바뀌기도 하고 장소도 간혹 바뀐다고 하는데 이번엔 운이 제대로 따라준 듯하다. 목적지는 시내버스로 20분 거리에 있는 넓은 공터이다. 축구장과 공원이 있는 부지 옆에 주차장 등으로 사용되는 공터인데 이곳에서 벼룩시장이나 서커스단이 오기도 한다는 것이다. 오전 10시 반쯤 도착했는데 1,000평은 넘을 것 같은 큰 공터에 이미 판매자도 구경하러 온 사람들도 꽤 많았다. 그리고 여전히 픽업트럭과 SUV 등을 이용해 도착한 셀러들이 짐을 풀고 있었다. 와~~~ 눈이 돌아간다. 내가 좋아하는 낡은 것들, 가구도 소품도 패브릭과 인형들~ 보물들이 가득하다.
‘여기가 진정 나의 놀이터구나’
“얘들아~ 엄마 여기에 오래 있고 싶어. 그래도 되지?”
즐거워하는 엄마의 표정을 보고 아이들은 허락의 미소를 지어준다. 이럴 땐 남편보다 아이들이 더 좋다.
사실, 환브로도 이런 시장 구경을 은근히 좋아한다. 백화점처럼 정리가 잘 되고 화려한 곳보다 구석구석 보물찾기 하듯 다양한 아이들을 천천히 둘러볼 수 있는 좌판이 있는 그런 재래시장을 더 재미있어한다. 아무래도 엄마의 영향이 없진 않을 테다. 어릴 적부터 재래시장 구경은 재미있는 놀이터이자 시간 죽이기에도 최고였다. 어찌 됐든 우리는 이 넓은 곳을 빠짐없이 보기 위해 나름의 동선을 정하고 천천히 둘러보기 시작했다.
벼룩시장은 그야말로 보물 찾기이다. 빈티지의 매력을 잘 모르는 일반 사람들에겐 너무 낡아 버릴 물건으로 보일 수 있는 것들도 나에겐 새 물건보다 비싸 보이고 더 멋지게 보인다. 어떤 아이들은 구하기 어렵거나 단종이 된 희소성 200%의 의미를 주기도 한다. 예전에 뉴스에서 봤는데 영국 남부 코넬 벼룩시장에서 10파운드 주고 샀던 곰인형이 알고 보니 1997년 사망한 다이애나 왕세자비를 추모하기 위해 한정품으로 생산된 100마리 중 하나였다고 한다. 이 곰돌이는 1억 원 상당의 가치를 가지고 있고 실제로 5천만 원이 넘는 금액에 경매에서 낙찰되었다고 한다. 물론, 내가 이런 로또를 횡재를 바라는 건 아니지만 앤티크 물건은 그 나름의 세월에서 나온 특별한 매력이 있는 건 사실이다. 옆에서 통역도 할 겸 함께 구경하는 민경 씨도 구석구석 찾아내는 날 보면서 신기해한다. 해외 벼룩시장에서도 흥정은 당연히 있고 한국처럼 '덤'의 문화도 존재한다. 잘 고르면 국내에서 만날 수 있는 유럽 앤티크 제품들을 1/10 가격으로 '득템' 할 수도 있다.
가끔이지만 나도 유럽으로 이주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데 아마도 이 앤티크의 매력 때문인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