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나 Nov 01. 2021

영업이란 지식이 아니라 '심리게임' 이다

하루 아침에 영업의 필드로 오게 되었지만

나름대로의 전략은 오히려 적중한 듯 하다.


단순하게 말해서 영업은 사람을 상대로 설득하여 판매까지 바로 이어지게 만드는 것, 그것이다.

하지만, 단순한 게 늘 그렇 듯 쉬운 것은 아니다.

아니,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돈과 관련된 것에 대해서는 모두가 신중하다.

내 돈을 낭비하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조금 더 가치 있는 소비, 조금 더 현명한 소비,

조금 더 합리적인 선택을 하고 싶은 소비자의 마음에 다가가기 위해서 어떤 것이 필요할까?

 

소비자는 확신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지갑을 열기를 주저하게 된다.

내가 이것을 사야만 하는 이유를 심어주어야 한다.

식당에서 점심 메뉴 하나만 고르더라도 몇 번을 생각하게 되는데

와인의 세계는 참으로 넓어서 무엇을 살 지 정말 고민이 아닐 수가 없다.

모르면 모르는 대로 몰라서 고민이고, 알면 아는 대로 알아서 고민이 되는 것이다.

 

그럴 때 어드바이저의 역할이 필요하다.

선택에 이유를, 때로는 명분을 주어서 확신을 가지게끔 만든다.

 

와인 코너의 어드바이저들은 와인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영업에 대해서

따로 회사에서 별도의 교육을 받지는 못한다.

실전에서 경험을 통해 감각을 키우는 방법 밖에는 없다.

 

와인 어드바이저들의 나이가 대부분 이삼십 대이다 보니 사회적인 경력은 있으나

사람을 대하는 스킬은 다소 부족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나이를 먹고 보면 좋은 것 중의 하나는 연륜에서 오는 통찰력과 이해력이다.

사람을 낯설어 하지 않고 쉽게 다가가서 말을 걸 수 있는 것 또한 장점이다.

 

와인을 판매하려면 어떻게 하여야 할까?

관찰해보니 어드바이저들은 질문을 이용하여 고객의 의도를 파악하고자 하였다.

“ 찾으시는 나라나 와인의 종류가 있으신가요? “

물론, 정확히 고객의 니즈를 알아낼 수 있는 질문이기는 하다.

그러나, 뭔가 질문이 너무 직설적이고 고객의 입장에서는 어떤 대답을 해야할 지 망설여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대답하기가 귀찮다.

 

백화점에서 옷을 고를 때 처럼 대부분의 고객들은 딱히 살 것이 있어서라기 보다는 구경하면서

마음에 드는 게 있으면 사겠다는 생각일 뿐, 특정 나라나 품종에 대한 정확한 쇼핑리스트를 가지고 있지 않다.

따라서 고객을 편하게 쇼핑할 수 있도록 어느 정도 여유를 가지고 대하는 것에 좋다.

갑자기 튀어나와서 질문을 던지면 움츠러드는 것이 고객의 입장이다.

 

첫번째로 중요한 것은 고객과의 유대형성이다.

자연스럽게 대화를 유도하며 친밀감을 표현한다.

나는 고객이 어떤 와인을 보는 지 유심히 관찰하며 접근하였다.

 

“ 고객님, '브레 버터' 와인 좋아하세요? “

“ 어? 어떻게 알았어요? 지금 보고 있었는데~ “

“ 요즘 많이 찾으시더라구요, 특히, 여성분들이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 아, 그래요, 근데 궁금한 게 왜 이름이 브레드 앤 버터 인가요? “

“ 토스티한 향이 표현되어 있어서 브레드 구요, 버터리한 질감처럼 부드럽다는 뜻이에요 ~”

 

이 브랜드는 정말 이름 한 번 잘 지은 것 같다.

고객이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단순한 이름과 깔끔한 라벨이 기억되기 쉬우며 누구나 좋아하는‘브레드 & 버터’ 의 조합 또한 훌륭하다.

실제, 인스타그램 같은 SNS에서 언급되는 노출 빈도수 1위의 와인이다.

 

“나폴레옹의 직관” 이란 제목의 베스트 셀러에서는 전략을 이렇게 설명한다.

전장에서 나폴레옹은 치밀한 전략을 세워 전쟁에서 이긴 것이 아니라, 정확히 현장에서 판단하고 통찰력을 발휘하여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그의 목표는 승리하는 것에 있지 전략을 만들어 성공하는 것이 아니었다고 말한다.

전략을 짜게 되면 그것에 얽매이고 현실을 그에 맞게 편향되게 해석하는 경향이 생긴다.

내가 뭔가를 계획했을 때 계획대로 풀리지 않으면 그 다음 순간 어떻게 해야하는지 멍한 순간이

오고, 그 때문에 판단 미스와 타이밍을 놓치는 실패를 하게 된다.

