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나 Oct 25. 2021

변화는 위기로부터 온다는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 ?

위기가 기회가 되려면 선택을 바꿔야 한다

정확히 삼일만에 나의 환경이 극적으로 바뀌었다.

청전벽력 같은 계약해지 통보를 받은 것이 화요일이었다.


나는 노동시장의 달라진 고용구조를 전혀 알지 못했었다.

유연한 고용구조, '탄력적'이라는 말은 언제든지 해고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나는 모든 게 사람의 일이라고 생각하였다.

매일 매일 얼굴을 보며 가족보다 많은 시간을 보내는 그들은 나에게 어떠한 설명도

한마디 말조차 없이 그저 회사대 회사로 일을 처리했다.

그들에게 나는 그저 처리 대상 일 뿐 감정을 가진 인격체는 아니었던 것이다.

 

처음에 나는 왜 모든 것을 회사를 통해 전달하는 것일까 의문을 품었다.

지시가 있거나 내가 잘 못하는 것이 있다면 당사자에게 직접 말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였다.

회사를 통해 돌려서 전달하는 것은 마치 사람을 앞에두고 뒷담화를 하는 것처럼 보여 정당하지 않게 느꼈다.


해고를 당할 즈음 알게 된 것이 회사를 통해 말하지 않고 개인에게 말하는 것이 오히려 불법이라고 한다.

파견직은 고용된 사람이 아니라 회사대 회사의 계약으로 성립된 것이므로 고용의 의무, 유지 뿐만 아니라 지시의 권한도 책임도 없는 것이다.

갑과 을, 원청과 하청, 분명한 위계에 의하여 일이 처리된다.

사람의 감정은 철저히 배제된다.

 

발단은 사소한 일에서 시작되었다.

어쩌면 사소한 것이라고 생각한 내가 잘못된 것일지도.

갑자기 근무 스케줄이 조정되어 다음주는 쉬라는 문자 통보가 왔다.

나는 솔직히 일하고 싶은데 갑작스런 휴무가 반갑지는 않다고 다소 건조한 말투로 문자를 했다.

그러면서도 나는 내가 적극적으로 일하고 싶다는 열정을 보여준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순전히 나만의 착각이었다.

계약관계의 원청 회사에서 조건이 바뀌어 기간이 변경된다는 당연한 것이고 부지기수이다.

그저 통보하기만 하면 끝인데 거기에 개인적인 불만과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아주 적절치 못한 행동이었다.

친구에게 그 때 까지만 해도 나는 별거 아니라는 듯이 이런 얘기를 털어놓았는데 갑자기 친구가 얼굴이 진지해지며 문자 좀 보여달라고 한다.

그러더니, 상대 관리자가 기분 상했음이 문자에서 여실히 드러난다고 잘못될 경우 계약해지까지 될 수 있다고 엄포를 놓는다.

나는 그런 말을 하는 친구를 이상하게 생각하며, 그렇게까지 나에게 말해서 걱정하게 할 건 없잖아 하고 원망했다.

그러나, 그의 예측은 틀리지 않았고 주말이 지나자 바로 통보가 회사를 통해서 왔다.

 

나는 이제 노동의 현장에서 고용의 진실을 알게되었다.

내가 순진했던 것인지 헛 살았던 것인지 자책해도 소용은 없다.

내가 포기하지 않는다면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은 아니다.


친구의 한 마디가 나를 다시 일어서게 했다.

" 막말로 너는 그거 안해도 되잖아.

 그리고 갈 데가 거기   밖에 없는 것도 아니구 "

별 생각없이 던져진 말일 지도 모르지만 나는 생각을 고쳐 담았다.

피해의식에 사로잡힐 시간은 전혀 없다. 그것이 스스로를 옭아맬 테니까.

나는 패자가 아닌 승자 의식으로 다시금 자신을 추스렸다.

 

그래, 난 아쉬운 사람 아니지.

그게 아니면 안되는 사람도 아니지.

오히려 그들이 후회할 껄.

 

나는 바로 구직 사이트를 뒤졌다.

역시 험난한 영업 환경이라 많은 구인 공고가 올라와 있었다.

몇 군데에 전화를 걸어 질문을 하고 바로 이력서를 보냈다.

실직자는 많지만 사람 구하기는 또 쉽지 않은 것이 이 바닥이다.

 

몇 시간 이후 부터 내 마음이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쉽게 연락이 올 줄 알았는데 아직 아무 곳에서도 컨택이 없다.

