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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왕드레킴 Feb 14. 2024

원주민들은 예술인

예술마을 울루루


울루루에 도착한 첫날 숙소 체크인을 마친 후 메인 스퀘어 쪽을 둘러보러 갔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숨이 턱 막혀오는 이곳은 오후 2시 30분 약 35도(체감온도 40도)의 사막. 

너무 뜨거워서 적응 안 되는 아이들은 건물이 있는 계단으로 뛰어 올라가 실내를 찾아 들어갔다. 어쩌다 문을 열고 들어간 곳이 'GoCA(Gallery of Central Australia) 센트럴 호주 갤러리'였다. 들어가자마자 에어컨의 시원함과 함께 컬러풀한 작품들이 눈을 사로잡는다. 화려한 무늬의 페인팅과 조각들,  실로 짠 인형들과 카펫까지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판매되고 있었다. 꽤 규모가 있는 이 갤러리의 작품들은 신진 작가들의 작품들을 많이 소개하고 있었는데 이들은 대부분 원주민들이라고 한다. 원주민들의 교육과 작가 양성을 위해 호주 정부에서 지속적인 노력을 하고 있고 이들이 직접 이곳에서 작품들을 그리고, 판매하며 고객들과 소통까지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한다. 울루루 등반이 결국 금지된 것도 그리고 울루루 원주민들의 예술성을 인정하고 끊임없이 개발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모두 합의와 소통의 일부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갔을 때엔 아쉽게도 직접 작가를 만나지는 못해 아쉬웠다. 겹겹이 쌓여있는 그림 작품들은 테두리에 가격들이 표시되어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마음 같아선 한점 구입해 한국까지 들고만 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도저히 작품을 한국까지 들고 갈 자신이 없어 구경만 했는데 시간이 지나니 좀 더 욕심을 부렸으면 좋았을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구매하고 싶었던 작품



센트럴 오스트레일리아 갤러리 <Gallery Of Central Australia>

오픈시간 - 매일 / 09:00 AM ~ 17:00 PM (자유 관람)
데일리 투어- 매일 10:3-AM
투어장소 - GoCA는 Desert Gardens Hotel옆에 위치




하지만 모든 에보리진의 작품들이 대우를 받고 생활하는 건 아니다. 갤러리에서 나와 마트와 상점들이 있는 스퀘어 광장 쪽으로 걸어가는 길과 공터 바닥에 둘러앉아 앉아 그림을 그리는 원주민들이 보였다. 또 페인팅 작품들을 관광객들 사이로 들고 다니며 팔고 있는 원주민들도 있다. 가격이 궁금하긴 했지만 한번 물어보면 가격 흥정을 하려고 계속 쫓아올 거 같아 쉽게 물어볼 수 없었다. 그리고 가격만 물어보고 그냥 돌아서기에도 그들에게 괜히 미안할 듯싶어 아예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다. 그림을 팔고 있는 원주민뿐 아니라 마트 주위를 서성이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아이들은 관광객들에게 무언가를 요구하는 눈치였다. 왜 상가 길목에 앉아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걸까? 사실, 이곳의 주인들은 바로 애버리진(Aborigine) 원주민들인데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 들어 좀 안타까웠다.




울루루를 떠나는 날 아침 11시에 호주의 전통악기 디저리두 워크숍이 있다고 해서 좀 빠듯한 일정이지만 참여해 보기로 했다. 지환이와 려환이가 워낙 다양한 음악과 악기에 관심이 많고 게다가 무료이기 때문이었다. 

디저리두 워크숍은 호주의 원주민인 에보리진이 사용했던 악기인 '디저리두(Didgeridoo)'를 배우고 알아보는 시간이다. 

 디저리두(Didjeridu)는  호주의 원주민들이 연주하는 나무 재질의 저음 관악기이며, 마우스피스에 입술을 대고 소리 내는 금관악기 방식으로 연주한다. 전통적으로 디저리두는 흰개미가 속을 파 놓은 유칼립투스 나무의 몸통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원래 호주의 최북단 아넘 랜드에 거주하는 요릉우 부족이 제례 의식을 행할 때 사용했으나, 지금은 호주의 다른 여러 원주민들을 비롯하여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재료로 제작하고 연주한다. 악기의 길이는 보통 1m에서 1.5m이며, 관의 내부는 원뿔형으로 단순하게 생긴 악기이다.  

수업 장소는 다름이 아닌 첫날 들어갔던 GoCA갤러리 바로 앞 광장이었다. 야외 수업이라 더운 건 감안해야 했다. 그래도 다행히 그늘막 아래에 있어 아주 심각한 환경은 아니었다. 처음 전통악기의 연주라고 해서 원주민으로 보이는 선생님이 계실 거 같았지만 디저리두를 멋지게 연주하고 가르쳐주신 분은 카우보이 모자와 신발을 신고 나타난 백인이었다. 디저리두를 객석에 모인 관광객들에게 하나씩 나눠줬는데 여자들에겐 나눠주지 않았다. 그 이유는 본래 디저리두는 제례 의식에서 주로 사용하는 악기로, 디저리두 연주와 제례 의식에 대해 잘 교육받은 젊은 남자가 연주한다고 한다.

처음에 참가자들에게 디저리두 악기의 역사에 대해 설명해 주고 부는 방법을 알려준다. 먼저 카우보이 선생님이 시연(?)을 하는데 시범을 보일 때는 너무 멋진 소리가 나지만, 참가자들이 한 번씩 돌아가면서 불 땐 방귀 소리 같은 웃긴 소리가 났다. 땀을 삐질삐질 흘려가며 얼굴이 벌겋게 되도록 다들 열심히 불러보지만 여기저기 냄새 없는 방귀소리가 나니 분위기는 오히려 즐겁다. 



전통악기 체험 <Didgeridoo Work shop>

투어시간 - 매일 / 11:00 AM, 15:00 PM
소요시간 - 약 45분
투어장소 - 11:00 AM : 리조트 타운스퀘어 분수 (Resort Town Square Fountain)
               15:00 PM : 리조트 타운스퀘어 잔디광장 (Resort Town Square Lawn Stage)
               *오후 3시 세션은 12월 1일부터 3월 31일 까지는 날씨 관계로 진행되지 않는다.
                ( 홈페이지 참고)


이 외에도 호주의 전통 음식 ‘부시푸드(Bush food)’ 대해 배우고 수천 년 동안 현지 원주민 집단이 어떻게 이러한 부시 음식을 사냥하고 채집하고 준비했는지 알아보는 시간과 아이들이 직접 다양한 나무 생물과 다양한 스텐실 및 페인트 색상 중에서 선택하여 자신만의 호주 동물을 칠할 수 있는 특별한 기념품 만들기 체험등 다양한 예술 프로그램도 있다. 


*부시 터커(Bush tucker)는 약 5만 년 동안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들이 먹던 고유한 음식이자 식재료들을 일컫는다.

https://www.ayersrockresort.com.au


울루루뿐아니라 호주 여행하는 동안 다양한 곳에서 원주민들의 예술 흔적을 찾을 수 있었는데 호주문화는 최소 6만 년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으로 추정되다고 한다. 1788년 유럽인들이 호주에 처음 정착했고 그 이후 250개의 원주민 언어가 존재했는데 그중 120개는 아직도 사용된다고 하니 신기하다. 로마유적보다 오래되고 피라미드보다 앞서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생활 문화를 가지고 있다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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