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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왕드레킴 Oct 09. 2024

5. Hello~ Boys need mama.

한두 살 아가일 때부터 유모차나 아기띠를 둘러메고 국내외로 여행 다녔기에 아이들과 여행하는 게 매우 익숙하기는 하지만 우리 부부도 당연히 우리들만의 분위기 있는 시간을 갖고 싶은 건 여느 부부와 다르지 않다. 크루즈에서의 생활은 지루함 없이 흘러갔고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고 싶을 정도로 즐겁지만 모든 일정을 아이들과 함께 또 아이들 위주로 움직이다 보니 피곤한 건 사실이다.


아침에 배달된 크루즈 조간신문 내비게이터를 보니 눈에 들어오는 광고가 있다.

-Disney Kids Club-

'아이들은 우리에게 맡기고 어른들은 맥주를 즐기세요!!'

다양한 어린이 프로그램이 있고

3~7세까지 봐준다는 문구가 형광펜으로 줄 쳐진 듯 나의 눈에 들어왔다.

"자기야~ 우리 애들을 여기 맡겨보면 어때? 한~두 시간만 맡겨도 너무 좋겠다."

하지만 동시에 드는 생각은 말도 못 알아듣는데 울지는 않을까? 엄마를 찾지는 않을까? 길을 잃지는 않을까? 등등 오만가지 상상이 떠올랐다. 하지만 뭐든지 처음이 어려운 거지 경험을 하다 보면 익숙해진다. 미리 예측은 금물이다.


키즈클럽 내선 번호를 눌렀다.

"우리 아이들이 4세 7세인데 영어는 헬로만 할 줄 알아요. 그래도 키즈클럽에 들어갈 수 있을까요?"

크루의 대답은 " YES. NO PROBLEM" ( 어서 데리고 와~~ 문제없어. 우리가 잘 놀아줄게~)였다.

그렇게 우리는 두 꼬마에게 잘 설명을 하고 키즈 클럽으로 향했다.

크루즈의 키즈클럽은 한국의 키즈카페를 연상하면 된다. 넓은 플레이룸엔 미끄럼틀은 물론 각종 놀이 기구와 책들도 있고 오락실을 방불케 하는 게임기도 쭈욱 늘어서 있다. 진작에 올걸~ 이런 것들을 요밀조밀 잘 이용해야 크루즈 비용을 뽑는 거 아니겠어?

아이들도 엄마 아빠와 헤어진다는 걱정도 잠시! 잘 갖춰진 키즈클럽에 급 관심을 보였다. 또래 꼬마 아이들도 삼삼오오 모여 소꿉놀이를 하거나 미끄럼틀도 타고 특별한 목적지도 없이 계속 뛰어다니기도 했다. 말은 안 통해도 손짓 발짓 놀다 보면 아이들은 금방 어울리겠지... 하는 생각에 별 걱정을 안 했다. 적어도 사이좋은 환브로이니 형아랑 동생이랑 둘이만 놀아도 되니까,,,

"빠이 빠이~ 엄마랑 아빠는 방에서 좀 쉬고 있을게, 재미있게 놀아~~^^"

아이들과 인사를 하고 있는데 키즈클럽 쿠루가 우리에게 작은 기계 하나를 내밀었다.

'워키토키'였다. 크루즈 내에서 인터넷이 안되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응급 상황이 생기면 연락하겠다고 했다.

뭔가 안전하고 전문적인 느낌이 들어 더욱 안심이 되었다. 우리가 아이들을 찾으러 갈 때까지 워키토키가 울리지 않길 바라며,,

방으로 돌아오는 길이 이렇게 여유가 있을 수 있구나~.

평소 방으로 돌아오는 최단 코스를 마다하고 산책도 할 겸 가보지 않은 다른 복도를 통해 내려와 4층에 위치한 면세점도 잠깐 들렀다.

"우리 숙소 가서 맥주 마실까? "

"그냥 푹 낮잠 좀 잘까?"

"카지노 가볼래?"

꿀 같은 두어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신랑과 이야기하며 숙소로 돌아와 엉덩이를 붙이기도 무섭게 워키토키가 울렸다. 아이들과 헤어진 지 30분도 채 되지 않은 시간이었다.

덜컥했다. 넘어졌는지,,, 다쳤는지,,,

"HEllo~?"

" 무슨 일이에요?"

"려환이가 계속 울어요... 이유는 모르겠어요. 아무리 달래줘도 계속 울어요.."

"좀 오셔야겠어요."

아이들을 키즈클럽에 맡기고 30분도 안되었는데 다시 아이를 데리러 오라니 간만의 휴식을 원하던 우리의 원대한 꿈이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었다.

키즈클럽 선생님도 한국어를 못하시니 아이가 왜 우는지 정확히 알 수 없어 답답해하는 상황인 듯했다.

서둘러 최단 코스로 9층 키즈클럽으로 갔다.

형 지환이는 얼굴이 굳어 입이 나와 있고 려환이는 눈물 콧물이 범벅이 되어 훌쩍이고 있다.

엄마를 보자마자 다시 꺼이꺼이 울음이 거세진다.

당혹스러워하는 선생님을 뒤로하고 아이를 안아주며 물었다.

"지환아~~ 동생 왜 우는 거야? 다친 건 아니야? 누구랑 싸웠니?"

"내가 심심해서 게임하고 있는데 려환이가 자기도 한다고 해서 기다리라고 했는데 갑자기 울어."

려환이 얘기를 들어보니 형아가 계속 기다리라고만 하고 계속 게임을 한다고, 아는 사람이라고는 형뿐이 없고 자기 말을 알아듣는 사람도 형아뿐이 없는데 형아는 게임만 한다는 것이었다.

"아이고~ 집에 가자!"


"아이들이 영어를 잘했으면 잘 있었을까? 게임은 금지라고 했었어야 하나?"

"에휴~ 이 국 만 리 떨어진 외국에 그것도 외국사람만 가득한 크루즈에서 아이들 맡기고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애초에 아이들을 맡길 생각을 한 게 잘못이지... "


아이들을 위탁한 지 30분 만에 다시 데리고 나오면서 우리의 꿈이 너무 원대했음을 반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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