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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온 김에 미어스부르크 (Meersburg)까지

by 왕드레킴


샤프하우젠 기차역에 도착한 시간은 2시 반쯤이었다. 집으로 돌아가기엔 아직 이른 시간이라고 판단한 우리는 즉흥적으로 다음 여행지를 찾았다. "콘스탄츠 어때? " 샤프하우젠에서 기차를 타면 1시간 만에 갈 수 있는 콘스탄츠는 독일 남쪽 보덴호에 위치한 도시로, 맑은 날에는 바로 스위스의 알프스가 보이는 관광지로 유명한 도시이다. 아이들은 이미 윤서 아버님과 함께 차량으로 출발했으니 바로 연락해서 조율하고 우리도 기차 시간을 확인하고 목적지를 빠르게 변경했다. 기차표는 새로 끊지 않아도 된다. 모든 게 9유로 티켓으로 가능하다. 기차의 출발·도착 시간만 확인하고 그냥 탑승하면 되니 최대한 많이 다니는 게 이득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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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스탄츠에 도착하니 여긴 또 다른 세상이다. 사람들의 인파가 엄청나다. 한국인들에게는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도시라지만 유럽인들에겐 꽤 유명한 관광지라고 한다. 기차역에서 나와 콘스탄츠 포트 쪽으로 걸어가는 길은 젊은이들과 관광객으로 복잡하다. 내가 좋아하는 Zara와 H&M이 있는 대형 쇼핑몰이 있고 선착장 주변엔 무슨 행사가 있는지 플리마켓도 크게 열리고 있었다. 눈을 어디로 돌려야 할지 모를 정도로 휘둥그레지고 있는데 우리 꼬마들이 등장~~. 한 시간 만의 상봉이다. 엄마의 쇼핑 부심이 올라오기도 전에 짜잔 하고 나타나는 아이들. 콘스탄츠 포트엔 라인강을 끼고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의 항구 도시들을 오가는 배들이 많이 있다. 파란 강 위에 정박해 있는 페리 위에 오스트리아 국기가 펄럭이고 있다. 아~ 오스트리아도 가보고 싶네. 콘스탄츠에서 오스트리아 브레겐츠까지 2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고 하니 꽤 매력적인 루트이다. 하지만 우리의 목적지는 미어스부르크! 페리를 타고 35분 정도 가면 도착하는 미어스 부르트(Meersburg)는 보덴호를 접하고 있는 예쁘고 작은 도시로 와이너리가 많고 아기자기한 숍들이 많아 당일 코스로 여행하기 좋은 곳이라고 한다.


콘스탄츠의 상징이자 가장 유명한 석상이 보인다. 9m 높이라 어느 위치에서든지 볼 수 있고 또 이 석상은 3분에 한 번씩 일정한 각도로 회전하고 있어서 우리가 있는 방향으로 틀 때마다 사진을 찍으려고 포즈를 잡았다. 풍만한 가슴을 드러내고 길게 트인 드레스를 입고 있는 석상의 여자는 창녀라고 한다. 그리고 이 여자 양손 위에는 벌거벗은 난쟁이 두 명이 각각 양손에 앉았는데, 오른손 위의 난쟁이는 왕관을 왼 손위의 난쟁이는 교황의 관을 쓰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 큰 석상을 바라보며 배가 서서히 출발한다. 짧은 시간이지만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갑판 위에서 시원한 맥주도 한잔했다. 뜨거운 여름이지만 습하지 않은 유럽 날씨가 참 마음에 든다.


