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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왕드레킴 Mar 02. 2024

여유 부리다 큰코다친 사연

아는 비행기도 다시 물어보자.

숙소로 돌아와 짐을 꾸렸다. 

다시 시드니로 돌아갈 시간. 울루루를 떠나는 게 너무 아쉽다. 묘한 매력으로 특별한 걸 하지 않는데도 오래오래 더 머물고 싶은 신비한 울루루. 


비행기 출발이 1시 30분이라 여유가 있으니 우린 마지막까지 알뜰히 시간을 써보자고 11시에 '디저리두 워크숍'으로 향했다. 체크아웃을 하고 짐을 렌터카에 실었다. 

신랑이 메시지 확인을 하더니 시드니행 비행기 편이 30분 지연되었다는 거다. 잘됐네~ 조금 더 여유 있게 움직여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에어즈락 리조트에서 공항까지 15분 거리이고 렌터카 반납도 공항 내에 차키만 반납함에 넣으면 되니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 


11시 디저리두를 체험해 보는 시간은 좀 덥긴 했지만 새롭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근데 생각보다 길었다. 우린 공항으로 가는 길에 렌터카에 기름을 채워야 했기에 마지막까지 있지는 못하고 일어나자고 신랑에게 눈치를 보냈다. 

리조트 옆 주유소에서 주유를 하는 동안 아이들에게 달달구리 간식도 사주고 플렛화이트 한잔도 뽑아 마셨다. 언제나 모닝커피는 옳다.

온갖 여유를 부리며 도착한 공항, 차량에 있던 쓰레기를 정리하고 짐을 들고 공항 출국장으로 향했다. 

역시나 한가했다. 

우리가 탑승할 젯스타 항공에 줄을 섰다. 우리가 1번이다. 

잠시 후 항공사 직원들이 와서 체크인 수속이 시작되었다. 항공사 직원에게 여권을 내밀었더니 갸우뚱거리며 우리 얼굴을 한번 쳐다보더니 굳은 표정으로 하는 말

"죄송합니다. 시드니행 비행기는 탈 수 없어요. 15분 전에 수화물 벨트가 닫혔습니다."

"엥??? 뭐라고요???"

우린 안내받은 지연된 비행기 출발 시간을 감안해서 수속을 밟으러 왔고 아직 이륙시간까지는 40분이나 남아 있는데 믿을 수가 없었다. 


규정상 이륙시간이 지연이 되어도 수화물 수속시간은 변함이 없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당장 오늘 저녁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에 '레퀴엠' 오페라를 예약해 두었는데 등골이 오싹해진다. 오늘 시드니에 갈 수 없다니.... 무슨 방법이든 조치가 필요했다.

"매니저를 불러주세요"

실랑이를 부리는 사이에 우리 가족 뒤로 긴 줄이 늘어섰고 그 탑승객들은 시드니행 탑승객이 아닌 2시 30분 멜버른으로 가는 수속줄이었다.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디저리두에 주유까지 여유를 부리던 30분 전의 우리 가족을 떠올리니 얼마나 한심하던지.....

잠시 후 매니저가 나왔다. 

"쏘리 ~맴~~ 도와드릴 수가 없습니다."

매니저의 말은 시드니행 탑승을 원하면 수화물을 버리던지 아님 2시 30분 멜버른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고 가서 저녁 8시 멜버른-시드니행 항공으로 갈아타고 시드니에 밤 10시 30분에 도착하는 일정만이 지금으로서는 최선이라는 의견이다. 

혹시나 수화물만 다음 비행기에 실어서 나중에 공항에서 찾을 수 있는지를 물어봤지만 보안법상 그것도 안된다고 했다. 


결국, 우리 가족은 오페라 하우스의 공연관람을 포기해야 했고, 다시 갈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멜버른 공항으로 3박 4일 만에 다시 가게 되었다. 

울루루-멜버른 까지 항공권 $300 도 예상치 못한 지출이 되었다. 


짐검사를 마치고 면세구역 탑승구 쪽으로 가자 시드니행 수속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렇게 허무하고 억울할 수가.... 내가 저 비행기를 탔어야 하는데 말이다. 


오히려, 아이들이 날 위로해 주었다. 

"엄마, 우리는 괜찮아~ 걱정하지 말아요."

"근데, 엄마 영어 엄청 잘한다...."


그렇게 우린 다시 멜버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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