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왕드레킴 Nov 13. 2024

13. 항해의 시작

디오클레티아누스가 사랑한 항구도시 스플리트


항구 주변은 우리가 탈 크루즈 msc뿐만 아니라 다양한 크루즈에서 기항 관광을 나온 승객들로 활기를 띤다. 유럽의 크루즈가 정박하는 도시들 입장에선 한 번에 몇천 명씩 쏟아지는 관광객들을 맞이한다는 건 꽤 큰 사업이다. 작은 도시들은 크루즈가 정박하고 또다시 출항하는 시간에 맞춰 상점의 오픈시간을 결정하기도 할 정도로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우리나라에도 몇 해전부터 대형 크루즈가 입항한다. 다만 아직까지는 한, 중, 일 단일 노선으로 국한되어 있고 모 여행사의 전세 계약을 통해 들어와 단독 진행하고 있는 형편이라 비쌀 수 뿐이 없는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실제로 항구도시의 발전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항공권을 절약하고 국내에서 크루즈 여행을 하고 싶은 이들에게는 아직 그림의 떡이다. 속초나 부산에도 대형 크루즈가 많이 드나들면 얼마나 좋을까? 더 많은 아시아권 나라들을 항해 루트로 삼아 많은 사람들이 크루즈 여행을 할 수 있다면 말이다. 스플리트에 도착해 활기찬 도시를 보니 갑자기 애국심이 부쩍 생기나 보다.


오늘 우리는 처음 배를 타는 날이지만 우리가 탈 배에 있는 다른 승객들은 이미 여행 중이다.

대부분의 크루즈는 ‘서클루트’ 여행을 한다.

여러 나라의 몇몇 도시들을 일정 기간 동안 계속 반복해서 도는 형식인데 대륙별 계절이나 기간에 따라 다양하다. 예를 들면, 우리가 탄 배는 스플리트(승선)-베네치아-브린디시-해양 전 일정-미코노스-아테네-해양 전 일정-스플리트(하선) 일정으로 계속 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승선(embark)한 시점부터 하선(disembark)하는 동일한 도시까지가 기본적인 나의 크루즈 일정이 된다. 만약 베네치아에서 처음 승선한다면 한 바퀴를 돌고 다시 베네치아에 도착해 내리면 된다.


우리 가족이 배에 승선하겠다고 예약한 시간은 1~2시였다. 더 일찍 탈 수도 있지만 서클루트로 한 바퀴 돌아 스플리트로 다시 돌아올 계획이 아니었기에 다른 사람들처럼 기항지 관광을 했다. 아름다운 항구도시 스플리트는 크로아티아 제2의 도시다. 우리나라로 치면 부산과 비슷한 꽤 큰 항구도시다. 로마 제국의 황제 디오클레티아누스가 아드리아해 남부 해안에 위치한 이곳에 반해 은퇴 후 지낼 궁전을 지으면서 도시가 생겼는데 현재 이 궁전 전체가 유네스코에 지정되어 있고 현재에도 주택가와 숙소, 레스토랑과 많은 상점들로 이루어져 있다. 골목길을 다니며 로마시대와 현대를 동시에 여행하는 특별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많은 관광객이 방문하더라고 두꺼운 철망 휀스나 구조물은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그렇기에 더 조심하고 매너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도 보였다. 맨질 맨질해진 성벽을 손으로 만져보고 궁전 창을 통해 부둣가를 감상하기도 했다. 어느 로마의 건물 2층 테라스에 빨래가 널려있다. 설치 예술작품처럼 아름답게 보였다. 쉼 없는 보수와 보호가 필요함에도 예전 그대로 시민들이 살고 있고 그 터전에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멋져 보이기도 했다.


배도 고프고 슬슬 배에 탑승할 시간이 다가온다. 점심은 크루즈에 타서 먹기로 했다. 웰컴 식사가 준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자그레브에서 빌린 차를 반납하고 우버 택시를 불러 크루즈 터미널로 갔다.

드디어 크루즈에 올라 탈 시간이다.


아이들의 탄성이 나온다~~

"우와~ 우와~"

"형아~ 배가 엄청 크다!"


스플리트에서 승선하는 승객은 많지 않은지 비교적 간소한 절차로 체크인을 끝내고 정박해 있는 크루즈로 걸어 들어갔다.

택을 붙인 트렁크는 체크인 때 맡기면 객실로 옮겨준다. 우린 배에 올라타 보안대에 섰다. 반겨주는 크루들.

"어서 오세요. 기다리고 있었어요"

"우리를요? 정말요? 혹시 한국 사람은 우리 가족이 유일한가요?"

"맞아요. 지금까지는요,, 아마 다음 기항지 베니스에서 15~20명 정도의 한국 사람이 탈 예정이에요"


동양인들이 비교적 적은 유럽의 크루즈에서는 동양인들을 더욱 반겨주고 기억도 잘 해준다. 보안대를 거쳐 바로 8층 객실로 갔다. 객실 문고리에 8일 동안 사용할 크루즈 카드가 걸려있다. 아직 맡긴 짐은 도착하지 않았지만 서둘러 11층 식당으로 갔다. 점심시간이 지난 2시지만 늦게 기항 관광에서 돌아온 승객들과 우리처럼 새로 승선한 사람들을 위해 웰컴(백) 뷔페가 마련되어 있다. 샐러드와 다양한 빵들은 기본이고 화덕에서 금방 구워져 나온 3가지 종류의 피자, 반대편엔 핫도그와 햄버거 타운이 준비되어 있다. 메인 요리는 립스테이크다.

음식 천국이 따로 없다.


" 얘들아~준비 됐지?"




매거진의 이전글 12. 아드리아해의 춤추는 석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