 

내 나름대로 생각을 시뮬레이션 해보는 것은 좋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그것을 모두 지워야 한다.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직관’ 이란 단순히 육감이라고 부르는 ‘신기’ 같은 신통방통한 것이 아니다.

과거의 경험을 통해서 쌓아 올린 자신의 데이터 베이스가 알고리즘 같은 시스템적 사고를 통해서

한 순간에 깨닫게 되는 것이다.


나폴레옹이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침착한 자세,

이길 수 있는 기회를 기다리는 태도, 그리고 행동으로 옮기는 결의를 강조하였다.

 

성공은 전략에 있지 않고 전장에 있는 것 처럼

판매는 정보에 있지 않고 고객에게 있다.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 지 직접 물어보기 보다는 자연 스러운 대화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좋다.

 

또 한가지 내가 제일 맘에 안드는 질문은

“ 가격대 얼마 정도 예산하시나요? “

사람을 가격으로 나누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좋지 않다.

내가 마음에 들면 십 만원 이상도 살 수 있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이만원 짜리도 필요없는 것 아닐까.

 

협상이나 거래에서 중요한 것은 본인이 먼저 기준점을 제시하는 것이다.

앵커링 (닻) 효과 ‘ 라고 하는데 이렇게 할 경우,

내가 판매를 리드하게 되며 고객은 그 기준점에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받게 된다.

선물을 하신다면 이 정도의 상품이 적절하다고 설명하며 10만원 정도의 상품을 보여드렸을 때

고객의 반응을 통하여 가격 저항감이 있는 지 없는 지를 확인할 수 있다.

 

와인의 생산지, 나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굳이 질문을 할 필요가 없다.

고객이 보는 와인에 따라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미국 쪽을 유심히 보는 사람에게는  ' 나파밸리 와인 좋아하세요?' 하고 물어보면 십중팔구 적중한다.

그렇다고 고객에게 바로 설명하듯이 나파밸리 와인의 특징이 무엇이고 특정 브랜드의 상품을 보란 듯이 내밀면 고객은 당황한다.

여기서도 친밀감 있는 대화를 통한 유대 형성이 중요하다.

 

고객님의 억양에서 미국에서 살았던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메를로(merlot)’ 를 ‘멀롯’으로 발음하셨다.


“ 고객님은 미국파 이신 것 같은데요? 캘리포니아 다녀오셨죠? “

“ 아, 맞아요, 나파밸리 와인투어 했었어요 “

“ 추억이 있는 와인이 좋은 와인이죠. “

“ 근데, 가격이 많이 오른 것 같네요? “

“ 몇 년 동안 캘리포니아 화재 때문에 가격이 많이 올랐어요, 현지에서도 더이상 2~3만원대의 가격은 찾기 힘들어요 ”

 

이렇게 대화를 이어가게 되면, 고객도 소통하는 느낌이 들어 좋아하시고 그 부분에서 신뢰를 얻어 판매까지 연결된다.

 

대화를 할 때는 내용도 중요하지만 그 사람의 목소리 톤이라든지 빠르기, 적정한 제스추어, 시선 처리 등의 비언어적인 맥락도 상당히 중요하다.


고객에게 무조건 밝은 인상을 준다고 하이톤의 가성으로 방방 뛰게 말하다 보면 여기가 와인코너인지 놀이공원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목소리도 현장에 맞게 고객에 맞게 바꿀 수 있는 톤을 조절하여야 한다.

중년의 점잖은 고객은 경쾌한 소리보다는 중저음의 목소리로 조근조근 설명해야 신뢰감이 간다.

대신 발음은 아나운서 처럼 정확하고 또렷해야 한다.

자신의 말이 뭉개지는 순간, 아마추어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경우에 해당하는 정답 같은 것은 없다.

행착오를 통해서 하나씩 배워가면 된다.

때때로 안타까운 것은 영업직원들이 판매가 좋으면 ‘ 오늘은 운이 좋다 ‘고 말하고 성과가 좋지 못하면 ‘ 손님을 잘못 만나서 ‘ 라고 푸념하는 것이다.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그러한 태도는 하나도 자신을 성장시키지 못한다.

판매에 대한 미스가 생겼을 때는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다음에 응대한다면 무엇을 바꿔야하는지

다시 한 번 복기를 하고 연구를 하지 않으면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


똑같은 행동을 되풀이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기를 바라는 것은 광기와 같다고 아인슈타인은 말하였다.

반복된 루틴적인 행동에 하나하나 살을 도려내 듯 매스를 들이 대어야 변화할 수 있다.

자신의 행동 하나도 바꾸지 못하면서 세상이 달라지지 않는다고 탓하기에 인생은 너무 소중하다.


한가지 생각을 바꾸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습관이 바뀌고, 습관이 바뀌면 인생은 바뀐다.


이전 04화 변화는 위기로부터 온다는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 ?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