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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 가는 길이 이렇게 멀 줄이야

< 아,, 부엘링 정말,, 저가 항공의 비애>

by 왕드레킴

바르셀로나로의 출국은 여행 중 또 다른 휴가의 느낌이다.


처음 방문하는 독일이었지만 연고가 있는 여행이라 집처럼 편하게 지냈고 앞으로 있을 아이슬란드로의 여행은 구라미 여행사 사장님 (일명: 건전남)이 조인을 할 예정이라 상당히 빡빡한 여행이 예상되므로 오늘부터 4박 5일의 스페인 여행 ( 바르셀로나- 피게레스 )은 뭔가 Shop in Shop 느낌의 또 다른 즐거움을 줄 것이다. 게다가 함께하기로 한 윤서네 가족은 진짜 휴가를 가는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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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까지는 프랑크푸르트가 아닌 슈투트가르트 공항을 이용하기로 했다. 빌링엔-슈베닝엔에서 한 시간 반 거리에 있어서 접근이 더 용이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첫 번째 난관에 봉착했다. 기존의 계획은 기차를 이용할 생각이었는데 전날 노선을 확인해 보니 공항까지 가는 구간에 기차선로 공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아침 10시 40분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우회하는 기차를 타고서는 어림도 없었다. 교통편을 열심히 뒤져보니 '그린 버스 Flix bus'가 있었다. 고민 끝에 내가 먼저 아이들을 데리고 하루 전날 공항으로 가서 근처 숙소에서 1박을 하고 윤서네는 자차를 이용해서 당일 아침 공항에서 합류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급하게 슈투트가르트 공항 옆 숙소를 하나 예약하고 플릭스 버스도 예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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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와 가성비 좋았던 슈투트가르트 공항 근처 숙소

여행을 하다 보면 수많은 변수가 생긴다.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이다. 흔들릴 필요는 없다. 항상 차선책은 있기 마련이므로,,



2022.8.14. 8:30 AM 슈투트가르트 공항


12시간 만에 출국장에서 다시 만난 윤서네. 아이들은 몇 년 만에 만난 것처럼 기쁨의 상봉을 한다. 바르셀로나까지 2시간 정도의 짧은 비행이지만 저가 항공은 기내식을 제공하지 않고 스낵도 다 사 먹어야 하기 때문에 출국장으로 들어가기 전 간단한 샐러드와 간식을 미리 샀다.


슈투트가르트 공항도 많은 승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여행 가는 사람들이 진짜 많은 걸 보니 다시 한번 코로나의 종식이 멀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어 이 복잡함이 은근히 반갑다.


여행의 베테랑들답게 환브로는 웬만한 공항 줄 서기는 힘들어하지 않는다. 사람 구경도 할 줄 알고 앉을만한 바닥이 보이면 요령껏 자리를 잡고 보드게임도 할 정도의 여유도 있다. 오랜 줄 서기 끝에 출국장으로 들어갔는데 다행히 보딩 시간은 늦지 않았다. 비행기에 탑승하자마자 아이들이 배가 고팠는지 마트에서 구매했던 샐러드와 빵을 먹겠다고 한다. 조금만 기다리라고 다독이고는 난 다시 한번 예약해 둔 바르셀로나 숙소와 일정 등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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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여기서부터였다. 승객이 모두 탑승했는데 이륙한다는 안내 방송이 나오질 않는다. 뭔가 불길한 느낌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20분이 지나고 40분이 지나고,,, 아이들에게 이륙하면 주겠다던 치킨 샐러드와 달달구리 간식들을 꺼내어 줬다. 승무원한테 문의했지만, 자기들도 모른다며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한다. 한 시간이 훌쩍 지나 드디어 나온 기내 방송:


" 기체 4번째 엔진에 결함이 생겨 이륙할 수 없으니 승객 여러분께서는 모두 내려주시기 바랍니다. "


"... "


"..."


",,, "


그렇게 우린 이륙도 못 해보고 밥만 먹고 다시 비행기에서 쫓겨나듯 나왔다. 보딩장 앞에서 세월아 네월아 기다리길 2시간, 아이들은 앉았다가 누웠다가 점점 한계에 도달하고 내가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건 게임 시간 연장뿐이었다. 이날 아이들은 역대급으로 게임을 했던 것 같다. 두 시간 정도 시간이 지났을까? 항공사 관계자의 Announcement가 있었다. 엔진 일부가 고장으로 보이는데, 확인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있으니 다시 입국장으로 나가서 식사하고 기다리던지, 기다리기 싫으면 환불을 해주겠다는 것!.


Oh my G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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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바르셀로나로 가야 하고 다른 비행 편은 모두 매진.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1인당 6유로가 쓰여 있는 바우처를 받고 수화물로 맡겼던 짐을 다시 찾아 출국장으로 나오는데 너무 황당해서 헛웃음만 나온다.


200명이 넘는 승객들은 항의하느라 정신이 없고 우리는 아이들까지 챙겨야 하는 상황이라 식은땀이 줄줄 흐른다.

공항에 있는 마트 Edeka에 가서 코리안 스타일 삼각김밥과 음료를 사서 공항 바닥에 주저앉았다. 순식간에 노숙자가 된 기분이다. 그때 시간이 오후 2시. 출발 예정시각을 3시간이나 지난 시간이었다. 예정대로면 이미 바르셀로나에 도착했어야 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어제 미리 그린 버스를 타고 올 이유도 없었고 편하게 기차를 타고 와 제대로 된 식사도 했을 텐데,, 생각할수록 약이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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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위기에 처하면 관대해진다.


"오늘 안에는 갈 수 있겠지?"

"오늘 밤에라도 갈 수만 있다면 좋겠다."


예약해 둔 바르셀로나 숙소에 체크인 시간을 조정을 요청하는 이메일을 보내고 출발·도착 현황판만 보면서 VY 1869편 출발 시각이 업데이트되기만 기다리고 있다.


" 어! 떴다! "

드디어 스케줄이 나왔다.


Boarding 16:00

그렇게 우리는 슈투트가르트 공항에 도착한 지 8시간 만에 드디어 독일을 떠나 스페인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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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2941.JPG?type=w773 아,, 부엘링 정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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