임페리아는 콘스탄츠(Konstanz) 보덴호의 항구에 있는 석상이다. 1414년에서 1418년에 걸쳐 콘스탄츠에서 열렸던 유럽 최대의 기독교 회의인 콘스탄츠 공의회를 풍자하는 주제의 석상이다. 작가는 민중의 삶을 외면하고 권력 다툼에 힘을 기울인 왕과, 종교계뿐만 아니라 정치에서도 권력을 남용했던 당시 교황을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표현해 풍자하고자 했다. 도발적인 주제를 담은 만큼 이 석상은 초기부터 종교계와 정치계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오늘날에는 콘스탄츠를 찾는 관광객들 사이에 가장 인기 있는 볼거리인 동시에 콘스탄츠의 상징이 되었다.
[네이버 지식백과] 콘스탄츠 임페리아 상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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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미어스부르크 선착장에 가까이 들어가는데 배에서 바라보는 마을의 풍경이 한 폭의 그림이다. 파스텔톤으로 페인트 된 예쁜 디자인의 건물들과 뭉실뭉실 구름과 파란 하늘. 여기가 유럽이구나~ 그리고 여름의 햇살을 즐기기 위해 나온 많은 사람, 모든 게 아름다웠다. 배에서 내려 우린 이 작은 마을 꼭대기로 버스를 타고 올라가 ( 체력과 시간이 있다면 걸어서 올라갈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이미 오후 4시 30분경) 저녁을 먹고 내려오면서 마을 구경을 하자고 했다. ( 짧은 시간을 알차게 보낼 생각에 여기서 실수를 하게 된다. 콘스탄츠까지 돌아갈 배 시간을 미리 확인하지 못한 것. ) 생각보다 관광객은 많았고 오후의 햇볕은 무척 따가웠다. 만원이 된 버스를 몇 차례 보내고 한참을 기다린 후에야 버스에 탑승을 할 수 있었고 우린 미어스부르크 꼭대기 마을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보덴호를 접한 절벽들 사이로 포도나무밭이 보였다. 와이너리들이 많이 있다고 들었는데 가보고 싶지만, 눈으로만 담아야 했다. 보덴호의 면적이 바다와 같이 넓어서 여름 동안 받아 저장한 열이 가을~겨울이 될 때까지 상대적으로 기후가 온화해서 와인 생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어 와인 생산지로 유명하다고 한다. 절벽의 강한 햇살과 바람을 맞으며 자란 포도로 만든 와인의 맛은 어떨까? 무척 궁금해졌다. 구시가지가 있는 마을의 크고 작은 와이너리와 식당 아기자기한 소품 숍들 하나하나가 다 너무 예뻤다. 중세 시대에 온 느낌도 나고 골목마다 심어 놓은 화려한 꽃들도 카메라 셔터를 쉼 없이 누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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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 좋은 곳에 왔고 독일에서의 여행도 막바지라 오늘 저녁은 좀 힘을 주기로 했다. 와인도 한잔하자며 윤서 아빠가 뷰도 좋은 맛집을 추천했다. Gutsschänke Meersburg 식당은 Staatsweingut Meersburg 와이너리가 한눈에 들어오는 식당인데 이른 저녁 시간이라 대기가 없을 거라고 생각한 건 우리의 오산이었다. (가끔은 미리미리 예약하는 계획적인 여행이 필요하기도 함 ) 우리는 인원이 아이들 포함 7명이라 큰 테이블이 필요했고 마지막 만찬이니만큼 나눠서 앉는 건 원치 않았다. 레스토랑 직원은 테이블을 나눠서 앉거나 실내를 추천했다. 하지만 이곳의 테라스 뷰를 본다면 기다려서라도 야외 테이블에 앉아 하는 근사한 식사를 원할 것이다. 아이들은 이해 못 하는 눈치였지만 우린 기다리기로 했다. 30~40분 기다린 끝에 근사한 만찬을 즐길 큰 원형 테이블을 만날 수 있었다. 절벽의 포도나무 농장 넘어 보덴 호수가 끝없이 펼쳐지고 넘어가는 해가 반짝거려 눈을 제대로 뜰 수가 없어 선글라스를 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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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 스테이크와 수제 면으로 보이는 파스타 그리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피자도 시켰다. 너무 오래 기다려 목이 타서 와인을 시켰어야 하는데 급한 마음에 생맥주를 시켜 벌컥벌컥 들이킨 건 순전히 맥주를 좋아하는 민경 씨와 나의 습관이었고 나중에 사진을 보고 약간 후회했다. 분위기 있게 미어스부르크 와인을 마셨어야 하는데 말이다. 음식 맛도 좋고 무엇보다 테라스의 분위기가 정말 좋았던 식당. 누구든 미어스 부르크를 여행할 계획이 있다면 꼭 추천하고 싶다. 식사를 마치고 조금은 서두르자고 말하면서도 서둘러지지 않는 걸음으로 다시 포트로 돌아왔다. 사진도 여유 있게 찍고 아이들이 원하는 잴 리 숍도 야무지게 들렸다. 일반적으로 30분 간격으로 페리가 오기 때문에 우린 저녁 7시 30분 배를 탈 수 있을 거라는 예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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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7시 32분 배는 방금 떠났고 다음 배는 저녁 8시가 아닌 9시라는 사실을 미리 확인하지 못했던 것이다. 아뿔싸! 갑자기 1시간 30분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생긴 것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여유 있게 구경하든지 아니면 조금 더 서둘렀어야 하는데 콘스탄츠까지 돌아간 후에도 다시 집까지 갈 생각을 하니 갑자기 하루의 피로가 급속도로 몰려온다. 하지만 어쩌겠냐.. 치밀한 계획 없이 다닌 우리의 잘못인걸~~ 어른들은 다시 근처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아이들은 부둣가 바닥에 앉아 돌멩이로 그림도 그리기도 하고 바닥에 줄을 그어놓고 멀리뛰기 게임도 하며 시간을 보낸다. 아이들은 아이들이다. 재료가 없으면 재료를 만들고 게임기나 휴대폰 없이도 얼마든지 신날 수 있다. 아이들이 신나게 ( 조금은 시끄럽게) 멀리뛰기를 하며 놀고 있는데 어느새 사람들이 모여든다. 이제 기록을 위해 신발도 벗고 뛴다. 동양 아이 넷이서 뜀박질하면서 재미있게 노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어 보였나 보다. 사람들이 어느 나라에서 왔냐고 묻는다. 난 자신 있게 "I am from South Korea"라고 답했다. 한참 구경하시던 할아버지 한 분은 아이들의 멀리뛰기 게임에 출전하기도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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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 30분, 어느덧 해가 보덴호를 저 멀리 넘어가고 있다, 그렇게 쨍하던 하늘이 붉은 오렌지빛으로 물들더니 금세 어두워진다. 다행히 아이들이 힘들지 않게 기다려준 덕분에 1시간 반의 시간이 빨리 흐르고 예쁜 노을 사진까지 남길 수 있었다. 이 예쁘고 작은 마을에 꼭 다시 오고 싶다. 물론, 오늘의 같은 멤버들과 신랑까지 함께, 그땐 와이너리에 가서 보덴호의 햇살을 받고 자란 포도주를 마시리라. 오늘의 여행을 추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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