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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왕드레킴 Jan 22. 2024

세상에서 가장 작은 펭귄들의 퇴근길

우리 가족은 학원 대신 여행 간다

멜버른 시내에서 필립아일랜드까지는 차로 2시간 30분 정도 소요되는데 그래서인지 퍼핑빌리와 묶어서 당일 코스 여행상품들이 많이 나와 있다. 우리 가족은 렌터카 여행 중이라 퍼핑빌리에서 근처 예쁘고 작은 마을 '사사프라스'를 잠깐 들른 후 필립 아일랜드로 향했다. 

필립아일랜드는 그레이트 오션 로드와 함께 멜버른에서 꼭 가봐야 할 곳으로 꼽히는 곳이다. 

필립 아일랜드 서쪽에 있는 노비스 센터는 웅장한 해안 절벽이 장관을 이루는 곳으로 호주 바다표범의 서식지이기도 하다. 전망대에 올라 끝없이 펼쳐진 남태평양을 감상하며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호주 바다표범들을 만날 수도 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필립 아일랜드의 하이라이트는 '펭귄 퍼레이드'일 것이다. 이곳은 세상에서 가장 작은 펭귄인 페어리 펭귄의 서식지로 예전부터 유명했는데 많은 관광객이 모여들면서부터는 본격적으로 펭귄 보호지대로 지정되었다. 30cm 정도의 작은 요정 같이 귀여워 페어리 펭귄, 리틀 펭귄이라고 불리는 쇠 푸른 펭귄(Little Blue Penguin)은 저녁시간에 방문하면 먹이를 찾으러 나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작은 펭귄들의 퇴근길을 볼 수 있다.



우리는 개인 여행을 하는 거라 메인 바다가 아닌 살짝 옆에서 봐도 되겠지 하는 안이한 생각을 했었다. 아니 후에 생각하니 참 비상식적이라는 생각이 들어 부끄러웠다. 일몰시간을 확인하고 숙소에 짐을 풀어놓고는 서둘러 펭귄퍼레이드를 한다는 바닷가로 향했다. 이정표를 따라 들어선 주차장은 규모가 엄청 컸다. 아니! 여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온다고?? 주차장 옆에 마련된 꽤 큰 펭귄센터가 있었다. 우리는 군중들을 따라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앗! 입장 게이트이다. 펭귄을 보려면 티켓을 사야 했던 것이다. (그냥 바다에 가면 펭귄을 볼 수 있을 거란 생각을 어떻게 한 거지?? 부끄러웠다.) 다행히 예약을 하지는 않았지만 현장에서 발권을 할 수 있었다. 바다에서 보는 건데 상당히 비쌌던 입장료는 모두 펭귄을 관찰하고 보호하는 데 사용된다고 했다. 

펭귄센터에서 티켓을 주고 입장하면 큰 규모의 나무 데크가 바다 앞까지 연결되어 있다. 어둑어둑해지는 바닷가는 꽤나 차가운 바람이 불어왔다. 5시에 펭귄 산책로가 열리고 일몰은 8시가 지나서이니 보온병에 따뜻한 차를 담고 무릎담요를 챙기길 참 잘했다. 보통은 계단식으로 되어 있는 의자에 앉아 펭귄이 오는 걸 일몰과 함께 기다리게 되고, 펭귄이 한 무리~ 두 무리씩 보이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다시 데크 쪽으로 펭귄의 이동을 따라 볼 수 있다. 티켓을 업그레이드하면 지하에 있는 관람석에서 지상으로 난 유리 창문을 통해 펭귄을 더 가까이서 볼 수 있다. 

바다로 나가는 데크 곳곳에 펭귄 퇴근길 엄격히 촬영이 금지되어 있다는 팻말이 눈에 띈다. 야생에 사는 펭귄은 휴대전화의 플래시 조명에도 시력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여행 전 필립 아일랜드 펭귄 퍼레이드 사진을 찍어 블로그를 작성한 사람들은 무엇이란 말이냐? 이곳 관리센터에서는 사진 촬영을 허가하지 않는 대신 유튜브로 매일 펭귄들의 퇴근길을 생방송으로 보여준다. 

한참을 데크에 앉아 기다리니 이제 주변은 어두워졌고 조금 더 있으니 저 멀리 해변에서 펭귄의 뒤뚱거림이 목격됐다. 여기저기 사람들이 웅성 된다. 하지만 너무 광범위하게 넓은 저 바다 백사장에서 붉은 조명만 있는 어두운 밤에 30cm도 되지 않는 펭귄은 구분하기 쉽지 않았다. 데크 계단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하나 둘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우리도 일어나 돌아온 데크로 걸어갔다. 유리 펜스 너머로 너무 귀여운 펭귄들이 팔을 벌리고 뒤뚱뒤뚱 걸어온다. 가족들인지 끼익 ~끼루룩 울어대면서 가족을 맞이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보니 마치 우리와 닮은 따뜻한 가족애가 느껴졌다. 

펭귄 3마리가 소리를 질러가며 대화(?)를 나눈다. 한 마리는 뒤편에 보금자리가 만들어져 있다. 두 마리의 펭귄이 갑자기 뽀뽀를 하고 애정 행각을 벌린다. 아니 어린 두 환브로 앞에서 대놓고 애정행각이라니.... 이 장면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 두 마리의 애정 행각을 보던 한 마리의 펭귄은 뒤편에 있던 집으로 들어간다. 차인 게 분명했다. 바람맞은 그 펭귄의 모습으로 지켜본 우리 가족과 주변 사람들 모두 한 편의 막장 드라마를 본 것처럼 안타까워했다. 

펭귄 관람을 마치고 센터로 돌아와 인포메이션 센터를 둘러봤다. 그러던 중 펭귄에 대한 궁금증을 설명해 놓은 글을 봤다. 

We are not kissing,

We are preening. 

펭귄의 뽀뽀와 애정행각으로 보이는 행동은 바다에서 나온 후 서로의 머리를 헹궈주고 바깥쪽 깃털을 이용해 몸의 기름을 발라주며 방수를 유지하는 행동이라는 것이다. 이런 동물의 습성을 막장드라마로 해석했다니.. 선행 학습이 부족했음을 인정하고 아이들과 함께 다시 이야기했다. 참, 간혹 짝짓기를 하기도 한단다. 


무리 지어 뒤뚱뒤뚱 걷는 모습이 귀여워 입가에 저절로 미소를 지어진다. 동물원이나 수족관이 아닌 야생의 펭귄을 보는 경험처럼 특별한 것이 또 있을까? 30센티도 안 되는 리틀펭귄들이 삼삼오오 모여 돌아오고 각자의 보금자리를 만들어 쉬는 모습이 정말 너무 귀엽고 신기했다.

우리가 관람한 날은 1000마리의 펭귄이 퇴근한 거라고 한다.

사진 찍기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울 우리 가족이지만 펭귄 퇴근길은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 눈으로 관찰하고 마음에 담았다. 펭귄들이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귀여운 모습은 마음속에만 간직하자. 

힐스빌에서도 느꼈지만 멸종 위기 동물을 잘 지키고 있는 호주가 참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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