나는 마음을 가다듬고 조금 더 인내해 보기로 결심했다.


오늘 하루만 버텨보자.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 테니까.


 음 날 어김없이 눈은 일찍 떠지고 오늘의 일이 기다려진다.

나는 일상의 루틴대로 직장이 아닌 나의 아지트, 랩 까페로 향한다.

여기서 나는 이력서를 썼고,, 합격 전화를 받았고, 구직을 했었다.

번에도 그럴 것이다.

내가 예상한 시간은 열 한시 였다.

오전 보고를 하고 조율을 하는 시간은 그 정도 될 이다.


역시, 11시가 되자 기다렸다는 듯 전화가 오기 시작한다.

한 군데가 아니다. 내가 지원한 모든 곳에서 연락이 순차적으로 오기 시작했다.

나는 죄송하다고 몇 군데에 다음 기회에 연락드리겠다고 한다.

기존 파견회사에서도 사람을 구하지 못헀는 지 임시직으로 바꾸어 다시 일하라는 연락이 왔다.

나는 정중히 거절하며 승자의 미소를 슬며시 지었다.

 

결국, 내가 원하는 공간으로 더 나은 페이의 조건으로 결정이 되었다.

사실, 이 일이 생기기 전부터 이상하게 나는 그곳으로 자꾸만 마음이 향했었다.

기왕이면 더 환경이 좋은 쪽으로 옮기고 싶었는데 적절한 타이밍에 아니 순식간에 옮기게 된 것이다.

삼일 이면 그만큼 빠른 순간이동이라 생각된다.

 

모든 경험은 두번 째에 실력이 판가름 난다.

첫 사랑이 실패하는 것도 그런 이유이다.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첫번째 경험에서 깨닫게 된다.

그리고 두번 째에 그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으면 된다.

나는 다시 마음가짐을 바꾸고 reset한다.

인생의 페이지에서 enter 키를 누르고 행을 바꾼다.

마음을 바꾸니 태도가 달라졌다.

" 왜 잘 보여야 하는데? " 라며 오만했던 내가 겸손해지기로 한다.

내가 잘 보이지 않는데 그들이 나를 잘 볼 이유는 없는 것이다.

회사는 업무 능력을 평가하기 전에 사람의 인성부터 본다. 당연한 이 논리를 이제야 알게 되었다.


력은 기본이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태도이다.

신뢰를 받지 않으면 능력이 무슨 소용인가?

신뢰란 꾸준함에서 나온다. 하루 이틀만에 쌓아갈 수 있는 그런 성격이 아니다.

나 자신의 태도가 투명하게 하루 하루 쌓여간다.

관리자들은 무심하게 감정을 드러내지 않지만

하나씩 하나씩 정보를 쌓으며 판단을 내리는 중이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시작점이 아니다.

그 다음의 퍼포먼스가 중요해진다.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인지 판단하는 것은 그 다음의 after이다.

연애에도 after가 없으며 지속되지 않는다.

출근한 지 이틀 차에 나에 조언을 해주었던 친구가 기습 방문을 하였다.

나는 깜짝 놀라 당황하고 순간 얼굴이 빨게 졌지만 감정과는 달리 그의 어깨를 터치하며

내 남자임을 보란 듯이 영역 표시하였다.

그래, 나만 당당하면 되는 거지. 아무도 어떤 사이인지 묻지 않았다.

 

모두들 가면을 쓰고 산다.

철저히 무표정으로 대하는 영업 현장의 사람들,

그들이 이렇게 기계적인 인간이 되어버린 건 어쩌면 상처받기 쉬운 연약한 동물이어서 인지도 모른다.

냉정한 회사와 냉담한 사회에 지쳐 스스로 가면을 쓰고 본연의 얼굴을 잃어버린 것은 아닐까.

감정이란 것도 용불용설 처럼 쓰지 않으면 퇴화해 버린다.

가끔 나는 남자친구에게 그러한 안타까움을 느꼈었다.

자꾸만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회피하다보니 이제는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잃어버린 것 같았다.

표현 방식의 문제 뿐 아니라 스스로 감정을 인지하지도 못하게 되어버린 것 같았다.

강한 척 하는 것은 연약함에 다름이 아니다.

강한 철 가면 안에는 어떤 아이의 순수한 표정이 있을지 궁금해 진다.


이전 03화 준비만 하지 말고 BE READY !!!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